매월 첫주 목요일은 박삼구 회장 오는 ‘그 날’ “여승무원들 만나 ‘기 받으러 왔다’ 포옹하고 손깍지“ 신년 등산 행사 땐 여승무원들로부터만 세배 받아 논란 연례 가을행사때 노출 심한 옷 입고 춤 추는 장기자랑 동원 “더 이상 기쁨조 되지 말자”…‘블라인드’서 번지는 #미투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한겨레 자료사진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73)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여성 승무원들에게 자주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자주 승무원들과 손깍지를 끼거나 포옹을 하는가 하면, 매년 초에는 여성 승무원들에게만 세배를 받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최근 아시아나항공 안에서 ‘#미투’(#MeToo. 성폭력 고발 캠페인) 제안이 나오고 있다. 2일 직장 익명 게시판 애플리케이션 ‘블라인드’와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박 회장은 거의 매달 첫째주 목요일 오전 7시30분께 서울 강서구 아시아나항공 본사(타운)를 찾아 여승무원들을 만나 왔다. 박 회장이 방문할 때마다 승무원들은 본관 1층 로비에 커다란 원 모양으로 서서 손뼉을 치며 박 회장을 맞았다. 박 회장은 승무원들에게 ‘몇 기냐’ ‘오늘 비행은 어디로 가느냐’ '결혼은 했냐' 등의 말을 하며 껴안거나 손을 주무르고, 파트장이나 본부장 등 관리자들은 박 회장이 양팔을 벌리면 ‘달려가 안겨야한다’고 승무원들에게 교육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지난 1일에는 아시아나항공 본사를 찾지 않았다.한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박 회장은 승무원들을 만나면 ‘내가 기 받으러 왔다’는 말을 서스럼없이 했다”며 ”본관 1층에서 여승무원들 불러놓고 20~30분 동안 껴안은 뒤에는 20대 초반의 갓 입사한 승무원 교육생들이 머무는 교육훈련동으로 가서 시간을 보낸다. 업무보고를 받으러 온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승무원이 아닌 일반직들의 사무실엔 방문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박 회장의 행동에 블라인드에는 과거부터 많은 비판이 있었다. “행여 싫은 내색을 하거나 (박 회장) 가까이 가지 않으면 승무원들 뒤에서 파트장들이 등을 떠밀거나 쿡쿡 찌르기도 한다. ‘여러분 원을 만드세요’ ‘촘촘히 서세요’ 하면서 등 떠밀고 분위기 조성하는 아부하는 당신들이 더 나쁘다.” “교육원에서는 더 가관이다. 교관단이 (박삼구 회장) 오기 30분 전부터 소리지르면서 온몸으로 달려나가라, 팔짱을 끼고 보고 싶었다고 하고 분위기 끌어올려라 세뇌교육 시킨다.” 박 회장이 매년 1월 직원들과 하는 북한산 등산도 논란이다. 박 회장과 함께 산을 오르고 내릴 여승무원들로 구성된 별도의 조직이 있다는 주장이다. 또 박 회장은 매년 북한산 중턱에 있는 음식점 별채에서 여성 승무원들로부터만 세배를 받아 왔다. 또다른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정말 기이한 풍경”이라며 “박 회장은 방에 혼자 앉아있고, 여성 직원들은 일렬로 줄을 서고 있다가 자기 차례가 오면 한 명씩 들어가 세배를 하고 흰색 봉투를 들고 나온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올해 1월 등산 행사는 불참했다. 승무원들은 아시아나항공의 연례 가을행사 ‘플라자 앤 바자회’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출했다.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춤을 추는 등 장기자랑에 동원됐다는 것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누가 그걸 하고 싶겠느냐”며 “성심병원 간호사 춤 동영상이 논란이 됐을 때, 여기 직원들은 ‘우리가 원조’라며 쓴웃음을 지었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블라인드’에서는 성폭력 피해 고발 운동인 ‘미투’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지난 1일 오후 작성된 ‘오늘부터 박39의 여승무원 성희롱에 대한 고용노동부 민원제기 운동을 시작합니다’ 제목의 글에는 ‘동참하겠다’, ‘응원한다’, ‘어떻게 동참하면 되나요?’ ‘기쁨조 그만하자’ 등의 댓글이 달리고 있다.이에 대해 아시아나항공 쪽은 “회장님이 직원들을 아끼는 마음에 격려하는 것인데 일부가 안 좋게 받아들이는 것”이라며 “블라인드에 적힌 내용은 경영진과 회사를 욕보이기 위한 악의적인 글”이라고 말했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