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청와대가 재단 설립 주체·출연 강요 판단
“전경련·기업들 ‘불이익’ 염려해 재단 지원금 출연”
“전경련·기업들 ‘불이익’ 염려해 재단 지원금 출연”
19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미르재단 입구.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국정농단’의 시작이었던 미르·케이(K)스포츠 재단이 박근혜 전 대통령 때 청와대가 직권을 남용해 설립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는 22일 최순실씨의 1심 선고에서 “박 전 대통령과 함께 피고인들이 기업체에 재단 출연을 요구한 것은 대통령의 직권을 남용한 출연 강요로 밖에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삼성 등 대기업 16곳은 미르재단에 486억, 15곳이 케이스포츠 재단에 288억원의 출연금을 납부한 바 있다. 그동안 최씨는 “기업 출연 내역에 전혀 알지 못하고 기업이 협박당해 재단에 출연한 게 아니다”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재판부는 재단 설립은 전국경제인연합회나 출연기업이 아닌 청와대가 설립 주체이며, 청와대 강요로 대기업의 출연이 결정됐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리커창 중국 총리 방한 때 양해각서 체결을 위한 신속한 재단설립은 대통령 등 청와대 필요에 따른 것일뿐 전경련, 출연기업은 서두를 하등의 이유가 없었다”며 “청와대에서 출연 기업을 정해줬을 뿐 아니라 명칭, 이사 등 임원진도 일방적으로 정했고 보통 기본재산 비율도 대통령 지시에 따라 일방적으로 정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재판부는 “청와대 지시를 받은 전경련 관계자들은 출연 기업에게 급박하게 연락해서 브이아이피(VIP) 관심사항, 경제수석 지시사항이라며 1~2일 내에 출연을 결정해달라고 요청했다”며 “재단 설립 운영을 통해 전경련과 기업이 얻을 이익이 없는 것으로 판단돼 재단은 대통령 지시받은 안종범의 지시에 의해 설립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기업들이 ‘불이익’을 염려해 출연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기업 경영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세무조사 등 권한을 가진 대통령과 경제수석의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며 대통령과 함께 피고인들이 기업체에 재단 출연을 요구한 것은 대통령의 직권을 남용해 출연을 강요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민경 현소은 기자 salma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