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명시적 청탁 보기 어렵지만
박근혜에 부정청탁 있었다 판단”
박근혜에 부정청탁 있었다 판단”
SK도 대통령 요구, ‘현안 대가’로 인식
삼성만 ‘현안없어…부정청탁 없다’ 논란
롯데.SK 제3자 뇌물죄 선고
SK는 돈 안줘 ...뇌물 강요죄만 인정
‘최순실 게이트’ 연루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 6개월과 추징금 70억원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박근혜 전 대통령과 공모한 최순실씨에게 적용된 롯데와 에스케이(SK) 관련 제3자 뇌물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 이유는 ‘개별현안에 관한 부정한 청탁’이 존재했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미르·케이(K)스포츠 재단과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낸 220억원에 대해서는 “경영권 승계작업이라는 부정한 청탁이 없었다”며 무죄를 선고해 ‘부정한 청탁’에 대한 기준이 들쑥날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는 13일 경기도 하남시 체육시설 건립 명목으로 케이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추가로 출연한 혐의(뇌물공여)로 기소된 신동빈(63) 회장에게 징역 2년6개월과 추징금 70억원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뇌물을 받은 최씨의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뇌물 혐의도 인정됐다. 또 재판부는 최씨가 박 전 대통령과 공모해 최태원(58) 에스케이그룹 회장에게 더블루케이 등으로 89억원을 주도록 요구한 혐의도 유죄로 판단했다.
롯데·에스케이 관련 제3자 뇌물죄는 공무원이 ‘직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하거나 요구·약속한 때 인정된다. 재판부는 “단독면담이 있던 2016년 3월14일 무렵 롯데그룹에는 호텔롯데의 성공적인 상장과 월드타워 면세점 특허 취득이라는 구체적인 현안이 존재했고 대통령도 롯데그룹의 현안과 자신의 권한을 인식해 피고인 신동빈에게 케이스포츠 지원을 요구했다”며 “70억 지원은 월드타워 면세점 특허 관련된 대통령의 직무집행에 대한 대가라는 점에 공통의 인식이 있어 묵시적인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어 재판부는 “70억은 케이스포츠재단에 가장 많이 출연한 삼성그룹의 79억원에 육박하는 금액이고, 추가로 출연한 그룹은 롯데가 유일하다”며 “피고인 신동빈 역시 대통령의 영향력을 주된 고려 요소로 삼아 지원 결정을 했다고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에스케이 관련해서도 최 회장의 법정 증언을 토대로 박 전 대통령이 2016년 2월16일 단독면담을 통해 “워커힐호텔 면세점, 씨제이(CJ)헬로비전 인수와 관련된 현안에 대해 보다 명확하게 인식하게 됐다”며 “에스케이그룹 역시 대통령이 현안과 관련된 직무집행의 대가로 지원을 요구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다만 검찰은 최 회장이 돈을 건네지 않은 점을 고려해 기소하지 않았다.
그러나 재판부는 삼성에 대해서는 개별현안에 대한 부정한 청탁이 없고, 경영권 승계라는 포괄적 현안을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승계작업이 존재한다고 해도 대통령이 이를 명확히 알고 삼성과 대가관계가 있다고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다. 개별현안에 대해 명시적·묵시적 부정한 청탁을 인정하기 어려운데 포괄현안의 부정한 청탁이 있다고 보는 건 맞지 않다”고 밝혔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롯데에도 있던 현안이 삼성에만 없었을 리 없다. 특히 이 부회장은 승계를 위해 막대한 상속세나 증여세를 내야 하는 상황인데도 부정한 청탁을 롯데·에스케이는 넓게, 삼성은 좁게 판단했다”고 지적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