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訴訟]=자유 평등 정의

‘같은 뇌물’ 인데 신동빈은 실형…이재용 항소심만 관대했다 / 한겨레

성령충만땅에천국 2018. 2. 15. 18:49

‘같은 뇌물’ 인데 신동빈은 실형…이재용 항소심만 관대했다

등록 :2018-02-14 21:00수정 :2018-02-14 22:53

 

실형-집유 형평성 잃은 판결

이재용엔 ‘겁박에 의한 피해자’
“박 전 대통령이 삼성 경영진 겁박,
요구 거절 못해 거액의 뇌물 공여”

신동빈엔 ‘특혜 노린 범죄자’
“대통령 요구 이유로 뇌물 선처땐
공정성 가치 훼손돼 엄벌 필요성”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2년6개월, 추징금 70억 원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어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2년6개월, 추징금 70억 원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어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대통령의 요구로 뇌물을 건넨 두 재벌 총수의 운명이 엇갈렸다. 똑같이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았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집행유예로 풀려나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법정구속됐다. 판결문에서 이 부회장은 ‘겁박에 의한 피해자’로 부각됐고, 신 회장은 ‘손쉬운 특혜를 노린 범죄자’라는 점이 강조됐다. 정치·경제 권력 관계와 그를 둘러싼 뇌물 범죄를 바라보는 각 재판부의 시각차가 드러난 것이지만, 법조계에선 ‘적어도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형평성은 갖춰야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두 총수의 운명은 결과적으로 판사가 판단한 ‘양형 이유’에서 갈렸다. 신 회장과 이 부회장에게 적용된 뇌물공여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형법상 법정형이다. 각각 재판부가 인정한 신 회장의 뇌물액은 70억원, 이 부회장의 뇌물액은 36억여원이다. 판사들이 선고형을 정할 때 참조하는 양형기준을 보면, 1억원 이상의 뇌물공여는 2년6개월~3년6개월을 기본형으로 본다. 이 기본형을 바탕으로 두 총수의 재판부는 모두 ‘수뢰자의 적극적 요구에 수동적으로 응한 경우’로 판단해 감경 요소를 적용했다. 뇌물공여죄만 놓고 보면 두 총수의 권고형 범위는 2~3년으로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뇌물죄와 정치·경제 권력을 바라보는 두 재판부의 시각에서 큰 차이가 났다. 이 부회장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정형식)는 삼성 뇌물 사건을 “최고 정치권력자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내 최대 기업집단인 삼성그룹의 경영진을 겁박하고, 피고인들(이 부회장 등)은 대통령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한 채 거액의 뇌물공여로 나아간 사안”이라고 규정했다. 판결문의 ‘양형 이유’에 “박 전 대통령에게 어떠한 이익이나 특혜를 요구하였다거나 실제로 취득하지 않았다”, “문어발식 사업확장 등과 같은 전형적인 정경유착의 모습을 찾을 수 없다” 등 이 부회장을 피해자로서 옹호하는 문장이 반복돼 나온다. 이 부회장 2심 재판장은 선고 뒤 한 언론 인터뷰에서 “어느 기업인이 대통령 요구를 거절할 수 있겠느냐”고 말한 대목은 상징적이다. 그는 ‘어느 기업인이 대가 없는 뇌물을 주겠느냐’는 대중의 상식적인 질문엔 답하지 않았다.

신 회장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도 “국가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의 요구를 거절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신 회장의 입장을 고려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대통령의 요구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70억원이라는 거액의 뇌물을 공여한 피고인을 선처한다면, 어떠한 기업이라고 하더라도 실력을 갖추려는 노력을 하기보다는 뇌물공여라는 선택을 하고 싶은 유혹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뇌물 범죄는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공정성’이라는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으로서 엄히 처벌할 필요성이 있고, 그것이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의 최상위층에 있는 대통령과 재벌기업 회장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며 정치·경제 권력 모두의 책임임을 짚었다.


특히 신 회장 재판부는 재벌 총수들의 ‘피해자 코스프레’에 일침을 놓았다. 재판부는 우선 “공무원의 요구에 의해 재물을 교부하는 경우 ‘불이익에 대한 걱정’과 ‘공무원의 직무수행이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루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공존하는 것이 실상에 가깝다”며 “재물교부자 내심의 의사를 걱정과 기대로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런 이유 때문에 “공무원에게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강요, 뇌물죄가 동시에 성립하면 그 상대방도 뇌물공여죄 성립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같은 형을 선고하고도 이 부회장을 ‘겁박에 의한 피해자’로 규정해 집행유예로 풀어준 것과 대조되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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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실형을 선고한 신 회장 재판부 역시 ‘재벌의 뇌물이 수동적일 수 있는가’라는 문제와 ‘다른 사건의 뇌물공여죄에 비해 재벌에게 관대한 판결’이라는 근본적인 의구심을 해소하지는 못했다. 신 회장의 2년6개월 형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가 가능한 형량이다. 강문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총장은 “위법성이 더 커 보이는 이 부회장은 집행유예로 풀어주고 신 회장은 실형을 선고한 것은 양형에 공정성, 적정성이 상실된 것”이라며 “70억 뇌물을 제공한 신 회장에게 2년6개월을 선고한 것도 법원이 유독 재벌기업 총수 형량에 관대하다는 우려를 낳았다”고 말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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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32356.html?_fr=mt2#csidxd9c2100a7167946973d9c242d44abd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