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유죄 선고를 내렸다. 스폰서로부터 거액의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은 혐의 등 검찰의 기소 내용 중 일부 혐의를 인정한 것이다. 유력 언론사의 최고위 간부가 기사 청탁을 받고 금품을 챙긴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 조선일보의 깊은 자성이 필요하다.
판결 내용을 보면, 송 전 주필이 정계와 재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송 전 주필은 안종범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을 자신의 사무실로 불러내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연임 청탁을 했다. 조선일보 주필이라는 ‘권력’이 아니면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다. 더 나아가 그는 이 청탁의 대가로 자신의 처조카를 대우조선에 입사시켰다. 처조카는 부적격자였는데도 송 전 주필의 입김으로 취업에 성공했다. 언론인으로서 지켜야 할 윤리를 저버린 행위이자 주필이라는 지위를 사적 이익을 위해 남용한 사례라 할 것이다. 취업난에 허덕이는 청년들에게 좌절감을 안겨주는 일이기도 하다. 이뿐만 아니라 홍보업체 대표와 오랜 스폰서 관계를 유지하면서 청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재산상의 이득을 얻었다. 돈과 언론윤리를 맞바꾼 셈이다.
송 전 주필 유죄 선고는 유력 언론사 간부의 개인적 일탈에 대한 심판이라고만 볼 일이 아니다. 언론은 속성상 정치권력이나 경제권력과 가까운 거리에 있을 수밖에 없는 만큼, 언론인 스스로 윤리적 엄격성을 유지하지 않으면 부패에 휘말리기 쉽다. 재판부는 “이 사건으로 조선일보의 공정성과 객관성, 나아가 우리 언론 전체에 대한 국민 신뢰를 상실케 했다”고 했다. 사회의 그 어느 분야보다 윤리적으로 반듯해야 할 언론이 이런 질타를 받는 것은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언론계 전체가 이 사건을 반면교사로 삼아 사회적 공기라는 언론 역할에서 벗어난 적은 없는지 깊이 성찰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