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지연·논점 이탈 꼬집어 유명세
법정서 고개 저으며 ‘짜증’낸 우병우엔
“액션 나타내지 말라, 경고한다” 지적도
법정서 고개 저으며 ‘짜증’낸 우병우엔
“액션 나타내지 말라, 경고한다” 지적도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2017년 11월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민간인 불법사찰 혐의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조사실로 향하기 전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22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는 ‘국정농단’ 사건은 1건만 맡았다. 하지만 재판장인 이영훈 부장판사의 ‘송곳지적’, ‘얼음진행’으로 여러 차례 화제를 모았다.
형사33부는 지난해 2월 법원 정기인사로 신설된 부패사건 전담부다. 기존 재판부보다 ‘국정농단’ 사건에 뒤늦게 투입됐지만, 화제를 모으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부임 3주 만인 지난해 3월 중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건이 배당됐지만, 이 부장판사의 장인이 과거 정수장학회 이사로 일하며 최순실씨와 인연을 맺은 것이 뒤늦게 알려지며 공정성 논란이 일었다. 애초 법원은 문제없다는 입장이었지만, 안일한 대처라는 비판이 거세지자 하루 만에 입장을 바꿔 형사27부(재판장 김진동)에 재배당했다.
이 재판부는 지난해 5월 우 전 수석 재판을 맡으며 연일 유명세를 탔다. 재판 지연이나 논점 이탈을 허용하지 않는 얼음장 같은 진행 때문이다. 이 부장판사는 증인을 향해 반복적인 질문을 던지는 변호인을 향해서는 “이런 내용 질문하지 마시죠”, “질문 내용이 이해되지 않는데요”, “다 똑같은 얘기인데 뒷부분 질문은 생략하라”며 수차례 제지했다.
수사 초기 ‘부실수사’ 논란을 일으켰던 검찰도 예외는 아니었다. 재판부는 지난해 8월21일 ‘문화체육관광부 찍어내기 인사’ 경위에 대해 다른 증인들과 모순된 증언을 내놓은 윤아무개 전 문체부 과장의 휴대전화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하며 강제수사 없이 통신조회만 한 검찰을 다그쳤다. 검찰이 주요 관계자의 진술을 확보하지 않거나 증인으로 신청하지 않은 점을 여러 차례 꼬집기도 했다.
‘법꾸라지’로 불리던 우 전 수석 역시 이 부장판사의 ‘송곳지적’을 피해가지 못했다. 이 부장판사는 지난해 10월 신영선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 증인신문 때 고개를 가로저으며 불만을 표한 우 전 수석에게 “액션을 나타내지 말라. 분명히 경고한다”고 지적했다. ‘액션’을 자제하지 못한 방청객들도 수차례 퇴정당하거나 과태료를 물었다. 지난해 7월에는 증인신문 도중 ‘하!’ 하는 코웃음을 내뱉는 방청객을 상대로 국정농단 사건 중 첫 감치 재판을 열고 과태료 50만원을 부과했다.
이 부장판사는 2000년 서울지법 남부지원에서 처음 판사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서울지법, 춘천지법, 전주지법을 거쳤고 법원행정처 형사정책심의관 및 전산정보관리국장, 재판연구관 등도 맡았다. 사석에서는 유쾌하고 원만한 성격으로 알려져 있다. 주심 정순열 판사는 2015년 인천지법을 거쳐 지난해 2월 서울중앙지법으로 자리를 옮겼다. 또다른 배석판사인 강동훈 판사는 서울중앙지법이 첫 부임지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