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기적 같은 일이었다. 그것을 지켜보는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게 돈을 모아서 어려운 아이들을 돕고 챙기는 일을 했다. 그렇게 많은 일을 하고도 돈 때문에 생긴 오점은 하나도 없었다. 모두가 알 수 있도록 모든 것을 투명하게 공개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에 이런 말이 내 귀에 들렸다. “지 돈은 하나도 내놓지 않고 남의 돈을 모아서 지가 생색은 다 낸다.”고. 억울하기는 하지만 그 말이 틀린 얘기는 아니었다. 좋은 일도 내 것을 내놓지 않으면 흉이 되는 세상이라는 것도 그때 깨달았다.
내가 외부로부터 유일하게 욕(?) 얻어 먹는 일은 그 일이었다. 누가 나에 대해 안 좋은 얘기를 하더라, 하면 대부분이 그 말이었다. 남의 돈으로 좋은 일 한다고. 다른 것으로는 나를 탈탈 털어도 욕 얻어 먹을 짓은 안 하고 살았다. 그런데 그 좋은 일도 나에게는 흉이 되었다.
그래서 생각했다. '내 돈을 얼마라도 내놓고 이 일을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서 고민고민 하다가 그 일을 중단하기로 했다. 사실 어려운 아이들을 위하는 일이기는 하지만 그것도 남에게 신세를 지는 일이기에 결국은 내게 빚으로 남은 것도 이유라면 이유였다.
어제 어느 목사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여수의 아이이고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명문이라는 Y대학교에 다니고 있는 아이가 한 명 있는데 그 아이가 지금 신학기에 등록금을 내지 못해서 쩔쩔매고 있다고 했다.
그 아이 엄마가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여기저기 돈을 빌리러 다니고 있는데 지켜보는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아이 엄마는 아이에게 돈이 없다는 말을 차마 못한다고 했다. 그 사연을 듣고 마음이 아팠다. 이런 사연을 들을 때마다 나는 내 자신에게 화가 난다.
그래서 이를 악물고 사업을 일으키려고 한다. 돈이 없으면 좋은 일도 못하는 세상이다. 지금이라도 당장 사람들을 동원한다면 돈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내가 내놓을 수 있을 때까지 나는 참기로 했다.
지금도 어느 분은 옛날처럼 그러한 일을 좀 해달라고 한다. 돈을 내놓고 싶어도 믿을 데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남의 돈을 걷어서 좋은 일을 하는 것은 젊었을 때나 하는 일이다. 나이 들어서 내 것을 내놓지 않고 그 일을 하는 것은 그리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기어이 그 일을 다시 시작하려고 한다. 상반기 중에는 다시 그 일을 시작하려고 한다. 옛날처럼 안타까운 사연이 있는 아이들의 사연을 소개하고 그 아이를 돕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모으는 일이다.
그 전과 달라지는 것은 내가 먼저 내놓는 것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은 십시일반이란 말이다. 십시일반으로 모인 희망과 응원이 누군가를 살리는 일이라면 그것처럼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일은 세상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직 우리 사회에는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아이들이 너무나 많다. 오늘 내가 사연을 전한 아이처럼 어디에선가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아이들이 아직도 우리 주변에는 너무나 많다.
그러한 아이들이 많다는 것은 우리가 가진 사랑과 온정을 더 모아야 한다는 말과 같은 의미이다. 내가 차 한 잔 아끼고 술 한 잔 아껴서 그것으로 누군가를 살린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세상을 구하는 일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지금도 굶고 있는 아이가 있고, 지금도 그렇게 사는 아이가 있나?”
그런 생각이 들겠지만 날마다 곰팡이 가득한 집에서 잠을 자는 아이들이 아직도 많다. 그리고 불결한 환경과 여건 속에서 자꾸만 삐뚤어져 가는 아이들도 많다. 어디 그뿐인가. 뭔가 더 배우고 싶어도 돈이 없어 못하는 아이들이 우리 주변에는 너무나 많다.
내 사명은 이러한 아이들을 챙기는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똑똑해서도 아니고 내가 잘 나서도 아니고 나는 그냥 그렇게 내 사명을 정했다. 아마도 죽을 때까지 나는 그 일을 하면서 죽게 될 것이다.
나 혼자서는 힘이 없으니 지금 하고 있는 사업을 키우려 하는 것이고 그 사업을 열심히 키워서 세상을 이롭게 하는 일을 해보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부지런히 밥을 판다.
대원(大原)
박완규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