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거-몸과 허기에 관한 고백
록산 게이 지음, 노지양 옮김/사이행성·1만5800원 그녀는 12살에 외딴 오두막에서 또래 남자아이들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했다. 그는 자신의 부모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말하지 못했지만, 그 남자아이들은 주변 모든 아이에게 이야기를 했고, 그녀는 ‘걸레’라는 새 이름으로 불렸다.
그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다시는 그런 일을 겪지 않기 위해 살을 찌우기로 결심한다. “그와 같은 폭력을 또다시 겪으면 살 수가 없다는 것만큼은 확실히 알았고 나의 몸이 역겨워지면 남자들을 멀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열심히 먹었다. (…) 지방 덩어리는 새로운 몸을 형성했고 이런 몸이 부끄러웠지만 그래도 나를 안전하게 느끼게 했으며 그때는 안전의 느낌만큼 중요한 건 세상에 아무것도 없었다.” 20대 말의 어느 때, 그녀는 자신의 가장 무거운 체중을 기록했다. 키 190㎝에 몸무게 261㎏.
자신을 더는 아이도 아니고, 인간도 아니라고 느낀 그는 친구도 사귈 수가 없었다. 대신 책을 읽고 글을 썼다. 그가 바로 <나쁜 페미니스트>로 일약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로 떠오른 록산 게이(44). 그가 자신의 몸과 삶에 대한 처절한 기록을 담은 <헝거>는 미국 수십 개 주요 언론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됐다. “이 책은 내 몸, 내 허기에 관한 책이며 궁극적으로는, 사라지고 싶고 다 놓아버리고 싶으면서도 그와 동시에 너무나도 많은 것을 원하는, 간절히 누군가에게 보이고 싶고 이해받고 싶은 사람에 관한 책이다.”
여성학자 정희진은 추천사에서 이렇게 썼다. “(이 책을 읽고) 나는 열패감과 좌절감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나는 ‘감히’ 그녀가 부러웠다. 그녀는 ‘해냈다’. (…) ‘예쁨’, ‘스타일’, ‘정상성’에 온 신경을 쓰면서 자신과 타인을 억압하는 모든 이에게 권한다. 그리고 인생이 힘든 모든 이에게 권한다. 용기란, 인생이란, 페미니즘이란, 글쓰기의 모범이란 이런 것이다.”
주변에 성폭력으로 고통받는 사람이 있다면, 그게 자신이든 누구든, 이 책을 선물해주기를 바란다.
김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