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저히 질 선거가 아닌데 졌다는 사실이 저를 힘들게 했습니다. 결과론적으로 선거를 너무 순진하게 준비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거가 끝나니 사람들은 제게 "선거에서 왜 졌냐?"고 묻습니다. 그래서 오늘 한꺼번에 말씀 드리겠습니다.
선거가 이렇더라... 하는 소회입니다.
상대 후보들은 중앙당의 보이지 않는 지원을 받고 선거에 나섰습니다. 부모 잘 만난 금수저였습니다. 그리고 전남도당의 전폭적인 지원까지 받으며 선거에 임했습니다. 그리고 그것도 부족해서 권리당원 명부까지 상당수 확보한 상태에서 경선에 임했습니다.
어느 선거든 초반은 대단히 중요한 시기입니다.
이 시기는 판세를 좌우하는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중요한 2주 동안 다른 두 후보는 열심히 바닥을 다지면서 분위기를 잡는데 우리는 손발이 꽁꽁 묶여 있었습니다. 입당이 될지 안 될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공식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렇게 2주 동안 발목을 잡은 다음에 경선 2주를 남겨놓고 겨우 입당을 시켜주었습니다. 그것도 감지덕지한 일이어서 고맙게 생각했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타 후보들은 권리당원들과 부지런히 물밑 접촉을 하고 있었습니다.
일일이 전화를 하고 문자메시지까지 보내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심장이니 문재인 대통령의 핫라인이니 홍보를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56,000명이나 되는 전남의 권리당원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권리당원 명단을 공개적으로 구할 방법도 없었습니다.
그것은 명백한 불법행위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타 후보들은 이미 각 지역별로 그 명단을 모두 갖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민주당 정 조직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습니다. 누군가 분명 이에 대해 오더를 내린 것 같았습니다.
너무나 뻔한 일이었지만 우리는 그것에 대해 뭐라 항의할 수도 없었습니다. 일부에서는 우리보고 권리당원 명부도 확보하지 않고 어떻게 경선에 임했느냐는 핀잔도 했습니다. 권리당원 명부가 없으니 중요한 시기에 권리당원들에게 문자메시지 하나를 보내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내부 사정을 감안하면 선거운동 2주 만에 지지율 40%가 나온 것은 기적이 아닌가 싶을 정도입니다. 그리고 전남 서부권에서 아무리 몰표가 나왔다 할지라도 24%까지 차이가 날정도로 질 선거는 절대 아니었습니다.
이것이 신고식이라면 너무나 가혹했습니다.
여기에 대해 저는 하고 싶은 얘기가 너무나 많습니다. 하지만 선거에 지고 나서 말까지 많으면 그것도 구차스러운 일입니다. 이유불문 하고 싸움을 해서 졌으면 진 것이지, '졌는데...' 하는 것은 창피한 일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