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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겹처마, 오량가구…도종환 장관님 설명할 수 있나요?”

성령충만땅에천국 2018. 5. 30. 16:54

문 대통령 “겹처마, 오량가구…도종환 장관님 설명할 수 있나요?”

등록 :2018-05-29 20:34수정 :2018-05-29 21:09

 

청와대 문화재 안내판 사진 보이며 공공용어 난해함 지적
“최대한 쉬운 우리 한글로 용어 표현해주는 작업 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제시한 ‘침류각' 안내판 사진.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제시한 ‘침류각' 안내판 사진. 청와대 제공

“세벌대 기단, 굴도리집, 겹처마, 팔작지붕, 오량가구…불발기를 두고 있고 상하에 띠살, 교살, 딱지소, 굴도리…, 혹시 도종환 장관님 뜻을 한번 설명하실 수 있겠습니까?”

문재인 대통령은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도중 침류각 안내판을 찍은 사진 한장을 화면에 띄웠다. 침류각은 청와대 안에 있는 1900년대 초 전통 가옥으로 서울유형 문화재다. 사진은 문 대통령이 직접 준비했다.

“오량가교, 그게 5개가 있는 구조라라든지 이런 것이 전통가옥 연구자들에게는 관심사일지 몰라도 일반 국민에게는 무슨 관심이 있겠습니까. (침류각이) 청와대 안에 있는 건물인데 볼 때마다 제가 느끼는 궁금증은 ‘이게 무슨 용도로 만들어졌을까, 언제, 왜 이게 지금 청와대 안에 있는지 등인데요, 그런 의문에 대해서는 (안내판에) 한마디도 없습니다. 국민이 원하는 게 아닌 정보가 엄청나게 어렵게 표시돼 있습니다. 좋은 우리 한글로도 바뀌어야할 뿐 아니라 실제로 국민이 알고 싶어하는 정보가 담겨야하지 않겠습니까?”

문 대통령의 말에 ‘공공언어 개선 추진 방안’을 회의에서 발표했던 도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이게 우리 현실입니다”라고 답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공원, 수목원, 등산로, 탐방로 등에 나무를 알려주는 표지판을 보면 전부 무슨 목, 무슨 과, 무슨 원산지 이런 식으로 국민이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 내용이 들어있다”며 “이 나무 용도가 뭐며, 왜 이런 이름이 지어졌을까 등은 전혀 없다. 이왕 친절하게 하는 김에 국민에게 정겹게 잘 알려주는 식으로 소개를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새롭게 나오는 영어 용어, 여러가지 조어를 보면 국민이 어떻게 알겠느냐”며 “최대한 우리 한글로, 쉬운 용어로 표현하는 작업을 하고 만약에 그런 용어를 마련하지 못하거나 우리말로 옮기기 어려운 용어는 하다못해 뜻, 각주라도 달아주면 훨씬 더 수월하게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회의에서 적극적인 행정을 통해 불필요한 규제를 줄여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불공정 거래 관련 신고 포상금의 법적 근거를 담은 ‘대리점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보고하자 “신고 포상금 제도가 필요하다고 공정위에서는 쭉 생각해왔던 것인데 신고 포상금 같은 제도가 꼭 법의 근거가 있어야 되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신고 포상금 같은 경우는 국민에게 권리를 제약한다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들이 아니다. 그런 내용은 당연히 법에 근거가 있어야만 할 수 있지만 이것은 공정거래 질서의 확립을 위해 도움이 되는 행위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혜택을 주는 것”이라며 “이런 부분까지 일일이 다 법에 근거가 있어야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우리 행정이 너무 늦고, 빠른 현실을 따라가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은 “규제도 마찬가지”라며 “새로운 사업 영역의 경우에 못하도록 금지 규정이 없으면 일단 할 수 있다고 해석해야한다. 법에 없는 한, 법에 금지돼 있지 않는 한 할 수 있는 것으로 적극적으로 해석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식으로 시행령 기준을 만들고 예산안이 확보되는 대로 시행할 수 있도록 이렇게 생각을 대전환한다면 규제완화라든지 이런 부분에 대해 훨씬 더 적극적인 행정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법제처에서도 적극 검토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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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politics/bluehouse/846823.html?_fr=mb3#csidxf1c3eeb19d06a39883d2adc6ce9e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