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이 자영업에는 부부처럼 사업장 안에 근무는 하지만 월급이 없는 무급 가족 종사자가 대략 120만 명 정도 된다고 합니다.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 숫자입니다. 그 숫자를 합하면 약 720만 명의 자영업자가 이 땅에 존재하고 있는 것입니다.
혹자들은 중소기업과 자영업의 숫자가 국민 전체 규모에 비해 너무 많다고 하는 분도 계십니다. 하지만 이 사람들 모두가 먹고 살려고 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이 분들 대부분은 직장을 다니다가 퇴직을 한 뒤에 먹고 살기 위해 차린 업이 바로 자영업입니다.
그 밥벌이로 자식들을 키우고 부모님을 공양합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쉬는 날도 없이 일을 해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종업원들은 주 52시간네 하면서 쉴 수가 있지만 이분들은 이것도 사업이라고 하루도 쉬지 못하고 오직 몸으로 때우며 일을 해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이 사람들이 일하는 일터는 자영업자들 대부분이 자신의 전부를 걸은 터전입니다. 이곳에 전 재산을 털어 넣었고 자신의 인생을 털어 넣었고 나아가서 자녀들과 가족들의 미래까지도 털어 넣은 곳이 바로 자영업자의 일터입니다.
이 터전이 무너지면 자영업자의 인생만 무너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가 부양하는 가족의 인생까지 무너지는 것입니다. 그런데 정부는 이 문제를 너무 쉽고 안일하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정책을 내놓는 사람들이 자영업을 한 번이라도 해봤어야 그 애환을 알지요.
경기가 이렇게 좋지 않으니 사람들은 지출을 최대한 줄이고 있습니다. 경기가 좋지 않으면 지갑을 닫을 수밖에 없는 것이 소비 심리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나의 작은 소비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제가 예를 한 번 들어보겠습니다.
손님 한 분이 우리 ‘괜찮은 사람들’ 식당에 와서 모레 오겠다는 말과 함께 10만원을 미리 선결제하고 갔다고 합시다. 그러면 저는 그 10만원을 가지고 동네 할머니가 어제 우리 식당에 납품하고 아직 받아가지 않은 상추와 배추 값 10만원을 드립니다.
그러면 그 할머니는 그 돈을 가지고 동네 슈퍼에 가서 세탁비누와 하이타이와 할아버지가 좋아하는 소주 한 병과 손주들 과자를 사가지고 옵니다. 그러면 그 슈퍼 사장님은 그 10만원 들고 세탁소에 가서 그동안 맡겨 놓고 찾아오지 않았던 세탁물을 찾아옵니다.
그리고 그 세탁소 주인은 다시 우리 괜찮은 사람들에 와서 엊그제 친구들과 함께 먹고 외상으로 달아놓은 외상값 10만원을 갚습니다. 그런데 잠시 후에 괜찮은 사람들에 며칠 전에 선 결제를 했던 그 사람이 식당에 찾아옵니다.
찾아와서는 며칠 전에 예약했던 단체 예약을 취소해야 되겠다며 우리 식당에 선 결제로 맡겨 놓았던 10만원을 다시 찾아갑니다. 결국 10만원은 원래 주인에게 되돌아갔습니다. 그런데 그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졌습니까?
식당에 예약을 한 사람은 10만원을 다시 찾아갔지만 누구 한 사람도 손해 본 사람이 없습니다. 오히려 잠시 맡겨진 그 10만원으로 여러 사람이 물건을 사고 외상값을 갚을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소비의 위력입니다.
이렇게 내가 지불한 10만원은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여러 사람을 먹여 살리는 동력이 되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 괜사에서 만든 피크닉 세트가 요즘 아주 절찬리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피크닉 세트 하나에 45,000원입니다.
어느 분이 이것을 구입하면 저는 그 45,000원으로 정육업자를 먹여 살리고, 양념 업자를 먹여 살리고, 보냉팩 업자를 먹여 살리고, 아이스박스 업자를 먹여 살리고, 아이스팩 업자를 먹여 살리고, 스티로폼 업자를 먹여 살리고, 택배 업자를 먹여 살리고, 우리 회사의 직원들을 먹여 살리고 알바생들까지 먹여 살리게 됩니다.
그러면 저로부터 물건 값을 지불 받은 협력업체 사장들은 제게 받은 그 돈으로 다시 생산자를 먹여 살리고 직원들을 먹여 살리고, 밀린 외상대금을 지불하고, 새로운 설비투자를 준비하고 그렇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월급을 받은 직원이나 알바생들은 그 돈으로 학비를 내고 학용품을 사고 어머니 용돈도 드리고 옷을 사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그러면 문방구와 옷가게는 또 그 돈으로 누군가에게... 이렇게 돈이라는 것이 돌고 돌아서 사람까지도 행복하게 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사람들은 미래가 불확실하다 보니 당장 소비부터 줄입니다. 내가 지출한 5만원이 이렇게 돌고 돌아서 수많은 사람들을 살리기도 하고 웃게도 하는데 사람들은 미래를 예측할 수 없으니 지갑부터 닫는 것입니다.
우리 몸의 혈관에 피가 잘 돌아야 우리 몸이 건강한 것처럼 돈이 구석구석까지 잘 돌아야 경제도 살아나고 국민도 건강해지는 것입니다. 그런데 국민이 그리고 재벌이나 부자들이 돈을 쓰지 않고 갖고만 있으니 전국 곳곳에서 곡소리가 나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정부가 하는 짓을 보면 욕이 나올 지경입니다.
이렇게 어려운 사정은 자영업자만의 사정은 아닐 것입니다. 막노동으로 생계를 꾸리는 공사 현장의 근로자들도 마찬가지고, 거리에 좌판을 벌여놓고 손님 대신 찾아 든 파리만 휘휘 쫓고 있는 노점상들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리고 대리운전이나 퀵서비스 일을 하는 반(半)실업의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이러한 사람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에 애정이 있어야 합니다. 특히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일 수록 더 애가 터지게 애달파야 하고 발버둥을 쳐야 합니다.
그것이 국가가 해야 할 일이고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해야 할 의무이기 때문입니다. 계속해서 무능한 정치인들을 장관으로 앉혀놓고 되지 않은 정책들을 내놓게 하는 모습을 보면서 과연 이 정부가 그 전의 정부와 다를 것이 뭐가 있냐고 묻고 싶은 심정입니다.
홍수가 나면 맨 먼저 피해를 입는 사람들은 물가에 사는 사람들입니다. 마찬가지로 경기가 안 좋으면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사람들 또한 돈 없고 힘 없는 서민들입니다.
높은 자리에 있거나 돈이 많은 사람들은 경기가 이랬거나 저랬거나 큰 피해가 없습니다. 경기가 안 좋아도 그들에게는 다른 세상의 얘기이고 오히려 이러한 불경기를 기회로 삼는 경우도 없지 않은 사람들입니다.
정책을 결정하는 사람들이 조금 더 긴장하고 잘 했으면 좋겠습니다. 미국이나 일본 같은 나라는 지금 경제 호황 때문에 일자리가 차고 넘쳐서 일하는 사람을 구하지 못해 난리라고 하는데 말입니다.
by 괜찮은 사람들
박완규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