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뼈대...
며칠 전에 몸이 아주 많이 아픈 선배님 한 분과 긴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분은 한 때 대기업의 CEO를 눈앞에 둔 분이었고, 체구도 건장해서 이분이 이처럼 아플 것이라고는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분이 작년 봄에 갑작스럽게 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로 인해 큰 수술을 두 차례나 받았고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지금은 다니던 회사도 그만두고 건강 회복에만 전념하고 있는 분입니다.
그분은 저를 만날 때마다 건강 챙기라는 당부를 늘 하곤 합니다. 지금은 건강이 뒷받침을 해주니 물불 가리지 않고 일을 할 수 있지만 건강할 때 건강을 돌보지 않으면 나중에 크게 후회하게 된다는 걱정 어린 당부를 자주 해주곤 했습니다.
지난 날 몸이 건강할 때는 자신도 빛나는 삶이었다고 했습니다.
학교 다닐 때는 언제나 전교 1~2등을 다투는 우등생이었고, 그래서 부모님과 주변 사람들로부터 늘 칭찬받는 삶이었다고 했습니다. 대학도 명문대에 입학을 하였고 직장도 남들이 부러워하는 대기업에 취직을 했습니다.
그때까지 그에게는 모든 것이 탄탄대로였습니다. 회사 안에서도 입사 동기들보다 진급이 빨라서 이른 나이에 임원이 되었고 아파트 평수도 많이 늘렸고 승용차도 고급승용차로 바꾸었고 하는 일마다 풀리지 않는 것이 없었다고 했습니다.
사람들은 그를 가리켜 ‘성공한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성공한 사람’이라는 말을 듣기 위해서 그는 언제나 앞만 보고 달려야 했습니다. 그렇다 보니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자신의 인생을 진지하게 되돌아볼 기회가 없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작년에 종합검진을 받다가 몸 안에 이상한 덩어리가 발견되었는데 정밀검진을 받아보니 그것이 암 덩어리라 했습니다. 그때까지 회사 안에서는 그가 곧 부사장이 되고 사장이 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말입니다.
고지가 바로 목전에 있었기 때문에 그는 더욱 일에 매진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의사로부터 암 선고를 받는 순간 그는 모든 것이 한 순간에 멈춰버린 느낌이 들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500원짜리 동전만한 암 덩어리 앞에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사실에 미칠 것만 같았다고 했습니다. 대표이사 자리가 눈앞에 있었고 편안한 노후가 눈앞에 있었는데 이게 뭐냐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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