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아침이 밝았다.
요즘은 쉬이 잠들지 못하는 날이 많다. 여러 가지 생각이 많기 때문이다. 남북문제도 생각만큼 쉽게 풀리지 않는다. 민심도 옛날 같지 않다는 생각도 자주 든다. 무엇보다 경기침체가 내 마음을 가장 무겁게 한다.
아무래도 개각을 해서 분위기 쇄신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누구를 빼고 누구를 세울까. 내각 중에서 마음에 쏙 드는 장관 찾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모든 장관을 바꿀 수도 없다. 이번에는 제대로 된 사람을 뽑아야 할 텐데 인재를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어제는 서울의 아파트 값이 한 달 새 2억 원이나 올랐다는 소식이 들렸다. 2억이 적은 돈인가. 그 돈은 보통의 근로자가 평생을 모아도 만질 수 없는 목돈인데 그것이 한 달 새 오르다니 말이 되는 얘기인가.
그것도 1년 동안 오른 가격이 아니라 한두 달 새 오른 가격이 이렇다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이 어느 한두 지역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서울에 있는 대부분의 아파트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상승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래서 담당 비서관을 불러서 그 연유를 물었다. 그랬더니 강남 등 일부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가격 상승세를 주도하면 다른 지역이 그에 뒤질세라 그 상승폭을 뒤쫓아 가는 이른바 '갭 메우기' 현상이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곧바로 국토부 장관에게 전화를 해서 이에 대한 대책이 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아파트 가격이 오른 것만큼 보유세를 더 올려서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고 대답을 한다. 그런데 가격이 한두 달 사이에 1억원씩, 2억원씩 오르는데 보유세 100만원, 200만원을 올린다고 해서 부동산 가격이 잡힐까 걱정이다.
이렇게 아파트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면 지금 전세를 살고 있는 사람이나 새로이 집장만을 해야 하는 젊은 사람들은 앞으로 어쩌란 말인가. 부동산이 그렇게 폭등을 하는 사이에 지난 3년간 우리나라 은행들이 벌어들인 돈은 무려 18조원이 넘는다고 한다.
이번에도 기재부 장관을 불러서 고용하고 있는 은행원도 줄이고 지점도 줄여나가는 은행들이 왜 이렇게 많이 벌었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은행들이 기업 대출보다는 안전한 주택대출에 치중해서 이렇게 많은 돈을 벌었다고 설명한다.
은행이라면 마땅히 해야 할 기업대출은 줄이면서 부동산 투기나 조장하는 안전한 돈벌이를 하는 모습은 아무리 좋게 보려고 해도 비정상적인 모습이다. 이럴 때는 누구를 불러서 무엇을 지시해야 하는지 답답하기만 하다.
요즘 김동연 부총리와 장하성 정책실장 간의 보이지 않는 힘겨루기도 마음에 걸린다. 한 사람은 관료출신이고 한 사람은 시민운동가 출신인데 서로 태생이 다르고 살아온 궤적이 다르니 경제를 바라보는 관점과 해법 또한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은 이해 못할 바가 아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러는 사이에 국가경제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지금에 와서 어느 한 사람의 손을 들어줄 수도 없다. 마음 같아서는 두 사람 다 내보내고 싶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다. 내 옆에 이렇게 사람다운 사람이 없다는 말인가.
지난해부터 정부가 쏟아 부은 일자리창출 예산이 무려 54조원이나 되었다. 이렇게 내 정책의 최우선 순위는 일자리창출이었다. 그래서 엊그제 경제분야 장관들과 비서관들을 모두 모이라고 해서 54조원이나 되는 이 돈을 어디에 사용했냐고 물어보았다.
공무원 수를 늘리고 사회복지 분야의 인력을 늘리고 새로이 취업하는 사람과 새로이 고용하는 사람에게 지원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정부가 추진한 소득주도성장의 효과가 올 연말이면 수치로 나타날 것이라는 대답을 했다.
국민들 소득이 높아지면 지출이 늘어나고, 지출이 늘어나면 경기 또한 활성화 될 것이고, 경기가 활성화 되면 일자리도 자연히 늘어나게 될 것이라 것이 정책실장의 설명이었다.
그런데 걱정되는 것은 지금 공직자들이 1조원이나 2조원 사용하는 것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들 때가 많다. 이 돈이 결코 적은 돈이 아닌데 몇 조씩 쉽게 예산을 편성하는 것을 보면 깊이 있게 그 안을 들여다 보고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동안 쏟아 부은 54조원도 부족해서 내년 예산에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위해 23조원을 더 배정했다고 설명을 한다. 이렇게 많은 예산을 쏟아 부어서 경제가 살아나고 고용이 늘어나면 다행인데 내년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규제가 많고 국가경쟁력이 떨어지면 국내 기업인이 국내보다 외국에 투자를 많이 할 수밖에 없다. 지금 국내기업들이 그러고 있지 않은가. 국내기업인 뿐만이 아니다. 외국인들도 마찬가지다. 외국인들의 국내 투자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통계가 내 마음을 더 무겁게 한다.
국가의 경쟁력은 기업의 경쟁력과 늘 궤를 같이 한다.
이렇게 국내 많은 분야의 경쟁력이 약화되니 기업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고, 기업의 경쟁력이 약해지니 우리나라에서 만드는 물건이 줄어들 수밖에 없고, 만드는 물건이 줄어드는데 일자리가 늘어날 수 없다.
이것이 거스를 수 없는 경제논리다. 나도 알고 국민들도 아는데 우리 장관들만 모르는 것 같다. 우리 정부가 지난 1년 동안 54조원을 투자했다는 일자리만 해도 그렇다. 엊그제는 담당 비서관에게 그동안 취업한 취업자의 연령별 자료를 가져와 보라고 했다.
그 자료를 보니 취업이 정말 절실한 15~49세의 취업자 수는 절대적으로 줄어들었다. 그 반면에 나이 많은 50~65세 이상의 취업자는 늘고 있었다. 특히 65세 이상은 더 많이 늘었다는 통계가 보인다.
그래서 비서관에게 이 구조가 정상적인 구조인가를 물었다. 답을 하지 못한다. 비정상이라는 것을 본인도 아는 눈치다. 이번에는 업종별 취업자를 확인해 보았다.
보건복지 분야와 행정 등 정부가 주도하는 일자리는 많이 늘었다. 예산을 들여 공무원 수를 늘렸으니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국가경쟁력의 바로미터라 할 수 있는 제조업의 일자리는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었다.
비서관에게 이것은 정상적인 구조인가를 물었다. 이 또한 대답하지 못한다. 대신에 지금 수출이 잘 되고 있으니 걱정 없다고만 대답한다.
하지만 그 안을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마음이 더 무겁다. 반도체 외에 자동차, 조선 등 주요 제조업 대부분의 업종이 뒷걸음질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에 지금과 같은 반도체 경기호황이 끝나면 우리경제는 어떻게 될 것인지 걱정이 앞선다.
이러한 걱정이 내가 요즘 잠 못 드는 이유다. 남북문제도 좋지만 아무래도 경제문제 만큼은 내가 직접 챙겨야 할 것 같다. 그동안 외치에 신경을 많이 쓰다 보니 내치에 신경을 많이 쓰지 못한 측면도 없지는 않았다.
이제부터라도 국민 곁으로 더 가까이 다가가야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힘들어 하는 현장을 더 많이 방문하고 난제가 있는 현장을 찾아가서 그들의 말에 더 귀를 기울여야겠다. 위대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 그렇게 하려고 내가 대통령이 되지 않았는가.
by 괜찮은 사람들
박완규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