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극 ‘다모’·영화 ‘완벽한 타인’ 찍고
‘트랩’으로 두 장르 콜라보
“콘텐츠 플랫폼 급변하는 시대
제작자, 트랜스포밍 가능해져야”
필름몬스터 차려 다양한 시도
“시행착오로 얻은 지혜 나누고파”
차기작 ‘지금 우리 학교는’ 진행중
‘트랩’으로 두 장르 콜라보
“콘텐츠 플랫폼 급변하는 시대
제작자, 트랜스포밍 가능해져야”
필름몬스터 차려 다양한 시도
“시행착오로 얻은 지혜 나누고파”
차기작 ‘지금 우리 학교는’ 진행중
드라마 <트랩> 이재규 총괄감독.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뒤통수 치는 반전으로 누리꾼들 사이 ‘기사 검색 금지령’이 내려진 <트랩>은 드라마와 영화의 경계를 허문 시도로 관심을 끌었다. <오시엔>(OCN)에서 방영했지만, 작가를 제외한 제작진은 모두 영화팀이다. <백야행>의 박신우 감독이 영화로 구상해놓았던 시놉시스를 남상욱 작가가 7부작으로 완성했다. 인력만의 문제는 아니다. 흔히 드라마에서 쓰는 하이키 조명(빛이 풍부해 그림자가 약하고 화면을 밝게 촬영하는 방법)이 아닌 로키 조명(명암의 대비를 강조해 입체감을 살리는 방법)을 사용하는 등 제작 측면에서도 영화적인 새로움을 입혔다. <트랩>을 총괄하는 이재규 감독은 “3년 전 기획했는데 드라마로 옮기면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등 이야기 줄거리가 더 힘이 있어졌다”고 말했다. 스크린을 고집하지 않고 더 적합한 플랫폼을 찾아 나서 변주한 것이 <트랩>의 성공비법이다.
그 중심에 드라마 피디이자 영화감독인 이재규가 있다. 그는 지난 25일 <한겨레>와 만나 “이제 영화와 드라마는 경계 없이 오가야 하는 시대”라며 “장기적으로는 콘텐츠 플랫폼이 급변하는 뉴미디어 흐름에 발맞춰 제작자들이 어떤 플랫폼에도 최적화될 수 있게 트랜스포밍(변형)이 가능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영화감독은 영화에 맞는 이야기, 드라마 피디는 드라마에 적합한 스토리를 찾는 것이 아니라, 소재를 먼저 생각한 뒤 구현해내기에 가장 적합한 플랫폼을 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재규 감독은 “<트랩>이 그 시작점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드라마와 영화의 경계를 오가는 ‘트랩’의 촬영 장면. <씨네21> 자료 사진.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는 시도는 1~2년 전부터 있었다. 영화 <터널> 김성훈 감독이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을 선보였고, 박찬욱 감독은 지난해 영국 <비비시> 드라마 <리틀 드러머 걸>을 연출했다. 영화 <극한직업> 이병헌 감독도 7월 방영하는 드라마 <멜로가 체질>(제이티비시)을 만든다. 드라마 피디 출신인 이재규 감독도 영화 <완벽한 타인>의 차기작으로 다시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제이티비시)을 택했다. 그는 “예전엔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는 것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는데, 최근에는 드라마도 영화처럼 만듦새가 좋아지고 사전 제작이 일반화되는 등 제작환경이 달라져 최근 영화와 드라마를 자연스럽게 오가는 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트랩>도 100% 사전 제작이어서 티브이에서 싹을 틔울 수 있었다.
특히 이재규 감독은 <다모>로 드라마 ‘잡고’, <완벽한 타인>으로 영화를 ‘잡은’ 뒤 <트랩>으로 두 장르를 콜라보했다는 점에서 행보가 주목된다. 그는 “본의 아니었다”지만, 오랫동안 뉴미디어 시대에 맞는 ‘트랜스포머’가 되려고 준비해왔다. 2003년 첫 메인 연출작인 드라마 <다모>로 스타 피디가 된 이후 이듬해인 2004년 “왜 그러냐”는 주변의 만류에도 프리랜서로 독립해 드라마는 물론 연극을 연출하고, 광고를 찍었다. 2014년엔 “진짜 왜 그러냐”는 만류에도 영화(<역린>)를 만들었다. 다양한 곳에서 도전하고 깨지기를 반복하며 차곡차곡 자산을 쌓아간 것이다. 그는 “플랫폼마다 촬영 기법이 다른데,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하나씩 배웠고, 지금은 조금 간극을 좁히게 된 것 같다”며 “드라마는 많은 것을 포기하더라도, 하루 100~200컷을 찍어내는 효율성이 중요해서 영화감독들이 적응하기 힘들다. 영화는 촬영이 끝나고 후반 작업이 5개월 넘게 이어지는데 촬영 때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는 드라마 피디들은 그 에너지 조절을 하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역린>에선 그 차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시행착오를 거쳤지만, <완벽한 타인>으론 흥행몰이했다.
이재규 감독.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그는 “시행착오를 겪었기 때문에 다른 이들이 플랫폼을 오갈 때 도와주고 조언해줄 수 있을 것 같다. 다양한 시대에 발맞추는 대중문화 허브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실제로 콘텐츠 제작사 필름몬스터를 차린 이후 박신우 영화감독을 드라마에 진출시킨 것을 시작으로 이런 시도를 계속해나갈 예정이다. 최근 드라마 피디 두세명과 계약해 내년에 연출할 영화를 준비한다. <완벽한 타인>을 연극으로 만드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플랫폼의 통합은 각 영역의 소재도 확장하는 긍정적 작용을 낳았다. <트랩>은 드라마에서는 이례적으로 ‘나쁜 놈’이 주인공이다. 이재규 감독은 “드라마로 내보낼 생각을 하고 만들었으면 이런 이야기가 나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지상파 출신 드라마 피디도 “드라마 주인공은 시청자의 응원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착해야 한다’는 정서가 있다. 처음부터 드라마 시놉시스로 받았다면 사이코패스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드라마는 채택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재규 감독의 차기작인 웹툰 원작 <지금 우리 학교는>도 좀비가 나오는 세상에서 고등학생들이 어떤 선택을 할 것이냐라는 이색적 소재를 다룬다. 그는 “플랫폼에 한정되지 않고 새롭고 다양한 이야기를 쏟아내고 싶다”며 “4~5년 안에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더 로드> 처럼 세계가 다 파괴된 상태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관계를 재편성하고 생존해나가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