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호 목사 Facebook. 2019. 1. 31. 목요일 / 피자 할아버지.|김동호목사의 페이스북
김동호 목사 Facebook. 2019. 1. 31. 목요일
피자 할아버지.
1. 몇 년 전부터 이곳 치앙마이에서도 코스타가 열린다. 유스 코스타다. 이곳에 이렇게 많은 아이들이 있었나 싶으리만큼 많이 모인다. 올해도 180명 정도가 참석할 예정인 모양이다. 2. 아이들이 기특해서 첫해부터 피자 사서 한 번 씩 돌렸었다. 함께 거들어 주시는 장로님들이 계셔서 할만했다. 아이들은 나를 피자 할아버지로 기억해 주는 것 같다. 피자 할아버지. 좋지. 3. 진행하는 목사님들이 올해도 피자 사줄건지 조심스럽게 물어 왔다. 사줘야지라고 대답은 했는데 속에선 계산이 진행된다. 권장로님이 함께 해 주시겠다고 하셨으니 절반만 내면 되는데 얼마를 내야지? 나 은퇴해서 전과는 좀 다른데... 이 친구들이 그걸 모르나봐... 4. 은퇴하기 전에는 그런 생각없이 쉽게 생각하고 결정했던 일인데 이젠 계산하게 된다. 아무래도 부담이 조금 되기 때문이다. 5. 그런데 느껴지는 그 부담이 부담스러우면서도 웬지 좋다. 너무 부담없이 살아왔던 삶에 대한 빚 갚음 같은 생각이 들어서다. 6. 막내가 작년 3월부터 옷 장사를 한다. 10평 남짓한 그것도 일층도 아닌 이층을 얻어서. 아이가 장사를 하면서 우리 부부에게 해 준 말이 있다. '돈 버는 거 너무 힘들어' '목사들은 교인들이 이렇게 힘들게 돈 벌어서 헌금하는 거 잘 모르는 것 같아' '허상을 보고 목회했던 것 같아' 말은 안 했지만 가슴이 뜨끔했었다. 7. 내 목회라고 어려움이 없었겠나만은 그래도 세상적으로 잘 나가는 목회를 하는 바람에 솔직히 목사인데도 경제적인 어려움 모르고 살아왔던게 사실이다. 교인들의 그 빡빡한 살림살이 그 형편 모르고 쉽게 쉽게 설교하고 목회했던게 사실이다. 8. 처음으로 아이들 피자 사주는 일에 대한 부담을 느끼며 조금이라도 속죄(?)하는 것 같아 마음이 풀리는 느낌이다. 그 느낌이 좋다. 9. 애들아 피자 맛있게 잘 먹거라 그리고 내년에도 또 사줄게 쬐끔 부담스러웠다는 것 뿐이지 진짜로 부담스러운건 아니야. 올해도 유스코스타에서 하나님을 만나고 너희들의 인생과 미래를 만나거라. 그 까짓 피자가 문제겠냐? 너희들 예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