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갑작스레 숨져…향년 69
성우 고 박일. 사진 연합뉴스
영화 <토이스토리>의 ‘버즈’ 목소리 연기로 유명한 성우 박일(조복형)이 31일 별세했다. 향년 69.
고인은 평소 특별한 지병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정확한 사인은 공개되지 않았다.
1967년 <티비시>(TBC) 3기 공채 성우로 데뷔한 그는 돋보이는 중후한 목소리로 왕성하게 외화 더빙 활동을 벌였다. <주말의 명화>와 <토요명화> 등이 안방극장을 점령하고 있던 시절, 그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알파치노, 피어스 브로스넌, 말론 브랜도 등 수많은 할리우드 톱배우들의 목소리를 연기하며 인기를 모았다.
특히 젊은 세대에겐 미국 드라마 <시에스아이>(CSI)에서 ‘라스베이거스 과학수사대 반장 길 그리섬’으로 깊이 각인돼 있으며 디즈니의 인기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에선 1995년 1편 때부터 최근 개봉한 4편까지 주인공 ‘버즈’에 한국어의 향기를 불어넣었다. 그는 세상을 떠나기 며칠 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버즈’를 24년동안이나 맡은 비결에 대해 묻자 “목소리가 가장 나중에 늙으니까”라고 답하며 깊은 애정을 표현하기도 했다.
그는 성우 외에도 배우로서 영화, 연극, 드라마에 출연해 넘치는 끼로 다채로운 캐릭터를 연기했다. 고인과 같은 연도에 성우 활동을 시작한 이근욱 한국성우협회 명예이사장은 이날 <한겨레>와 통화에서 “성우계의 큰별이 졌다. 영화부터 광고, 방송 등 다방면에서 활약한 성우였다. 목소리가 힘이 있고 매력적이었다”며 “사흘 전까지 후배들과 함께 녹음을 했는데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유족으로는 조성만·경아·성재씨, 권순범씨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발인 2일 오전 8시15분. (02)2258-59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