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수·천경윤·윤건영·김경수
대화방서 금융권 인사 논의 정황
검, 자료제출 요구에 청 “폐기했다”
강제수사해도 ‘임의제출’ 형식 전망
대화방서 금융권 인사 논의 정황
검, 자료제출 요구에 청 “폐기했다”
강제수사해도 ‘임의제출’ 형식 전망
(사진사용시 얼굴모자이크처리 판단요망)금융위원회 재직 시절 업체들로부터 뇌물 등을 받고 편의를 봐줬다는 혐의를 받는 유재수(55)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27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유재수(55·구속)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텔레그램 대화 목록은 청와대 감찰 무마와 인사 개입 의혹을 밝혀줄 핵심 증거다. 검찰은 청와대에 디지털 포렌식(디지털 증거 분석) 자료를 제출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청와대는 “자료가 폐기됐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자료 확보를 위해 청와대를 ‘강제수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 무마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 이정섭)는 청와대 핵심 인사들의 금융권 인사 개입이 유 전 부시장 감찰 무마의 배경으로 보고, 청와대의 인사권 남용 여부를 파악 중이다. 검찰은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실 특감반원 등을 조사해 천경득(46) 청와대 총무인사팀 선임행정관과 윤건영(50)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김경수 경남도지사(52) 등이 유 당시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과 함께 금융권 인사에 개입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에서 유 전 부시장을 통해 금융권 인사를 좌지우지했다는 의혹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당사자들은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 자체가 없었다는 입장”이라고 선을 그었다.
2017년 특감반은 유 당시 국장의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엑셀 파일 형태로 100시트가 넘는 분량의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금융권 인사와 관련된 내용이 상당 부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은 핵심 증거물인 디지털 포렌식 자료의 원본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나와 조사를 받은 특감반원들은 “청와대에 두고 나왔다”고 진술했고, 청와대는 “자료를 폐기했다”는 입장이다. 검찰이 청와대 강제수사를 검토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청와대는 국가보안 시설인 만큼 강제수사는 자료를 임의 제출하는 형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2012년 이명박 정부 당시 서울 내곡동 사저 부지 의혹 사건을 수사했던 이광범 특검팀은 이 전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씨가 청와대 대통령 방의 컴퓨터로 작성했다는 ‘차용증’ 원본 확보를 위해 청와대 압수수색을 두 차례 시도했지만 결국 임의 제출 형식으로 자료를 받았다. 박근혜·문재인 정부 역시 청와대 내 진입을 허락하지 않았고, 자료만 제출했다. 유 전 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민정수석실 특감반을 강제수사 대상으로 지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자료 임의 제출 형식이 될 경우 청와대가 ‘알맹이’ 있는 자료를 내놓을지 미지수다. 법조계 관계자는 “결국은 청와대가 선택해서 자료를 주는 것”이라며 “청와대와 검찰 관계가 더욱 경색될 텐데 그 정도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검찰 출신 변호사는 “특감반원들이 자료가 있는 곳을 지목했고 법원이 영장을 발부했다면 청와대가 자료를 안 주기는 힘들 것”이라며 “특히 유 전 부시장의 비위가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된 상황에서 청와대가 규정에 맞지 않게 감찰 자료를 삭제했다면, 증거인멸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