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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잘알’ 되려면 꼭 봐야 할 영화 세 편

성령충만땅에천국 2020. 1. 25. 04:14

‘봉잘알’ 되려면 꼭 봐야 할 영화 세 편

등록 :2020-01-24 11:53

 

[설 연휴 봉준호 필모 탐구생활]

천재적 재능 발휘한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
평단 호평 일색에도 관객 호불호 갈린 ‘마더’
넷플릭스와 손잡은 글로벌 프로젝트 ‘옥자’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연일 한국 영화의 새 역사를 쓰고 있다. 지난해 한국 영화 사상 최초로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데 이어, 올해 초 한국 영화 최초로 미국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다. 다음 달 9일(현지시각) 열리는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는 작품상, 감독상 등 6개 부문 후보에 올라있다. 한국 영화 최초로 국제영화상 수상이 유력하게 점쳐지는 가운데, 다른 부문에서도 오스카 트로피를 안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이번 설 연휴 동안 봉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탐구하며 아카데미 수상을 기원해보는 건 어떨까? <살인의 추억>(2003) <괴물>(2006) <설국열차>(2013) <기생충>(2019) 등 흥행에 성공한 영화들은 이미 많은 분이 봤을 테니, 오늘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영화 세 편을 소개한다. 이 영화들까지 완전정복하면 어디 가서 봉 감독 영화 세계를 좀 안다고 어깨에 힘깨나 줄 수 있을 것이다.

영화 <플란다스의 개> 스틸컷. 시네마서비스 제공
영화 <플란다스의 개> 스틸컷. 시네마서비스 제공
■ <플란다스의 개>(2000)

특징: 봉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조용한 중산층 아파트에서 벌어진 강아지 연쇄 실종 사건을 소재로 한 코미디다.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독특하고 재기발랄한 연출로 일찌감치 천재적인 재능을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뮌헨영화제 신인감독상과 홍콩영화제 국제영화비평가상 등을 수상했다. 풋풋한 신인 시절의 배두나도 볼 수 있다.

줄거리: 백수와 다를 바 없는 시간강사 윤주(이성재)는 아파트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개 짖는 소리에 괜히 예민해진다. 분리수거를 하고 들어오던 중 옆집 문 앞에 있는 강아지를 발견하고, 그 개를 납치해 아파트 지하실에 가둬버린다. 한편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경리 직원으로 일하는 현남(배두나)은 옥상에 올라갔다가 건너편 옥상에서 한 사내가 개를 죽이는 장면을 목격한다. 현남은 정체를 알 수 없는 괴사내를 쫓기 시작한다.

강추! 이 장면: 현남이 아파트에서 수상한 남자를 발견하고 추격전을 벌이는 장면. 원색의 노란 후드티를 입은 현남이 긴 복도를 가로지르며 원색의 붉은 티셔츠에 모자를 쓴 사내를 쫓는 모습을 멀리서 잡은 장면은 독특한 리듬감과 기하학적 미장센을 만들어낸다. 현남의 장렬한 최후는 웃음과 탄식을 동시에 자아낸다.

영화 <마더> 스틸컷. 씨제이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마더> 스틸컷. 씨제이엔터테인먼트 제공
■ <마더>(2009)

특징: 봉 감독 필모그래피에서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 다음으로 관객이 적게 든 영화. 298만여 관객이 들었다. 결코 적지 않은 관객 수이지만, 봉 감독의 다른 영화들이 워낙 관객 수가 많아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는다. 모성을 소재로 한 스릴러로, 봉 감독의 유일한 청소년관람불가 영화다. 평단의 극찬을 받았지만, 시종일관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 때문인지 관객들 사이에선 호불호가 갈렸다. 김혜자의 신들린 듯한 연기가 인상적이며, 원빈의 군 제대 이후 복귀작으로 관심을 모았다.

줄거리: 읍내 약재상에서 일하며 아들과 단둘이 사는 엄마(김혜자). 그에게는 28살 나이답지 않게 제 앞가림을 못 하는 어수룩한 아들 도준(원빈)이 있다. 어느 날, 한 소녀가 살해당하자 도준이 범인으로 몰린다. 엄마는 아들을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지만, 경찰은 서둘러 사건을 종결짓고 무능한 변호사는 돈만 밝힌다. 믿을 사람 하나 없이 혼자 범인을 찾아 나선 엄마. 도준의 혐의가 굳어져 갈수록 엄마는 절박해져만 간다.

강추! 이 장면: 영화는 엄마가 수풀이 우거진 황무지에서 춤을 추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기묘한 표정으로 뭔가에 홀린 듯이 춤추는 엄마의 얼굴에 슬픔이 드리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엄마는 또 춤을 춘다. 영화 도입부와 같은 음악이 나오지만, 이 춤의 의미는 처음과 다르다. 자막이 다 올라갈 때까지 마음을 추스르기 힘들 정도로 깊은 여운을 남긴다.

영화 <옥자>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영화 <옥자>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 <옥자>(2017)

특징: 봉 감독이 글로벌 오티티(OTT) 서비스 업체 넷플릭스와 손잡고 만든 영화. 개봉 당시 국내 멀티플렉스 상영관들이 보이콧하는 바람에 극히 일부 극장에만 걸렸다. 지금도 넷플릭스에서만 볼 수 있는데, 넷플릭스는 새로 가입하면 한 달 간 무료 이용이 가능하다.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했으나 넷플릭스 영화에 배타적인 분위기 탓에 수상하지는 못했다. 틸다 스윈턴, 제이크 질렌할, 폴 다노, 스티븐 연 등 할리우드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고, <기생충>의 최우식과 이정은도 만날 수 있다. 이정은은 거대 돼지 옥자의 목소리 연기를 맡았다.

줄거리: 강원도 산골 소녀 미자(안서현)에게 거대 돼지 옥자는 10년간 함께 자란 둘도 없는 친구이자 소중한 가족이다. 자연 속에서 평화롭게 지내던 어느 날, 글로벌 기업 미란도 직원들이 나타나 옥자를 미국으로 끌고 가려 한다. 할아버지(변희봉)의 만류에도 미자는 옥자를 구하기 위해 위험천만한 여정에 나선다. 극비리에 슈퍼돼지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미란도와 옥자를 앞세워 은밀한 작전을 수행하려는 동물보호단체까지 얽히면서 옥자를 구하려는 미자의 앞길은 험난해져만 간다.

강추! 이 장면: 미란다 서울 사무소에서 옥자를 탈출시킨 미자는 옥자와 함께 도망치다 지하상가로 들어간다. 아수라장 속에서 달리면서 옥자와 셀카를 찍는 한 시민의 모습이 웃음을 자아낸다. 옥자 목소리를 연기한 이정은이 실제 모습으로 깜짝 출연하는 장면도 나온다. 다이소 매장에서 옥자가 붙잡힐 위기에 처했을 때 존 덴버의 ‘애니스 송’이 애잔하게 흐르며 화면이 느려지는 대목을 놓치지 말 것.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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