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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국회다][공감세상] 질병관리본부의 비밀 / 김우재

성령충만땅에천국 2020. 4. 8. 02:59

[공감세상] 질병관리본부의 비밀 / 김우재

등록 :2020-04-06 18:03수정 :2020-04-07 09:17

 

김우재 ㅣ 초파리 유전학자

 

국정농단 세력의 위기대응 능력은 처참했다. 박근혜 정부는 세월호 참사뿐 아니라, 2015년 메르스 유행에서도 무능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환자의 동선과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아 골든타임을 놓친 주제에, 허위사실 유포를 엄벌한다며 엉뚱한 데다 에너지를 쏟았다. 보건복지부는 메르스 발병 병원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발표로 모두를 당황시켰다. 삼성서울병원이었다. 보건당국의 정보 차단은 명백한 현행법 위반이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6조에 따르면 국민은 “감염병 발생상황, 감염병 예방 및 관리 등에 관한 정보와 대응방법을 알 권리가 있다.” 세월호처럼 컨트롤타워는 부재했고, 정부부처는 대통령 눈치만 보느라 경직되어 있었다. 국가 리더십의 부재와 감염병 위기가 만나면 언제든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교훈을, 우리 국민은 뼈저리게 배웠다.

 

메르스 사태 직후 대한감염학회는 <메르스 연대기>라는 백서를 발간한다. 백서의 3장은 ‘신종 바이러스와의 일전에 대비하라!’는 제목으로, 여기서 다루어지는 주요 사안들은 첫째, 방역 컨트롤 조직의 문제, 둘째, 예방의 문턱을 높이는 문제, 셋째, 감염병 전문인력의 양성과 처우 문제, 넷째, 감염병에 대한 정부의 장기적인 안목과 사전 투자, 다섯째, 민간과 정부 사이의 투명한 정보 교환과 공개 등이다. 메르스 사태 직후 질병관리본부는 큰 변화를 겪는다. 질병관리본부장은 차관급으로 승격됐고, 검역체계가 정비되고 민관의 협업 창구가 마련됐다. 코로나19에서 민간기관이 진단을 수행할 수 있는 이유는, 질본이 감염병분석센터를 신설하고 진단시약에 대한 긴급사용승인제도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박근혜는 그 난리에도 정신을 못 차리고 내과 전문의를 질병관리본부장으로 임명했다. 박근혜가 탄핵되고, 문재인 정부는 정은경 본부장을 발탁한다. 메르스 사태에서 징계를 받았지만 감염병에 대한 전문성이 탁월했기 때문이다. 그 선택의 결과를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치르는 총선에서 여야 모두 보건복지부 복수 차관제를 도입해 보건의료 차관을 신설하고, 질병관리본부를 청으로 승격하며, 감염병 전문병원을 설립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하지만 이미 2015년에 똑같은 논의가 있었다. 당시 국회에서 정부 조직개편을 두고 여러 논의가 오갔지만, 언제나 그렇듯 국회는 무능했다. 코로나19를 세계가 칭찬할 정도로 잘 막고 있는 건, 국회의 무능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문재인 정부의 각 부처가 치열하게 준비해왔기 때문이다.

 

코로나19 같은 인수공통감염병에 대처하는 정부부처는 보건복지부, 농림축산식품부, 환경부 등으로 산재되어 있다. 2019년 3월, 정은경 본부장 주도로 인수공통감염병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원헬스 포럼이 열린다. 2017년 취임사에서 정은경은 메르스를 언급하며 감염병 대응을 1순위 목표로 설정하고, 이를 위해 신속하고 강력한 컨트롤타워를 만들어나가겠다고 다짐한다. 그는 질병관리본부가 “과학적인 전문성을 핵심으로 하는 전문적인 질병 관리 및 연구 조직”이라고 규정한다. 전문가가 필요한 자리에, 진짜 전문가를 데려다 놓으면, 세상은 변한다. 정부와 국회는 이들을 지원하고 필요한 입법을 해결하면 된다.이 사태가 끝나도 해야 할 일이 많다. 가장 큰 문제는 보건복지부가 보건과 복지라는 이질적인 두 부처의 합작이라는 점이다. 보건복지부에 보건의료 차관을 신설하고 의료전문가를 임명해야 한다. 질병관리본부는 청으로 승격해야 한다. 국민 수천만의 목숨을 다루는 부처가 검찰청보다 못할 이유가 없다. 질병관리본부의 청 승격과 함께 지역본부가 설치되어야 감염병에 더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 감염병 전문병원 역시 중요한 숙제다.

 

문제는 국회다. 메르스 사태 이후 이 모든 논의가 있었지만 국회의 진흙탕 대립으로 아무런 진척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곧 총선이다. 코로나19를 지켜본 국민의 상식이 건강한 판단을 내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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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935868.html#csidxdf439908735b5c9bc4f5958cf316d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