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언론

[세상읽기] 코로나19와의 전쟁과 한국 경제 / 이강국

성령충만땅에천국 2020. 4. 8. 03:15

[세상읽기] 코로나19와의 전쟁과 한국 경제 / 이강국

등록 :2020-04-06 18:23수정 :2020-04-07 11:07

 

이강국 / 리쓰메이칸대 경제학부 교수

 

전세계가 코로나19와 전쟁을 벌이고 있다. 사람들이 코로나19로 쓰러지고 의료진은 최전선인 병원에서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후방에서 거리두기를 하며 전염병과 싸우는 중이다.

 

이 전쟁 상황에서 각국은 방역과 경제 사이의 갈등에 직면해 있다. 사람들을 살리고 의료붕괴를 피하기 위해 전염병 확산 속도를 늦춰야 하는데, 이를 위해 사람들의 이동을 막고 도시를 봉쇄하는 것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미국은 지난 2주 동안 실업자가 약 1000만명이나 증가했고 2분기 경제성장률이 연율로 마이너스 30%에 이를 것이며 올해 중반 실업률이 약 15%나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심각한 불황으로부터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서도 정부가 나서야 한다. 미국 연준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회사채까지 매입하는 무제한의 양적완화를 선언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재정정책인데 미국 정부는 국내총생산(GDP·지디피)의 약 10%인 2조달러의 경기부양책을 도입했고 추가적으로 비슷한 규모의 인프라스트럭처 공공투자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유럽과 일본도 대규모의 재정확장을 추진 중이다.

 

바야흐로 전염병과의 전쟁에서 효과적인 정책을 고민하는 팬데믹 경제학이 필요한 때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이 싸움에서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지 않고 기업들이 파산하지 않도록 정부가 과감하고 신속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먼저 정부가 임금을 지원하거나 실업보험을 대폭 확대하고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에게 현금을 지급하는 등 위기로 타격을 받은 사람들을 도와야 한다. 유급휴가에 대한 지원은 사람들이 집에 머무르도록 하여 전염병 확산 방지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실제로 미국 정부는 연소득 7만5000달러 이하의 개인에게 현금 1200달러를 지급하고 실업보험 확대를 위해 총 2600억달러를 지출하기로 했다. 영국 정부는 기업의 고용 유지를 위해 임금의 최대 80%를 부담할 계획이다. 독일 정부도 임금을 지원하고 자영업자 등에게 5000유로를 신속하게 지급하는 등 유럽 각국도 사회안전망을 강화하여 취약계층과 노동자들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기업의 파산을 막기 위해 정부가 대출을 보증하고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며 필요한 경우 자본 투입을 통한 사기업의 인수도 고려해야 한다. 특히 여러 학자들과 국제통화기금은 이러한 자금 지원이 일자리를 보전하고 자사주 매입을 제한하는 조건하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모두가 엄청난 돈이 드는 일이지만, 한국과 함께 재정건전성의 대표적인 나라였던 독일 정부도 필요한 것은 뭐든지 하겠다며 균형재정의 도그마를 깼다.

 

한국은 발병 초기의 적극적인 대응으로 방역에 성공하여 강력한 제한 없이 감염 곡선을 평평하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따라서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로 경제가 악화되는 정도가 서구에 비해서는 덜할 것이다. 그러나 한국도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소비가 크게 위축되어 서비스업의 피해가 클 것이다. 특히 수출의존도와 글로벌 가치사슬의 편입도가 매우 높은 한국 경제는 다가올 세계경제의 위기로 인해 제조업에도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결국 세계경제가 불황에 빠지면 한국도 심각한 불황과 고용불안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고려하면 현재 한국 정부의 대책은 한계가 크다. 정부는 코로나 추경 이후 기업의 도산을 막기 위한 100조원 금융지원과 소득 하위 70% 가구에 대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발표했다. 그러나 경제상황은 날로 악화되는데 필요한 지원이 신속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의문스럽다. 재난지원금도 모든 국민에게 개인별로 지급하고 이후에 세금으로 선별 환수하는 방안이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고용의 유지와 실업자나 취약계층의 소득 보전을 위한 노력 그리고 피해가 큰 자영업자와 서비스업에 대한 지원대책은 크게 부족하며 앞으로 공공투자 확대를 위한 계획은 보이지 않는다.

 

코로나19에 대응하는 한국 정부의 직접지출 비중은 재난지원금을 위한 2차 추경을 더해도 지디피의 약 1%에 불과하다. 미국은 6%, 독일은 4%가 넘는다. 이러한 규모와 내용의 대책으로 다가올 심각한 불황과 실업사태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까. 경제상황에 대한 정부의 판단과 대책은 최악을 가정하고 적극적이고 신속하게 이루어진 방역과 반대로 보일 정도다. 전염병과의 전쟁에서 세계의 모범이 되고 있는 한국이 불황에 맞서는 싸움에서도 승리할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이슈코로나19 세계 대유행

연재세상읽기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935873.html#csidx75e710a7ebdf3f5829d23170e9b1d1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