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언론

예수님이 지금 여기 있다면 [송재소(성균관대 명예교수)]

성령충만땅에천국 2020. 4. 14. 05:54
예수님이 지금 여기 있다면
송 재 소 (성균관대 명예교수)

지금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몸살을 앓고 있다. 2020년 4월 8일 현재 세계 전체의 확진자가 142만 명이고 누적 사망자는 8만 2천 명에 이른다. 이 전염병은 무서운 속도로 확산되고 있어 앞으로 얼마나 더 큰 희생자가 나올지 예측하기 어렵다. 14세기 중엽에 유럽을 휩쓴 페스트를 연상케 한다. 페스트는 3년 동안 2천만 명 이상의 희생자를 내어 중세 유럽의 사회구조를 바꿀 만큼 치명적이었다. 의학이 발달한 현대에서 그 정도로 많은 희생자가 나오리라고는 생각되지 않지만, 한편에서는 벌써부터 세계적인 대공황을 예견하기도 하는 실정이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어서 4월 8일 현재 확진자가 1만 명을 넘어섰고 누적 사망자도 200여 명에 이른다. 미국이나 이탈리아, 스페인 등에 비하면 확산속도가 느린 것은 다행이지만 결코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코로나19는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입힐 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일상적인 삶의 패턴마저 바꾸어 놓고 있다.

코로나19와 신천지 교회

지난 1월 20일 국내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이래 방역당국의 적극적인 조치로 성공적인 관리가 되어오던 중 2월 18일 31번 확진자에 의해서 급속도로 전파되었다. 이전까지 30명 대였던 확진자가 31번 이후 3일 만에 100명으로 증가했다. 확인 결과 31번은 확진 판정을 받기 전 대구의 신천지 교회에서 1000여 명과 예배를 보았다고 한다. 예배에 참석한 이후 여러 곳을 다니면서 코로나를 전파시켜 이른바 ‘슈퍼 전파자’가 된 것이다. 31번 이외에도 신천지 교회는 독특한 예배방식으로 인해 코로나19 확산의 주범이라는 혐의를 벗어나기 어려웠다. 급기야 신천지 교회 신도중에서 5000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오기에 이르렀다.

여기서 우리는 신천지 교회를 포함한 기독교의 종교 집회에 대하여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기성 기독교 교단에서는 신천지를 이단으로 단정하고 있지만 다 같이 하나님과 예수님을 받드는 점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현장 예배를 자제해달라는 방역 당국의 강력한 권고에도 불구하고 많은 교회가 집회를 계속하고 있다. 신도들에게 소금물을 주입시킨 은혜의 강 교회에서는 예배를 강행하여 하루에 40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왔고, 만민 중앙교회에서는 4월 6일 현재 41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간첩이다”라 말한 태극기부대의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사랑제일교회도 그의 구속에도 불구하고 예배를 강행하고 있다.

종교 집회, 강행해야 하는가?

이들이 내세우는 명분은 집회금지 명령이 ‘명백한 종교탄압’이라는 것이다. 기독자유통일당은 신문 광고에서 “예배를 막을 권리, 국가에겐 없다”고 했다. 익산 천광교회의 안홍대 목사는 “예배의 소중함, 중요함, 필연성은 오늘 우리에게 두말하면 잔소리”라면서 “예배 안 드리면 저주가 찾아온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나님이 명령하시면 그날부로 코로나는 소멸할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 더 나아가 송도 가나안 교회의 김의철 목사는 “정부의 대처나 의학의 힘보다 하나님을 더욱 의지해야한다”는 황당한 설교를 했다.

한국의 기독교 목사들 모두가 이와 같이 허황한 이야기를 하진 않겠지만 이들이 내세우는 ‘하나님’의 정체가 도대체 무엇인가? 학술적 용어로 말하면 ‘신(神)’일 것이다. 과연 이들이 말하는 데로 과학의 힘보다 하나님을 더 믿어야 코로나를 물리칠 수 있다는 것인가? 최근에 발견된 한 편지에서 아인슈타인은 “나에게 신이란 단어는 인간의 나약함에 대한 표현과 결과물 이상의 의미는 없다”고 말했다. 또 유대인인 그는 유대교에 대해서도 “나에게 유대교는 다른 종교처럼 유치한 미신의 화신”이라 말했다. 모든 종교가 미신이라는 것이다. 영국의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도 그의 저서 『위대한 설계』에서, 우주의 설계와 탄생, 운행에 있어 신이 설 자리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의 한 인터뷰에서 “천국이나 사후세계는 실재하지 않는다. 천국이나 사후세계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믿음은 죽음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을 위한 동화일 뿐이다”고 하여 아인슈타인이 종교를 ‘유치한 미신의 화신’이라 한 말을 뒷받침했다.

현장 예배를 고집하는 한국의 목사들은 아인슈타인과 호킹의 말에 한 번쯤은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예수님이 지금 여기에 있다면 예배를 강행하라고 말할까? 위대한 성인(聖人)인 예수께서 그를 따르는 신도들에게 무서운 코로나의 전파자가 되라고 말하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