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訴訟]=자유 평등 정의

[왜냐면] 세월호 순직 기간제교사의 끝나지 않는 차별 / 박혜성

성령충만땅에천국 2020. 4. 17. 06:55

[왜냐면] 세월호 순직 기간제교사의 끝나지 않는 차별 / 박혜성

등록 :2020-04-15 16:34수정 :2020-04-16 13:41

 

박혜성 ㅣ 전국기간제교사노동조합 위원장

 

“4월16일이 우리 초원이 생일입니다. 생일 축하해주세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을 때 학생들을 구하고 희생된 김초원 선생님 아버님의 말씀이다. 하나밖에 없는 딸을 영영 볼 수 없는 곳으로 보낸 부모의 심정을 그 무엇으로 헤아릴 수 있을까? 생일이 기일이 되어버린 현실이 참으로 기가 막힌다. 그러나 이보다 더 기막힌 것은 죽음 이후에도 계속되는 차별이다.

 

김초원 교사는 단원고 2학년 3반 담임으로 학생들과 함께 수학여행 길에 올랐다. 학교는 사고에 대비한 생명보험을 김초원 교사가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들어주지 않았다.

 

2017년 4월 김초원 교사의 아버지는 딸이 당한 차별에 분노해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은 1심, 2심에서 모두 경기도교육청의 손을 들어주었다. 기간제 교사는 정규 교사와 다른 신분이므로 기간제 교사를 보험에 가입시키지 않은 것에 정당한 근거가 있고, 설사 이러한 행동에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고의성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수학여행은 체험학습이라는 교육과정의 일환이고 김초원 선생님은 담임교사의 책임을 맡아 참가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학생들이 있던 4층으로 내려가 학생들에게 구명조끼를 입혀주고 끝까지 탈출을 돕다 희생됐다. 그는 마지막까지 교사로서 책임을 다한 것이다.

 

그런데 학교당국은 생명·상해보험은 물론이고 여행자보험조차 들어주지 않았다. 정규 교사는 필수로 가입시키는 복지제도였지만 기간제 교사는 정규 교사가 아니라서 보험 가입이라는 복지제도에서 배제당했다. 이는 명백한 차별이고 이에 대한 책임은 경기도교육청이 져야 한다.

 

1심과 2심은 기간제 교사는 정규 교사와 다르다고 한다. 그러나 기간제 교사는 정규 교사와 다르지 않다. 기간제 교사는 수업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담임, 학생부 사안 등을 맡을 뿐만 아니라 부서를 책임져야 하는 부장교사도 맡고 있다. 또한 기간제 교사들이 제기한 다른 여러 소송에서 법원은 기간제 교사들이 정규 교사와 본질적으로 같은 업무를 하고 있다고 인정했고,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도 이 점을 지적하며 기간제 교사에게 가한 차별을 시정하라고 권고했다.

 

고의성이 없다는 법원의 판결도 이해하기 힘들다. 인권위는 2012년 부산시교육청이 기간제 교사에게 보험 가입과 복지비 지급(맞춤형 복지제도)을 하지 않은 것이 차별이니 바로잡으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부산시교육청은 재정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이는 부산시교육청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2014년 인권위 조사에선 강원과 경남을 제외한 전국 15개 교육청이 맞춤형 복지제도를 기간제 교사에게 적용하지 않았다는 것이 드러났다. 인권위는 다시 15개 교육청에 차별시정을 권고했다. 그러나 경기도교육청을 비롯해 대다수 교육청이 재정이 없다며 차별시정을 거부했다. 차별임을 지적받고도 바로잡기를 거부했는데 어떻게 고의성이 없다 할 수 있는가?

 

2019년 수원지방법원은 ‘경기도교육청이 원고인 김성욱씨에게 천만원을 지급하라’는 화해 권고를 내렸다. 그러나 김초원 교사의 아버님은 이를 거부하고 소송을 이어가고 있다. 아버님이 원하는 것은 경기도교육청이 기간제 교사에게 행한 차별을 인정하고, 기간제 교사에 대한 차별을 멈추라는 것이다. 이것은 고인의 명예를 위한 것일 뿐만 아니라 현재 전국에서 일하는 5만4천여명에 이르는 기간제 교사의 문제이기도 하다.

 

최근 기간제교사노조가 벌인 설문조사에서 참가자의 89.7%가 학교에서 차별을 직접 당하거나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고용 불안, 관리자의 성적 모욕, 노동 강도와 부당한 차별 대우에 고통받고 있다고 답했다.

 

세월호 참사 6주기다. 세월호에서 희생된 두 분의 기간제 교사 순직 인정 요구는 기간제 교사 차별을 세상에 알린 사건이었다. 유가족과 수많은 사람이 3년 넘게 목소리를 높여 두 분의 순직은 인정됐지만, 기간제 교사 차별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미완의 과제다.

 

기간제 교사라는 이유로 사고에 대비해 마땅히 적용했어야 할 복지를 제외시킨 이 명백한 차별을 인정하고 바로잡을 책임은 이제 대법원에 있다. 대법원이 기간제 교사 차별에 경종을 울리는 판결을 내리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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