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訴訟]=자유 평등 정의

‘트럼프 임명’ 고서치 대법관은 왜 반기 들었나

성령충만땅에천국 2020. 6. 17. 04:02

‘트럼프 임명’ 고서치 대법관은 왜 반기 들었나

등록 :2020-06-16 18:41수정 :2020-06-17 02:34

 

[미국 대법원, 직장내 성소수자 차별 금지 판결]
성소수자 손들며 트럼프에 타격
가장 젊어 사회변화에 민감 반응
동성애에 열린 출신 교회도 영향

 

닐 고서치 미국 연방 대법관. 한겨레 자료사진

 

“고서치는 위대한 대법관이 될 것이다. 매우 자랑스럽다.” 2017년 4월, 닐 고서치 콜로라도주 연방항소법원 판사를 미국 연방 대법관에 임명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쓴 글이다. 3년2개월 뒤인 15일, 고서치가 트럼프 대통령의 기대와는 전혀 다른 방향의 판결을 주도하면서, 그는 역사적 판결을 쓴 ‘위대한 대법관’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성소수자 운동의 ‘기념비적 사건’으로 평가되는 이날 연방 대법원의 ‘직장 내 성소수자 차별 금지’ 판결이 이뤄진 데는 주심을 맡은 고서치의 찬성표가 결정적인 구실을 했다. 보수 성향으로 ‘아들’ 조지 부시 대통령에 의해 2005년 임명된 존 로버츠 대법원장도 찬성표를 던졌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임명한 고서치의 찬성표가 트럼프 행정부에 훨씬 뼈아프게 다가갔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사흘 전 보건 분야에서 트랜스젠더 등의 권리를 보장하는 법안을 철회하는 결정을 하기도 했다.고서치의 예상 밖 행보를 놓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53살로 대법관 중 가장 젊은 고서치 대법관이 빠르게 바뀌고 있는 미국 사회의 성소수자 권리에 대한 인식을 반영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고서치는 취임 전 청문회 때 “대통령을 포함해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는 소신을 밝히고, 불법 체류자 문제 등에 대해서도 트럼프 행정부 정책과는 다른 견해를 내놨다.개인사와 연결짓기도 한다. <뉴욕 타임스>는 그가 대법관이 되기 전 두명의 게이 사무원을 뒀고, 게이 친구들을 사귀는 데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고 전했다. 그가 콜로라도에서 다녔던 성공회 교회도 동성애자 교인들에게 열려 있었다. 그를 아는 이들은 이런 경험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그를 대법관으로 임명하면 동성애자 권리와 관련한 그의 법적 접근을 묵살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고 한다. 고서치는 헌법을 원문 그대로 판단해야 한다는 ‘원문주의자’로 평가되지만, 그의 이런 경험이 성소수자 문제에서 기대와 다르게 판단한 배경이 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판결로, 연방 대법관의 정치적 성향 평가를 바탕으로 주요 판결의 결론을 예측하는 관행이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 대법관 9명은 ‘5 대 4’ 혹은 ‘6 대 3’의 비율로 보수 성향이 우세한 것으로 평가되지만, 고서치 대법관과 로버츠 대법원장과 같이 예상치 못한 반란이 재현될 수 있다. 향후 몇주 동안 연방 재판관들은 루이지애나의 낙태 제한법과 미등록 이민자 보호 프로그램 등에 대한 판단을 앞두고 있다. 미국 최고 사법기관으로 우리의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를 합쳐놓은 것과 같은 미 연방 대법원은 판결 결과에 따라 미국 사회가 큰 영향을 받는 만큼 진보와 보수 세력의 치열한 각축장이 돼왔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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