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訴訟]=자유 평등 정의

수사 정당성 확보한 ‘검·언 유착’…한동훈 이번주 소환

성령충만땅에천국 2020. 7. 20. 06:47

수사 정당성 확보한 ‘검·언 유착’…한동훈 이번주 소환

등록 :2020-07-19 19:17수정 :2020-07-20 02:43

 

법원 ‘증거인멸 심각한 수준’ 인정
휴대폰 분실 위장·노트북 포맷 등
“피의자·관련자, 광범위한 수사방해”

검찰 안 ‘수사 적정성 논란’ 정리
‘윤석열과 갈등’ 수사팀 손 들어줘
‘장관 지휘권’ 반발도 설득력 잃어
갈등 증폭 윤 총장 책임 커진 셈

출석요구 3차례 불응한 한동훈
법원 “검 고위직 연결 의심할만” 인정
구속기간 20일안 공모 여부 밝혀야

 

사진은 2020년 1월 10일 한동훈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보직 변경 관련 신고를 하기 위해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청사로 들어가는 모습. 연합뉴스

 

‘검·언 유착’ 의혹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이동재 전 채널에이 기자가 지난 17일 구속된 것은 법원이 수사의 정당성을 인정했다는 의미가 있다. 이 전 기자의 구속을 수사 적정성에 대한 ‘객관적 판단’으로 해석할 수 있는 이유는 이 사건 수사를 놓고 검찰 수뇌부 간 판단이 극명하게 갈렸기 때문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측근 감싸기’ 비판에도 수사에 적극 개입했고 이는 결국 15년 만의 법무부 장관 수사지휘권 발동을 불렀다. 이 전 기자의 구속으로 수사의 정당성을 둘러싼 내부 논란이 정리된 만큼, 수사팀은 이 전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의 공모 여부 수사에 본격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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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원 “피의자와 관련자, 광범위한 증거인멸로 수사 방해”

 

지난 15일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정진웅)가 이 전 기자의 구속영장을 청구했을 때 검찰 안팎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이번 사건의 피해자 격인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가 요청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심의가 24일로 확정된 상황에서 ‘수사심의위를 앞두고 구속영장 청구를 강행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지적이 나왔다. 만약 영장이 기각되면 불구속 수사 필요성이 아닌 수사의 정당성 문제로까지 번질 위험이 컸다. 이미 한달 전 구속영장을 청구하려 했으나 대검 지휘 과정에서 제동이 걸린 상황이라 ‘증거인멸을 막을 시급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영장이 기각될 가능성도 있었다. 그러나 영장 심사를 담당한 김동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는 “피의자와 관련자들은 광범위하게 증거를 인멸하여 수사를 방해했고, 향후 계속적으로 증거를 인멸할 우려도 높다”고 판단했다. 이 전 기자의 증거인멸이 심각한 수준이었음을 인정한 것이다. 지난 5월21일 채널에이가 내놓은 자체 ‘진상조사 보고서’를 보면, 이 전 기자는 <문화방송>이 관련 의혹 보도를 한 바로 다음날인 4월1일 “(회사에) 허위로 휴대전화 분실신고”를 한 뒤 4월3일 저녁에는 “잃어버린 휴대전화를 찾는다”며 회사 다른 부서 기자와 함께 술집을 찾아가기도 했다. 4월6일에는 “휴대전화를 분실한 게 아니라 가족이 수도권 어딘가 제3자에게 맡겨놨다. 검찰의 강제수사가 들어오면 과거 취재기록이 노출될까 봐 그냥 잃어버렸다고 기조를 잡았다”고 허위보고 사실을 인정했다고 돼 있다. 휴대전화 ‘은닉’을 ‘분실’로 위장하기 위해 동선까지 연출한 것이다. 이 전 기자는 4월7일 회사에 그 휴대전화를 제출했지만 진상조사위가 포렌식을 의뢰한 결과 사건 관련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이 전 기자는 취재용 노트북도 의혹 보도 뒤 바로 포맷을 하고 “(회사 전산팀에서) 윈도 업그레이드를 하라고 연락이 왔다”고 해명했지만 전산팀 관계자는 “이 기자 노트북은 윈도10이어서 업그레이드가 필요 없었다. 컴퓨터가 느려져서 포맷해달라고 이 기자가 요청해 포맷했다”고 진상조사위에 진술했다. 이 전 기자의 적극적인 행태를 볼 때 불구속 상태에서 추가적인 증거인멸 가능성이 크다고 법원이 판단한 배경이다.

 

■ 윤 총장의 판단 실수? “내부 갈등 조장한 책임 커”

 

“피의자가 검찰 고위직과 연결하여 피해자를 협박하려 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자료들이 있다”는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 사유는 이번 수사의 정당성과 필요성을 ‘검찰 바깥에서’ 확인해줬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띤다. 수사팀은 지난달 초 이 전 기자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며 대검에 승인을 요청했지만, 수사기록을 검토한 박영진 형사1과장과 소속 연구관 5명은 만장일치로 “강요미수 혐의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수사를 더 해선 안 된다’는 대검 형사1과의 검토 의견은 윤 총장 수사개입의 중요한 명분이 됐다. 윤 총장은 한 검사장이 피의자로 전환된 뒤 ‘대검 부장회의’에 수사지휘를 일임했으나 대검 부장회의 의견과 달리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결정했다. ‘수사 중 수사자문단 소집은 부적절하다’는 서울중앙지검의 의견도 묵살됐다. 같은 수사기록을 공유했지만 수사의 정당성을 놓고 윤 총장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서로 달리 판단하며 정면충돌했는데, 법원은 수사팀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지휘권 발동이 ‘검찰 조직에 대한 정치적 압력’이라는 반발 논리도 설득력을 잃게 됐다. ‘총장은 개입하지 말고 독립적 수사를 보장하라’는 지시에 따라 수사팀이 이 전 기자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검찰총장의 ‘판단 실수’에 그친 게 아니라 내부 갈등을 조장한 책임이 명확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측근 비호’라는 비판을 무릅쓰면서까지 윤 총장이 무리하게 수사에 개입하면서 검찰 일각에선 ‘수사팀 수사에도 문제가 있다’는 양비론이 형성됐다. 검찰 내부 게시판에 불공정 수사를 비판하는 글이 올라왔고 지난 7일엔 수사팀장인 정진웅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이 “수사를 끝까지 지켜봐달라”며 내부 구성원을 향해 해명해야 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검찰의 한 간부검사는 “윤 총장은 검·언 유착 수사 과정에서 장관의 지휘권 발동을 불렀고, 내부적으로는 갈등을 증폭시켰다. 검찰이 입은 상처가 크다”고 말했다.

 

■ 수사팀, 한동훈 곧 소환조사

 

이 전 기자의 변호인은 영장 발부 뒤 “영장에 한동훈 검사장과의 공모관계가 명시되지도 않았는데 영장재판부가 ‘검찰 고위직과 연결하여 협박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자료’가 있다고 공표한 것은 검찰이 청구한 범위 내에서 판단해야 하는 ‘불고불리의 원칙’에 비춰 문제가 있다”고 반발했다. 이 전 기자의 구속영장에는 강요미수가 이 전 기자의 단독범행으로 적혀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사기록만으로도 공모 관계를 확인할 필요성이 충분하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이제 수사팀은 이 전 기자의 ‘협박성 취재’가 한 검사장과 공모한 결과인지를 밝혀야 한다. 이 전 기자를 기소하기 전까지 최장 20일 안에 한 검사장과의 공모 여부를 확인하려면 최대한 속도를 내야 한다. 그러나 한 검사장은 “채널에이 취재에 관여한 사실이 없을 뿐 아니라 어떤 형태로든 기자와 신라젠 수사팀을 연결해주거나 수사에 관여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부인하고 있고 수사팀의 세차례 출석 요구에도 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은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열리는 오는 24일 전에 한 검사장을 소환 조사할 계획이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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