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訴訟]=자유 평등 정의

‘검찰 육탄전’ 부른 유심 압수 왜…

성령충만땅에천국 2020. 7. 31. 08:54

‘검찰 육탄전’ 부른 유심 압수 왜…

등록 :2020-07-30 21:06수정 :2020-07-31 02:43

 

한동훈 텔레그램 보려고? 물증확보 조급증 탓?

‘가입자 식별’ 유심엔 정보 적은데…
검·언유착 수사팀, 한동훈 사무실 가
이례적 ‘유심 압수수색' 배경 의문

 

한동훈 검사장(법무연수원 연구위원). 공동취재사진

 

검·언 유착 의혹 수사 압수수색 과정에서 한동훈 검사장과 정진웅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 사이에 벌어진 몸싸움을 둘러싼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수사 과정에서 쌓인 피의자와의 신경전과 수사팀의 조급함이 낳은 초유의 사태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 부장이 지난 29일 한 검사장이 근무하는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사무실까지 찾아가 확보하려고 했던 것은 휴대전화 ‘유심’(USIM·범용 가입자 식별 모듈)이다. 유심은 휴대전화 가입자를 식별하는 기능을 한다. 전화번호나 사진·문자메시지 등을 저장할 수는 있지만 용량이 메가바이트 수준이어서 그렇게 쓰이는 경우는 흔치 않다. 휴대전화 단말기를 압수수색하는 경우에도 유심에 담겨 있는 정보값이 적기 때문에, 피압수자의 원활한 사회생활을 위해 유심은 돌려준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수사팀이 한 검사장의 유심을 다른 휴대전화 단말기에 꽂아 텔레그램 ‘로그인 코드’를 내려받은 뒤, 이를 통해 텔레그램 피시(PC) 버전에 접속해 한 검사장의 텔레그램 대화방 내용을 확인하려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단순히 유심에 저장된 정보만 본다는 것이 아니다. 유심을 가지고서 무엇을 분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세간의 예상보다 크다”고 말했다. 수사팀은 압수수색 날 오후 1시30분께 유심을 넘겨받은 뒤 3시간여 동안 내용을 분석하고 다시 한 검사장에게 돌려줬다.검찰 안팎에서는 정 부장이 한 검사장과의 ‘몸싸움’까지 불사하며 ‘유심 압수수색’에 나선 배경으로 수사팀이 ‘시간적으로 조급한 상황에 몰린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수사팀은 지난 17일 이동재 전 <채널에이(A)> 기자 구속으로 한고비를 넘기고 한 검사장과의 공모 여부 입증에 주력했다. 그러나 한 검사장은 지난 21일 한 차례 소환조사에 응했지만 혐의를 전면 부인했고, 압수된 자신의 휴대전화 비밀번호도 수사팀에 알려주지 않고 있다. 한 검사장의 공모 혐의를 입증할 핵심 물증으로 기대됐던 ‘부산고검 녹취록’도 전문이 공개된 뒤에는 ‘공모로 보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 와중에 검찰 외부인사로 구성된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24일 한 검사장에 대한 ‘불기소 및 수사중단’을 권고했다. 구속된 이 전 기자를 기소해야 하는 시점은 다음달 초로 다가왔다. 한 검사장과의 공모 여부를 확인하기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이다.이런 절박한 상황에서 정 부장이 압수수색에 나섰으나, 검찰 역사상 전례가 없는 몸싸움으로 오히려 수세에 몰렸다는 분석이 많다. 정 부장은 사건 당일 밤 “한 검사장이 비밀번호를 풀면 압수물 삭제 등 문제가 있을 것으로 판단해 휴대전화를 직접 압수하려 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휴대전화 단말기는 압수수색 대상이 아니었고 유심에 담긴 정보와 휴대전화 속 정보는 별개이기 때문에 설득력이 떨어진다. 피의자와 수사팀장이 독직폭행과 무고·명예훼손 고소로 맞서는 진흙탕 싸움은 검·언 유착 의혹 수사의 동력 자체를 떨어뜨릴 수 있다.한편, 정 부장은 압수수색 과정에서 한 검사장과 충돌한 뒤 혈압이 갑자기 오르고 온몸에 근육통을 느껴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 입원하는 과정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정 부장이 물리적 충돌 뒤 병원에 입원했다며 서울성모병원 응급실 병상에 누워 있는 사진을 공개하면서 알려진 사실이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정 부장이) 용인의 병원에서 전신근육통, 혈압 급상승 등으로 종합병원 전원 의뢰를 받았고 이후 종합병원에서 고열 증상이 있어 먼저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뒤 수액을 맞았다고 한다. 코로나19 음성 판정과 혈압·체온이 정상으로 돌아온 것을 확인한 뒤 본인 의사로 퇴원했다”고 밝혔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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