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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끄고 현금써 추적 막으라” 독려한 주말 집회 참석자들

성령충만땅에천국 2020. 8. 19. 04:25

“휴대폰 끄고 현금써 추적 막으라” 독려한 주말 집회 참석자들

등록 :2020-08-18 15:27수정 :2020-08-18 22:30

 

보건소·경찰 따돌리려 집회 전 행동지침 공유
방역 혼선 불가피…자가격리자 3명 참석 드러나

 

지난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와 대한민국바로세우기 국민운동본부 등 주최로 열린 정부와 여당 규탄 집회 참가자들이 세종대로를 가득 메우고 있다. 연합뉴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를 포함해 지난 15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보수집회 참가자들 중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잇달아 나오면서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중앙방역대책본부가 15일 집회 참가자들은 코로나19 진단을 받으라고 안내하고 있지만, 당시 참가자들이 ‘현금을 쓰고 휴대전화를 꺼서 방역당국의 추적을 따돌려야 한다”고 사전에 독려한 것으로 확인돼 집회 참가자들의 소재 파악에 난항이 예상된다.

 

18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5일 오전부터 보수단체 또는 보수성향 기독교단체 회원들 사이에선 “(집회 전후) 휴대전화를 끄고, 현금을 사용하라”는 문자메시지가 빠르게 공유됐다. 문자메시지는 “‘8월15일 광화문 집회 이후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보도가 언론에 도배되면서 정부가 준비한 코로나 집단감염 (소식)이 나라를 뒤덮을 예정”이라는 가짜뉴스로 시작된다. 작성자는 “시위 참가자들은 위치 추적을 방지하기 위해 반드시 출발전에 휴대전화 전원을 끄고, 현금을 사용하며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이 메시지가 주로 공유된 시점은 15일 오후 2시보다 조금 앞선 정오 무렵이다.

 

집회 참가자들 사이에 공유된 이 행동지침은 문자메시지만이 아니라, 메신저, 인터넷 블로그, 네이버 밴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다양한 경로로 공유됐다. 서울 양천구의 한 교회 교인으로, 15일 집회에 참석했던 60대 남성 ㄱ씨는 <한겨레>에 “집회 참가자들과 우리 교회 교인들이 있는 대화방에서 15일 해당 문자메시지를 공유받고 주변에 전파했다”며 “방역 관련 정부발표를 믿지 않는 우리 입장에선 보건소와 경찰의 추적을 받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15일 오후 1시께 네이버 밴드에 해당 문자를 공유한 김아무개(64)씨는 “확진자 동선이 파악되지 않도록 긴장하고 철저하게 움직여야 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15일 광화문 집회 참석자들이 휴대전화를 끄고, 현금을 사용하도록 독려하는 게시물. 네이버 밴드의 한 게시물 갈무리.

 

이처럼 집회 참가자들이 휴대전화를 끄는 등의 방식으로 15일 동선 정보를 차단한 탓에 방역에 혼선이 예상된다. 이날 오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 중 적어도 10명이 지난 8일과 15일 광화문 집회에 참가했다고 밝혔다. 사랑제일교회에선 이미 400명이 넘는 교인이 확진을 받았다. 당시 집회 참가자들 중엔 방역당국에서 자가격리를 통보한 이들도 여럿 섞여 있었다. 경찰은 당시 현장에서 불법행위로 검거된 30명 가운데 3명이 자가격리 대상자였고 이들 가운데 강남경찰서에 수감돼있던 1명이 이날 오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방역 조처를 했다고 밝혔다.

 

당시 광화문 인근의 교통카드 사용내역을 분석해 참가자들을 추적하려던 경찰의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다. 다만 경찰은 시간이 지연될 수는 있어도 채증영상 분석 등을 통해 최대한 방역망에 구멍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집회 참가자 대부분이 지난해부터 꾸준히 보수집회에 나오던 사람으로 참가자들이 들고 있던 깃발에 적힌 단체 이름 등을 통해 이미 (참가자를) 상당히 파악하고 있다. 채증영상, 집회 참가자들이 올린 유튜브 영상,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자료를 분석해 대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p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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