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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어야 10년 [박완규]

성령충만땅에천국 2020. 8. 28. 04:32

길어야 10년

 

 

 

 

 

티베트어로 인간은 ‘걷는 존재’ 혹은 ‘걸으면서 방황하는 존재’라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티벳인들은 2,000km나 되는 거리를 오체투지로 걷는 것을 일생의 최대 목표로 삼는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그렇게 걸으면서 자신이 그동안 지은 죄를 뉘우치고 남은 생애동안 살아있는 모든 생명을 돕겠다는 서원을 한다고 합니다.

 

저도 요즘 틈나는 대로 거리를 걷다보면 다리도 아플 때도 있지만 이것도 꾸준히 걷다 보니 조금씩 적응이 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요즘 저를 만나면 “얼굴이 너무 좋아졌네요?”하고 말합니다. 좋아졌다는 의미는 얼굴색이 밝아졌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그렇게 걸으면서 제가 무슨 생각을 자주 하냐면요. 제가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그 생각을 자주 합니다. 치매나 뇌졸중이 오지 않고 지금처럼 몸과 정신이 건강해서 제가 정상적인 사고와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기간 말입니다.

 

 

 

 

 

 

 

 

 

 

 

 

 

 

저는 그 기간을 앞으로 길게 봐서 10년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나이 70이 넘으면 그때는 언제 어느 상황에서 무슨 일을 당할지도 모르는 나이잖아요. 그래서 저는 남은 10년을 살면서 과거처럼 살지는 않으려 합니다.

 

친구 밀치고, 동료 밀치고, 조금이라도 더 먹으려고, 조금이라도 더 두각을 나타내려고 허우적대는 모습으로 살지는 않으려 합니다. 그런데 지난 10년이 저에게 너무나 금방 지나갔듯이 앞으로의 10년도 너무나 빨리 지나갈 것 같아서 그것이 걱정입니다.

 

며칠 전에 호스피스 병동에서 환자들의 마지막 임종을 도와드리는 수녀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잘 죽기 위해서는 바르게 사셔야 해요. 잘 살아야 잘 죽을 수 있거든요. 바르게 살지 못한 사람이 어떻게 잘 죽을 수 있겠어요.”

 

가슴을 때리는 말씀이었습니다. 바르게 살지 못한 사람이 어떻게 잘 죽을 수 있겠냐는 말씀이 저의 뇌리에 똬리를 틀고 앉아 있는 요즘입니다. 마지막 순간에 제 자신에게 덜 미안하도록 지금부터라도 잘 살아 보겠습니다.

 

박완규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