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訴訟]=자유 평등 정의

전교조 7년만에 ‘법외 족쇄’ 풀다

성령충만땅에천국 2020. 9. 4. 01:28

전교조 7년만에 ‘법외 족쇄’ 풀다

등록 :2020-09-03 20:55수정 :2020-09-03 21:51

 

대법 “법외노조 통보는 위법”
하급심 깨…재합법화 길 열려

박근혜 정부때 ‘불법노조’ 딱지
양승태 대법 재판거래 대상 돼

 

권정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위원장(왼쪽)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법외노조 통보 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 선고를 마치고 법정을 나와 조합원들과 얼싸 안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박근혜 정부 시절 ‘법외노조’ 처분을 받았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7년 만에 노조의 지위를 되찾게 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김명수 대법원장)는 3일 전교조가 ‘법외노조 통보는 위법하다’며 고용노동부를 상대로 낸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박근혜 정부 시절 고용노동부 손을 들어준 하급심 판단을 뒤집은 것이다.

 

전교조 법외노조 사건은 박근혜 정부 전교조 탄압의 신호탄이었다. 2013년 10월 고용노동부는 전교조에 해직자 9명이 가입해 있다는 이유로 ‘법률상 노조가 아님’(법외노조)을 통보했다. “근로자가 아닌 사람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 노조로 보지 않는다”는 교원노조법 조항과 “이를 시정하지 않으면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는다”는 시행령에 따른 것이었다. 방하남 당시 고용노동부 장관이 △해직 노조원 수가 미미하며 △1999년부터 합법노조였던 전교조를 법외노조화하면 법적 안정성을 해친다며 박 대통령에게 ‘친전’까지 보냈지만 소용없었다. 국제기준에 맞지 않는 관련 조항을 개정하라는 국제노동기구(ILO)의 권고도 묵살됐다.

느닷없는 ‘불법 딱지’에 전교조는 법외노조 통보처분 취소 소송과 효력 정지 신청을 내며 법정 다툼을 시작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서울고법의 민중기(현 서울중앙지법원장)·김명수(현 대법원장) 재판장이 2014~2015년 법외노조 효력을 정지하고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며 제동을 걸었지만 거기까지였다. 본안 사건 1·2심 재판부는 모두 ‘법외노조 통보가 적법하다’며 고용노동부의 손을 들어줬다. 2015년 5월 헌법재판소는 김이수 재판관을 제외한 8명의 다수의견으로 법외노조 통보의 근거가 된 교원노조법을 합헌으로 판단했다.

 

사법농단 수사 과정에서는 법원행정처가 이 사건 재판에 개입한 흔적이 드러났다. 서울고법의 효력 정지 인용 뒤인 2014년 12월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효력 집행정지 관련 검토’ 문건에서는 “(서울고법의 효력 정지) 인용 결정 후 BH(청와대)는 크게 불만을 표시하였다는 후문”이라며 “대법원의 최대 현안인 상고법원 입법 추진에 대한 BH를 비롯한 각계의 협조·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적었다. 또 “(본안 사건은)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법원 정기인사에서 해당 재판장 교체 가능성이 높음”이라는 내용도 적혀 있다. 실제로 2심 재판장이 바뀐 뒤 2016년 1월 항소심 재판부는 전교조 패소 판결을 내놓았다.

 

이로부터 4년8개월이 지난 이날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0 대 2 의견으로 법외노조 통보가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법외노조 통보 조항이 담긴 시행령은 노동3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했기에 무효”라고 밝혔다.

 

사건을 다시 심리하게 된 서울고법이 이번 판결을 확정하면 전교조는 다시 합법노조의 자격을 얻게 된다. 전교조는 이날 “마침내 법외노조의 굴레를 벗었다. 정부와 사법부는 국가폭력의 피해자인 전교조에 진심으로 사과하고 피해 회복 등 신속한 후속 조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고용노동부는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노조 아님’ 통보 처분을 취소하는 절차를 빠른 시일 내에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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