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訴訟]=자유 평등 정의

대법 “노동조합 해산명령 제도 부활” 법외노조 통보 문제점 샅샅이 짚어

성령충만땅에천국 2020. 9. 4. 01:37

대법 “노동조합 해산명령 제도 부활” 법외노조 통보 문제점 샅샅이 짚어

등록 :2020-09-03 21:01수정 :2020-09-03 22:28

 

전원합의체 판결 내용
다수의견 “법 근거 없이 행정입법
노동3권 본질적 제한 규정해 무효”
노조설립 사실상 허가제 손질 주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합법성 여부에 대한 대법원 최종 선고가 내려진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 김명수 대법원장 등이 자리에 앉아 있다. 대법원 제공.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가 위법이라고 판단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3일 판결을 통해, 1987년 폐지된 ‘노동조합 해산명령 제도’의 부활이라며 법외노조 통보 제도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었다.법외노조 통보의 근거가 되는 법률 조항은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는다”는 노동조합법과 이럴 경우 행정관청이 시정 요구를 하고 시정이 안 되면 노조로 보지 않는다는 시행령이다. 교원노조법도 이를 준용해 적용한다. 1·2심 모두 “이 시행령이 위임입법 한계를 일탈했다고 볼 수 없다”며 고용노동부의 손을 들어줬다.

권정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위원장과 조합원들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법외노조 통보 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 선고를 마치고 법정을 나와 만세를 외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그러나 대법원 전원합의체 다수의견(김명수·권순일·박상옥·박정화·민유숙·노정희·김상환·노태악 8명)은 법외노조 통보가 사실상 노조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헌법상 보장된 노동3권을 실질적으로 제약하는 처분이라는 데 뜻을 같이했다. 법외노조 통보 제도가 “1987년 국민의 대표자인 입법자의 결단에 따라 폐지된 ‘노동조합 해산명령 제도’를 행정부가 법률상 근거나 위임 없이 행정입법으로 부활시킨 것”이라며 “명시적인 위임도 없이 헌법이 보장한 노동3권에 대한 본질적인 제한을 규정한 것으로서 법률유보원칙에 반하여 무효”라는 것이다.

 

김재형 대법관은 조합원으로 활동하다가 해직된 교원이 계속 가입돼 있다고 해서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보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는 별개의견을 내놓았다. 안철상 대법관도 전교조의 위법사항에 견줘 처분이 과도해 법외노조 통보 처분이 위법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반면 이기택·이동원 대법관은 “법외노조 통보 제도는 행정관청이 노동조합법상 노조에 해당하지 않게 된 단체에 소정의 절차를 알려줄 뿐이어서 부당한 자의가 개입될 여지는 없다”며 법외노조 통보가 적법하다는 뜻을 밝혔다.

 

박정화·민유숙·노정희·김상환·노태악 대법관은 보충의견을 통해 “법률 차원에서 법외노조 통보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 등은 국회가 민주적 절차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헌법상 법률유보원칙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법외노조 통보를 규정한 시행령이 무효인 만큼 정부가 사실상 ‘허가제’로 운영해오던 노조설립 신고제를 손질하라는 주문인 셈이다. 정부는 그동안 노조법 시행령에 규정된 신고서 보완 요구 조항을 통해 노조 설립신고를 반려할 수 있었는데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는 이 조항 폐지를 논의 중이다.

 

신인수 변호사는 “노조의 단결권과 노동3권을 제한하려면 법률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게 대법원 판결의 핵심”이라며 “노조 설립신고를 자유롭게 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여서 사실상 사후·사전 허가제로 운영하던 노조 설립신고제를 국제 노동 기준에 맞춰 바꿔나갈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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