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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거는 한겨레] 박근혜 사면하라는 의견광고 / 이봉현

성령충만땅에천국 2020. 9. 11. 03:54

[말 거는 한겨레] 박근혜 사면하라는 의견광고 / 이봉현

등록 :2020-09-08 17:10수정 :2020-09-08 19:29

 

<한겨레> 8월 31일 치 11면에 게재된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등을 요구하는 의견광고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이봉현 ㅣ 저널리즘책무실장 (언론학 박사)

 

광고도 중요한 정보이다. 특히 의견광고는 ‘목소리 작은’ 구성원이 시민들에게 호소하는 통로이기도 하다. 그래서 의견광고도 기사 만큼은 아니지만,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의 보호 대상이 되는 추세이다. 신문·방송 등 언론사는 법을 어기거나 사회통념에 심히 벗어나지 않으면 의견광고를 받는 게 관행이다.다만 의견광고는 원칙을 갖고 신중히 다루지 않으면 게재한 매체의 신뢰를 깎아 내린다. 이른바 ‘조·중·동’ 3개 보수신문이 ‘8·15 광화문집회’ 광고를 한 달간 각각 10~15회씩 싣고, 방역 당국을 비난하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의견문까지 받아줘 언론시민단체에서 “공공의 안전을 위험에 빠뜨렸다”는 비판을 받은 게 며칠 전이다.

 

한겨레도 지난달 말 지면에 실은 의견광고가 사내·외에서 논란이 됐다. 31일치 11면에 ‘한겨레 독자’ 이름으로 실린 ‘대통령님께 한 말씀 드립니다’는 전면 광고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을 요구했다. 또 27일치 22면 하단에는 포괄적 차별 금지법 제정에 맞서 “강력한 기도운동을 전개하고자 한다”는 기독교 단체의 광고가 실렸다. 28일치 10면 하단에는 코로나 방역을 구실로 ‘정부는 기독교의 생명인 예배를 함부로 제한하지 말라’는 기독교 단체의 주장이 광고로 실렸다.독자들은 이런 광고가 평소 한겨레 논조와 어긋난다며 실망감을 표시했다. 31일치 광고를 본 과천의 한 독자는 “며칠 전 교회광고가 실렸을 때, ‘한겨레가 어려워 그랬겠지’ 이해를 했다. 그러나 이 광고는 한겨레를 지지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준다”고 전화했다. 다른 독자는 “독자의 의견에 너무 반하는 내용임을 알고도, 한겨레 독자라는 말로 광고를 내보낸 게 화가 난다”고 항의했다. 성 소수자 자녀를 두었다는 주주독자는 27일치 광고에 대해 “광고와 신문의 논조가 같이 갈 수 없다 해도 (....) 소수의 극단적 의견을 대변한 광고를 실은 데 대해 실망감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한겨레는 의견광고를 싣는 기준이 있을까? 2016년부터 시행한 ‘광고 게재 준칙’(이하 준칙)이 있다. 준칙은 “공적 사안 등에 대한 의견광고는 본지의 논조와 상관없이 표현의 자유를 존중한다는 원칙에 따른다”고 밝힌다. 구체적으로 광고주를 명확히 해야 하고, 내용이 사실인지 광고주에게 입증을 요구할 수 있으며,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광고, 차별적인 표현의 광고 등은 거절한다고 되어 있다. 광고국에서 판단이 어려우면 편집인(위원장), 광고 이사, 논설실장 등이 구성원인 광고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하는 절차도 두고 있다.하지만 광고심의위원회는 준칙 제정 이후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준칙 자체가 한겨레가 의견광고를 놓고 내부진통을 겪은 결과물이었지만 ‘조직의 기억력’은 오래가지 않았다. 2015년 10월, 기사와 사설로 박근혜 정부의 역사교과 국정화 추진을 강하게 반대하던 한겨레 1면에 교육부의 국정교과서 홍보광고가 실렸다. “올바른 역사관 확립을 위한 교과서”를 강변하는 내용에 화난 독자의 항의가 밀려왔다. 한겨레 내부에서 비판성명도 나와 노사 간에 이 문제를 놓고 토론회까지 열렸다. 당시 대표이사는 독자에게 편지를 보내 “민주적 개혁을 앞서서 주장하되 그것에 반대하는 세력의 움직임도 공정하게 소개는 해주는 것. 저희는 그것이 기사와 광고에서 공통으로 견지해야 할 언론의 원칙이라고 봤습니다”고 밝혔다. 기사와 광고는 엄연히 다르다는 해명이었으나, 며칠 뒤 9개 신문에 집행된 교육부 2차 광고는 “지면에 여유가 없다”는 ‘어색한’ 이유로 받지 않았다. 또, 12월 초 2차 민중 총궐기집회를 앞두고 “폭력시위는 법치주의에 대한 명백한 도전” 운운하는 정부의 광고가 28개 신문에 실렸을 때도 한겨레는 싣지 않았다. 이런 과정을 돌아볼 때 민감한 의견광고는 원칙을 대입해서 답이 나오지 않고, 사안별로 맥락을 고려해 판단할 문제임을 알게 된다. 기사에서 그러하듯 광고의 내용을 편집·경영의 책임자들이 신중히 검토하는 것은 결과와 관계없이 언론이 독자에게 좀 더 책임지는 일 처리 일 것이다. 소를 잃었어도 외양간은 고쳐야 한다. 한겨레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광고심의위원회를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2일 회사는 구성원에게 보낸 메일에서 지난달 말에 나간 3건의 의견광고는 “게재 여부의 사전 심의 절차를 거칠 필요가 있었지만 그 절차가 진행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히 “31일치는 광고 주체가 명확히 드러나 있지 않은” 문제가 있음을 인정했다. bh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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