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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삼성 승계작업에 호위무사 노릇한 언론, 부끄러움 알아야

성령충만땅에천국 2020. 9. 12. 03:16

[사설] 삼성 승계작업에 호위무사 노릇한 언론, 부끄러움 알아야

등록 :2020-09-11 05:59수정 :2020-09-11 09:11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5월 6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사옥에서 경영권 승계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뒤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겨레>가 10일 확인한 검찰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공소장은 이 부회장의 승계작업에 유리한 여론 조성을 위해 삼성이 언론을 어떻게 동원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광고와 인맥, 향응 등으로 여론을 ‘만든’ 삼성의 행태야 고질병이라 쳐도, 언론 윤리와 책임을 망각한 채 기꺼이 ‘또 하나의 가족’이 된 일부 언론은 부끄러움을 알아야 한다.

 

공소장에 따르면, 삼성의 미래전략실 등이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전후해 합병 효과는 부풀리고 반대 주장은 무력화하기 위해 펼친 언론 대응은 혀를 내두르게 한다. 삼성에 유리한 기고문을 작성해 노대래 전 공정거래위원장에게 전달했고, 노 전 위원장은 기고문 내용대로 언론 인터뷰를 했다. 삼성 출신인 황영기 한국금융투자협회장에게는 인터뷰와 토론회를 하도록 부탁해 여론몰이를 시도했다. 또 삼성에 불리한 기사가 나가는 것을 전날 저녁마다 점검해 삭제나 수정을 요구했는데, 한 신문이 비판 기사를 쓰자 편집국장을 해고하지 않으면 광고와 협찬을 끊겠다고 압박해 기사를 막은 일도 있다.

 

삼성이 이렇게 나왔어도 제대로 된 언론이라면 당당히 거부하는 게 마땅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언론이 삼성의 의도를 충실히 따랐다. 검찰이 공소장에 적시한 사례 가운데는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같은 큰 신문사에서 나온 기사도 포함돼 있다. 제일모직과의 합병이 삼성물산 주주에게 손해를 끼치는 일이어서 국민연금이 합병에 반대해야 한다는 문제 제기를 전문가와 투자자들이 했지만, 언론은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 당연한 선택이다’라는 식으로 보도했다. 합병에 반대한 엘리엇펀드를 투기자본으로 규정하고 합병을 애국심과 먹튀 자본의 대결로 몰고 간 것도 삼성의 논리에 부합한 보도였다. 당시 이런 시각이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다고 본 시민들도 있었지만, 이 프레임이 삼성-언론의 유착으로 ‘가공됐다’는 것까지는 몰랐을 것이다.

 

이제 국민도 총수 일가와 기업을 분리해 보고 있으며, 공정하고 투명한 경영이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하는 우리 기업에 긴요하다고 생각한다. 재벌 앞에서 바람보다 먼저 눕는 일부 언론의 행태는 이런 국민 인식에 못 미치는 것이다. 삼성 광고가 언론사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언론이 최소한의 금도마저 팽개치면 국민 신뢰를 잃게 될 것이라는 점 또한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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