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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극우 집회’를 3·1운동에 빗댄 김종인의 황당한 인식

성령충만땅에천국 2020. 9. 13. 04:45

[사설] ‘극우 집회’를 3·1운동에 빗댄 김종인의 황당한 인식

등록 :2020-09-11 19:12수정 :2020-09-12 02:35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9일 열린 비대위 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극우단체들이 하겠다는 ‘개천절 집회’를 ‘3·1 만세 운동’에 비유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0일 당 비대위 회의에서 “1919년 스페인 독감이 창궐해 13만명의 동포가 사망하고 온 나라가 패닉에 빠진 와중에도 애국심 하나로 죽음을 각오하고 3·1 만세 운동에 나섰던 선조님이 생각돼 가슴이 뭉클하다. 정치에 몸담은 사람으로서 죄송스러움을 느낀다”며 “부디 집회를 미루길 두 손 모아서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극우단체들의 집회를 3·1 운동과 동일 선상에 놓다니 제정신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코로나 재확산의 가장 큰 원인이 광화문 집회라는 걸 정녕 모른다는 말인가.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국권을 찬탈한 일제에 목숨 걸고 맞선 독립운동을 극우단체들의 무분별한 행태에 비유할 수 있다는 말인가.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김 위원장은 “죄송하다”고도 했는데, 뭐가 죄송하다는 건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사과는 극우단체가 아니라 코로나로 고통받는 국민에게 해야 한다. 김 위원장은 광복절 집회 직전 당의 입장을 묻는 취재진에게 “개인이 참여하는데 당에서 뭐라 말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참여를 독려하지는 않지만 막지도 않았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집회 다음날 “왜 그렇게 사람들이 많이 모였는지부터 먼저 생각해야 한다”며 두둔했다.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국민의힘은 김종인 위원장의 3·1 만세 운동 비유가 개천절 집회 자제를 간곡히 요청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인데 뭐가 문제냐고 항변할지 모른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발언엔 얄팍한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국민에겐 개천절 집회 자제를 요청했다는 알리바이를 만들고, 핵심 지지층의 한 축인 극우세력의 지지도 잃지 않겠다는 의도라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수많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생업을 중단하면서까지 방역에 협조하고 있다. 서울시와 방역당국은 개천절 집회를 금지했다. 김종인 위원장도 극우단체에 개천절 집회 연기를 호소할 게 아니라 포기하라고 엄중히 촉구했어야 마땅했다.

 

국민의힘은 당헌·당규와 정책을 고치고 당명까지 바꾸면서 과거의 수구적 행태와 결별을 약속했다. 이런 변신의 노력이 이미지 세탁을 위한 퍼포먼스가 아니라는 걸 행동으로 보여주길 바란다. 눈속임으로 정치적 명분과 이익을 모두 챙기려다 게도 구럭도 다 잃을 수 있다는 걸 김 위원장과 국민의힘은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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