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재 장로(박사)소설 콩트 에세이

뒤돌아보면 거기 계시는 하나님 [오승재 장로]

성령충만땅에천국 2020. 10. 7. 04:26

뒤돌아보면 거기 계시는 하나님

은혜 추천 0 조회 20 20.10.06 13:4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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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글 본문내용

뒤돌아보면 거기 계시는 하나님

 

아내는 큰 사진 앨범을 이벤트나 여행 순서대로 정리해서 20권 이상 가지고 있다. 나이가 들면 죽기 전에 먼저 사진부터 버려야 한다는데 아내는 더 열심히 사진첩을 정리하고 있다. 언제, 어디를, 어떻게, 왜 여행했는지 연도와 시간과 지명을 얼마나 정확하게 기억하는지 놀라울 정도다. 늙어서 과거에 파묻혀 살고 싶어서 그러는 것일까? 그러나 정반대다. 우리를 향하신 하나님의 사랑은 앞을 보고 달릴 때는 깨달을 수 없으며 뒤돌아볼 때만 깨달을 수 있어서 사진첩으로 과거를 돌아보며 하나님께 감사하고 그분을 찬양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하긴 이런 생각은 또 앞날에 하나님께서 저희에게 베푸실 이적을 기대하며 오늘을 행복하고 충성스럽게 사는 힘이 되기도 한다.

1960년대는 이삼십 리는 도보로 걸어가는 것이 보통이었다. 어떨 때 빈 트럭이 지나서 손을 들면 태워주었다. 가는 방향이 같으면 어디까지 데려다 달라고 하면 친절히 태워준다. 그럼 나는 앞은 보지 못하고 달려간 길만 쳐다보고 앉아 있게 된다. 현재 순간이 과거로 바뀌어 가는 길만 보는 것이다. 만일 운전하는 분이 하나님이어서 천국까지 이렇게 운전하고 간다면 나는 앞날은 하나님께 맡기고 내가 살아온 과거만 보고 감사하며 찬송하며 여행하는 샘이 될 것이다. 무한을 향한 여행. 재미있을 것도 같다.

천국을 향한 무한한 여행을 생각해보자. 영국의 그리니치 천문대를 지나는 본초 자오선과 적도가 만나는 점을 O라고 하자. O 점에서 적도 위를 서쪽으로 한없이 달리면, 바다와 육지를 무시할 경우, 다시 자기가 출발한 O 점에 이르게 된다. 서로 한없이 가고 동으로 한없이 가는 두 무한원점이 O 점에서 마주한다는 말이다. 이 여행을 더 쉽게 다음과 같이 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내가 무한을 볼 수 있는 시력을 가지고 앞을 바라보면 결국, 나는 내 뒤통수를 보게 된다는 말이다. 무한히 여행했는데 그 종점은 내 뒤통수다. 하나님이 운전하고 내가 그분과 뒤에 등을 맞대고 앉아 있었더니 결국, 하나님은 나를 내 뒤통수로 데려다주셨다는 이야기다. 천국은 먼데 있는 게 아니고 하나님과 함께 있으면 내 뒤통수, 혹은 내 마음속에 있는 것이 아닐까? 수학의 집합론에서 직선(무한)은 원과 원주상의 한점을 빼면 1대1 대응한다. 다시 말하면 무한 직선에 찍혀 있는 점들보다 원에 찍혀 있는 점들이 하나 더 많다는 이야기다.

 

O 점이 문제다. 나는 하나님과 등을 맞대고 있는데 서로 무한 직선의 양 끝이 만나는 O 점을 사이에 두고 이 간극(間隙), 아니 심연 때문에 그분께는 다가갈 수가 없다. 그러나 나는 하나님을 믿으면 그 믿음이 동과 서의 무한 점이 만난 내 뒤통수로 나를 데려다준다고 생각한다. 뒤돌아보면 거기 하나님은 계신다.

 

약력

1933년 전남 담양군 출생. 195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으로 등단. 소설집으로 『아시아제』, 『개구리 왕국』, 『신 없는 신 앞에』, 『급매물 교회』, 『요단강 건너가 만나리』 신앙 간증집으로 『일상에서 만나는 예수님』 등 10여 권. 기타 저서로 『지지 않은 태양 인돈』,(전기), 『한국 선교 이야기』,(역서,공동) 등 있음. 한국문학비평가협회 문학상, 창조문예 문학상 등 수상. 한남대학교를 거쳐 미국 북텍사스주립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음. 한남대학교 재단 이사 역임. 현재는 한국기독교문인협회 고문, 한국장로문인회 자문위원, 한남대학교 명예교수로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