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訴訟]=자유 평등 정의

[단독] 부유층 자녀들, 성적 위조 미 명문대 합격…‘한국판 아이비캐슬’

성령충만땅에천국 2020. 10. 14. 03:15

[단독] 부유층 자녀들, 성적 위조 미 명문대 합격…‘한국판 아이비캐슬’

등록 :2020-10-13 18:53수정 :2020-10-14 02:46

 

국내 입시브로커 등 4명 입건…2014년께부터 부정 입학시켜
다니지도 않은 국내 과학고 성적증명 만들어 미 대학 제출
학부모에겐 수억원 뒷돈 요구…미 대학관계자 매수 시도 정황도

 

일부 유학 전문 학원은 비뚤어진 ‘아이비리그 보내기’ 방법을 전수한다고 한다. 서울에서 열린 유학박람회의 모습.

김진수 기자

 

한국 부유층 자녀들이 가짜 고등학교 성적증명서를 제출하는 등의 방법으로 미국 명문대에 합격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국내 입시 브로커가 개입해 미국 대학 관계자한테 수억원의 뒷돈을 건네려 시도한 정황도 확인됐다. 지난해 할리우드 스타 등 부유층이 유명 사립대에 거액을 주고 자녀를 입학시켜 논란이 된 이른바 ‘미국판 스카이캐슬’ 사건과 유사한 수법으로, 한국 학생들이 이렇게 합격한 사례가 알려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13일 <한겨레>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이런 수법으로 한국 학생들을 미국 명문대에 입학시킨 혐의(사기, 업무방해)로 정아무개(31)씨 등 4명을 불구속입건했다. 경찰은 이들을 이달 중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정씨 등은 국내 중소기업 사장 아들 ㄱ씨 등 최소 3명을 2016~2017년 위조한 고교 성적증명서를 이용해 미국 뉴욕대와 컬럼비아대 등에 합격시킨 혐의를 받는다. 2016년 12월 뉴욕대 스턴경영대 합격 통보를 받은 ㄱ씨는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했지만, 이들은 ㄱ씨가 국내 ㅇ과학고에서 3년 내리 우수한 성적을 받았다는 내용의 성적증명서를 뉴욕대에 제출했다. 정씨는 앞서 유출된 미국 대학입학자격시험(SAT) 문제를 ㄱ씨한테 주며 답을 외우게 하고, 대학 입학 에세이(자기소개서)를 대필하기도 했다.정씨가 미국 대학 관계자를 매수하려 시도했을 가능성도 있다. 정씨는 “기여입학제로 합격한 것이어서 대학에 기부금을 내야 한다”며 학부모에게 적게는 1억5천만원에서 많게는 9억여원을 요구했다. 하지만 미국 대학의 기여입학제는 학생의 가족이 같은 대학 동문일 경우 가산점을 주는 제도로, “일정 금액을 대가로 합격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정씨 주장과 같은 방식의 입학 제도는 없다. 뉴욕대 관계자도 <한겨레>에 보낸 전자우편에서 “기부금을 받고 합격증을 주는 제도는 없다”고 밝혔다.2016년 정씨에게 동업 제안을 받았다는 한 에스에이티학원 원장은 “(정씨가) 대학 입학사정관 등에게 돈을 줘서 합격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학별로 구체적인 금액도 언급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학부모에게 받은 돈을 실제로 대학에 뇌물로 줬을 가능성과 학부모를 속이고 동료 브로커들과 나눠 가졌을 가능성을 모두 염두에 두고 수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자세한 사항은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말했다.ㄱ씨 등 2명은 정씨의 금전 요구에 응하지 않으며 해당 대학에 입학하지 않았다. 미국 고등학교를 나온 나머지 1명은 ㅇ과학고 성적증명서를 이용해 실제 컬럼비아대에 입학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씨는 2014년께부터 입시 컨설팅 업체에서 일하며 고위 공직자나 대기업·중소기업 오너 자녀의 미국 대학 입시를 맡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13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서류를 위조한 일이 없다”고 사실관계를 부인했다.

 

이재연 기자 ja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