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언 기도와 아멘 - 단편
은혜 추천 0 조회 42 21.01.09 14:1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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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언 기도와 아멘
김 장로는 중차대한 사명을 띠고 박 권사를 만나러 갔다. 박 권사는 방언도 하며 신유(神癒)의 은사를 받은 신앙이 좋은 할머니 권사로 알려져 있었다. 삼 년 전 남편을 사별한 후로는 오직 하나님을 섬기고 사는 것이 낙이었다. 하나님을 섬기고 산다는 것은 성전에서 하나님과 함께 사는 일이었다. 주의 궁전에서의 한 날이 다른 곳에서의 천일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분이었다. 영감과 함께 살 때는 헌금도 자유롭게 못 하고 교회 봉사도 자유롭게 할 수 없었는데 남편이 죽고 애들은 다 장성해서 분가해 버렸으므로 혼자 남아서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님 섬기는 일뿐이었다. 영감에게는 좀 미안한 일이지만 그렇게 사는 것을 오랫동안 동경해 왔었다. 새벽에 일찍 교회에 나와서 기도하는 방을 쓸고 방석을 깔아 놓고 혼자 기도하며 성도들을 기다리면 한두 사람씩 나와 방을 채우고 기도하는 함성이 방을 압도한다. 그러면 기분이 그렇게 후련하고 좋을 수가 없다. 그녀는 모든 사람이 떠난 뒤까지 홀로 남아 기도하고 자기 집으로 온다. 집에서 아침을 들고나면 영감이 없으니 너무 많이 시간이 남고 그렇게 한가할 수가 없다. 다시 교회에 가고 싶어진다. 병자가 생기면 그보다 좋은 일이 없다. 심방을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기를 빼고 심방을 갔다는 말이 들리면 몹시 서운하다. 심방 팀을 만들어 새 신자 가족을 방문한다. 그녀는 방언을 받은 뒤 기도하고 싶어서 견딜 수가 없다. 뭔가 기도할 일이 없는지 두리번거려진다. 또 실제 그가 안수하고 기도해 주면 상대방이 성령이 충만해지고 방언이 터지기도 한다. 철야기도가 있을 때는 아예 집에 가지 않고 교회에서 밥을 해 먹고 졸릴 때는 기도실에서 자고 있다가 철야기도에 참석하기도 한다. 하나님께서 영감을 데려간 것은 자기를 이렇게 쓰시려고 그랬나보다는 생각이 들어 오히려 영감이 일찍 떠나 준 것이 감사할 때도 있다. 그런데 한 가지 흠이라면 가까이에 사는 막내아들 내외를 전도해서 교회로 인도하지 못한 일이었다. 새벽기도 때마다 막내 내외를 구원해 달라고 울면서 기도했는데 영감이 떠난 지 일 년 만에 막내 내외가 교회에 나오게 되었다. 이제는 세례도 받고 서리 집사도 되었다. 아마 박 권사의 신앙을 보고 쉬 직분을 맡기게 되었을 것이다. 이 막내아들 성 집사가 김 장로 밑에서 성경공부를 하는데 그것이 계기가 되어 그는 김 장로에게 어머니에게 집을 팔지 못하도록 강력하게 저지를 해 달라는 중차대한 사명을 부여한 것이었다. 어머니가 건축헌금을 낼 돈이 없어 집을 팔아 바치려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집을 팔고 어디서 사시겠답니까?” “전세방을 하나 얻고 나머지를 다 건축헌금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교회는 그렇게 돈을 뜯어 가는 곳입니까?” “그럴 리가요. 억지로 내지 말고 지원해서 내라고 하지 않았나요?” “그러니까 장로님께서 가서 설득 좀 해주세요.” “아들 말도 듣지 않은데 내 말을 듣겠습니까?” “어머니는 제가 신앙이 없어서 자기 행동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그러니 장로님께서 말씀해 주셔야 합니다.” 김 장로는 박 권사의 결단이 너무 극단적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하였다. 돈이 없을 때는 금반지나 금팔찌 같은 것을 바친다는 말을 들었지만 하나밖에 없는, 사는 집을 바친다는 말은 들은 적이 별로 없었다. 생계유지가 막연한 할머니가 그럴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 집을 몽땅 받은 교회는 또 얼마나 부담스럽겠는가? 성 집사가 아니라도 이것은 교회를 위해 자기가 앞장서 말려야 한다는 의무감까지 드는 것이었다. 김 장로는 시간 약속을 하고 박 권사를 만나기로 하였다. * 박 권사는 김 장로를 만나자 무슨 일 때문에 자기를 만나러 왔는지 잘 알고 있다고 영통(靈通)한 듯이 말했다. “집을 팔려고 하신다구요?” “글쎄, 그런데 집이 잘 안 팔리네요. 좀 알아봐 주세요.” “왜 그런 생각을 하셨습니까? 집 팔아 헌금하라는 계시라도 받으셨습니까?” 박 권사는 영감이 살아 있을 때도 교육관 건축이 있었는데 그때도 제대로 헌금을 하겠다고 하나님께 서원했는데, 실행을 못 해 언젠가는 해야겠다고 결심한 것을 지금 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하나님이 ‘왜 나에게 약속해 놓고 약속을 지키지 않느냐?’고 노하셨습니까?” “나는 사람과 약속한 것도 지키지 않으면 못 견디는 성미인데 오 년 동안 하나님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해 죽고 싶은 심정이었답니다.” “집을 팔면 어디서 사실 생각입니까?” “전세방 하나면 됩니다. 곧 하나님을 만나러 갈 것인데 작은 장막이면 어떻습니까?” “생활비는 어디서 나옵니까? 자녀들이 부양합니까?” “내게는 하나님이 계세요. 모든 것 다 버리고 하나님만 의지하는데 보살펴 주시지 않겠어요? 난 아무짝에도 쓸데없는 집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는 것이 귀찮습니다.” “권사님은 그렇게 바치면 하나님께서 기뻐하시으리라 생각하시는 것이지요? 사람들은 여러 가지 법을 만들어서 법을 잘 지키면 하나님이 기뻐하시리라고 생각해서 거기에 목을 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이를 가증이 여시시고 물질보다는 당신만을 사랑하시기를 원하십니다. 권사님,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세요?” “장로님은 어떻게 하나님을 사랑하는데요?” “하나님이 나를 사랑하시고, 내가 하나님을 사랑한다는 것을 믿는 믿음으로 사랑합니다. 사랑받는다, 사랑한다는 느낌은 일시적인 감정입니다. 그리스도를 영접하면서부터 그분 안에 있으면서 이렇게 사랑받고 있다, 사랑하고 있다고 확실히 믿는 것만 영원합니다. 무슨 행위를 하고 무엇을 드리는 것만이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장로님, 그러나 나는 내 모든 것을 사랑하는 분에게 드리고 싶어요.” * 김 장로는 박 권사를 설득하러 갔으나 설득은 불가능하다는 것만 깨닫고 돌아왔다. 성 집사는 “그 할망구 고집 누가 꺾어.” 하고 자기도 기권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 할망구가 영세민 증을 갖고 싶어 그래요.” 성 집사는 자기 어머니를 아주 세속적인 면에서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다. “그게 뭔데요.” “국민기초생활수급 대상자를 말하는데 영세민 증이 있으면 월 생활비가 3, 40만 원은 나오고, 병원도 무료고, 병들면 양로원도 무료거든요. 그런데 우선 수입이 없어야 하고 무주택자라야 합니다.” “그렇게 좋은 제도가 있었군요.” “그런데 어머니는 해당이 안 됩니다. 부양 의무자 조사표를 내야 하는데 자녀들이 살아 있고 집이 있거나 땅이 있거나 예금 잔액이 꽤 되면 안 되게 되어있어요.” “그럼 자녀들이 부양해야 하겠군요.” “그 고집이 자녀의 돈은 받지도 않아요. 기초노령연금 7, 8만 원으로 살겠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성 집사는 이런 일에는 교회가 교인들의 무모한 광신을 막아 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이어서 말했다. “한국주택 금융공사가 있어서 현 집을 담보로 하면 종신형에 가입할 경우 월 50만 원 정도 받을 수 있거든요. 그러다가 죽으면 사후에 남은 집값을 돌려받을 수도 있는데 왜 집만 가지고 있지 용돈이 없다고 그러는지 모르겠습니다. 통 말을 듣지를 않아요.” “여러 가지로 많이 연구하셨군요. 하지만 본인이 하나님께 그렇게 헌신하겠다니 어떻게 합니까? 아무튼, 가족이 좀 부담이 되겠습니다. 그러나 어머님 말씀대로 모든 것을 버렸으니 하나님께서 만나로 먹여주시겠지요. 함께 기도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권사님의 쓸 것을 채워주시도록 기도하는 사람도 많겠지요? 또 그런 기도로 하나님의 도우심을 체험하며 살고 싶으신 게 아닐까요?” “이건 이단 종교에 빠져 가산 바치고 몸 바치는 극단적인 경우의 일부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교회는 방사능 제거 장치를 하고 훈련하는 것처럼 이런 위험에 노출된 사람을 구제하는 교육을 해야 합니다.” “그런 교육은 할 수 없습니다. 본인이 자원해서 하나님께 헌신하겠다는 것을 막는다면 이것은 성령을 훼방하는 일입니다.” “저는 종교가 마약이라는 말을 믿습니다. 환자는 이 마약을 한 번 빨기 시작하면 이성을 잃게 됩니다. 하나님께서는 그런 제자들을 원하고 계실까요?” “물론 아닙니다. 그것은 환상을 보는 현실도피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잘못된 길을 가고 있을 때는 돌아서서 하나님과 바른 관계를 회복하기를 원하십니다. 우리를 측은한 마음으로 안타까워하면서 말입니다.” “저는 장로님처럼 그렇게 이성적인 신앙인을 존경합니다. 사람들은 꼭 이적을 체험해야만 참 신앙인이 된다고 생각한다니까요.” * 김 장로는 아무래도 한 번 더 박 권사를 만나봐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권사님, 아드님이 여러 가지로 권사님 걱정을 하고 있던데 집 문제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보시지요.” “장로님도 그 얘에게 물들었어요? 그놈은 아직 신앙이 없어요. 신앙 없는 놈이 어떻게 나를 이해할 수 있겠어요? 장로님도 그놈과 한패라면 더는 나를 찾아오지 마시오.” “권사님, 저더러 어떻게 하나님을 사랑하느냐고 물으셨지요? 저는 아내가 내 말을 진지하게 들어주고, 또 내가 아내 말을 진지하게 들어주면 우리는 서로 사랑하고 있다고 느낍니다. 이처럼 성경은 하나님의 말씀인데 제가 성경을 진지하게 읽고 또 그 말씀 안에 사시는 주를 믿고, 기도로 진지하게 내 생각을 하나님께 아뢰면 저는 하나님과 서로 사랑하고 있다고 느낍니다. 그런데 우리 교인들이 그런 진지한 시간을 갖지 못하고 교회 행사에 너무 바쁜 걸 보면 안타깝습니다. 하나님의 ‘일’이란 하나님이 보내신 이를 믿는 것인데 믿는 일 말고 인간적인 어떤 일을 따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무엇을 해드려야 하나님이 기뻐하실까 하고 일을 만들어서 바쁘게 삽니다. 기도도 해야 하고 성경도 읽어야 하는데 바쁜 행사로 시간이 없다 보니 기도도 한 행사 속에 끼어서 간단히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박 권사는 이런 말을 하는 김 장로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다가 말했다. “김 장로는 기도를 많이 해 봤소?” 그러더니 “사탄아, 물러가라.” 하고 큰소리로 외치고 계속 방언으로 기도하기 시작했다. 김 장로는 너무 놀랐지만 무슨 말인지 모르는 끝없이 계속되는 방언 기도를 듣고 있다가 기도가 끝나자 “아멘”하고 밖으로 나왔다. 방언을 알아들을 수 없는 김 장로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멘”뿐이어서 그렇게 했는데 그것은 박 권사의 생각에 동의한다는 것인지 아들 말을 박 권사가 이해했다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30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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