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간증+믿음의 글

[스크랩] 낙원 이야기(단편)

성령충만땅에천국 2014. 1. 13. 10:50

나그네는 70년 동안 숙주(宿主)로 삼고 있던 육체에서 빠져 나왔는데 옥토에서 무가 뽑히는 것처럼 쑥 뽑혀 나오는 느낌이었다. 부모를 통해 준 몸에서 영이 이탈해 나온 것이다. 자기가 나온 뒤 낭자한 곡성이 들려 왔다. 자기는 세상을 떠난 것이 분명했다. 자기는 진공청소기에 빨려 들어간 것처럼 얼마 동안 빨려갔는데 그렇게 해서 그가 선 곳은 황량한 들판이었다. 분명 이곳은 천국이라야 할 텐데 천국치고는 예상을 뒤엎는 적막함이 있었다. 그는 잠시 눈을 감고 지금까지 예상했던 천국을 상상했다. 눈을 뜨자 그 앞에 오동포동하고 예쁘게 생긴 사람이 서 있었다. 옷을 걸치고 있지 않았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그는 남자도 아니었고 여자도 아니었다.

“당신은 누굽니까?”

“나는 당신을 안내하는 천사입니다.”

“그럼 여기가 천국이요?”

“아닙니다.”

“그럼 당신이 나를 천국으로 인도하려고 여기 나와 있소?”

“아닙니다.”

“당신은 나를 어디로 안내하는 천사입니까?”

천사는 슬프거나 기쁜 표정이 아니었다. 다만 온화하고 부드럽다는 느낌을 줄 뿐이었다. 온 세상은 대낮보다도 밝은 곳이었다.

“여기를 찾아오는 사람은 모두 당신 같은 질문을 하기 때문에 이곳 천상의 세상에 적응하도록 설명하고 돕는 오히려 도우미라고 생각하면 더 좋을 것입니다.”

“천국에 왔는데 이렇게 적막하니 당황할 수밖에. 죽은 사람이 수 없이 많은데 천국에 온 사람은 나밖에 없습니까? 다 어디 갔습니까?”

“천국, 천국 하는데 당신은 천국에 갈 확신이 있습니까?”

“구원 받았는데 물론이지요. 나는 내 모든 재물을 하늘에 쌓았습니다. 열심히 전도했습니다. 받은 은사로 많은 사람을 살리고 구제했습니다. 생명의 면류관을 위해 모든 시험을 인내했습니다. 더 말해 드릴까요?”

“아닙니다. 충분합니다. 그러나 천국은 당신의 뜻이나 행위로 가는 곳이 아닙니다. 당신만큼 일한 많은 영혼들이 다 이곳에 잠들어 있습니다. 아니 주님과 영적인 교제 속에 안식하고 있다 해야 옳겠지요. 주께서 호령과 천사장의 소리와 하나님의 나팔 소리로 친히 하늘로부터 강림하시면 홀연히 다 변화되어 주를 맞게 될 것입니다.”

“그 때에 천국에 간다는 말입니까?”

“아닙니다. 크고 흰 보좌 앞에서 모두 심판을 받게 되는데 그때 생명책에 기록된 사람이 드디어 천국에 가게 됩니다. 당신의 뜻대로 천국에 가는 것이 아닙니다.”

“그럼 아직 아무도 천국에 가본 사람이 없습니까?”

“그렇습니다.”

그는 머리가 혼란해졌다. 요단강을 건너면 주의 손을 붙잡고 기쁨으로 주의 얼굴을 볼 수 있는 곳이 천상의 세상이 아니던가? 생명 시냇가에는 생명나무가 무성하고 그 나무는 열두 가지 열매가 매월 열리고 주의 보좌에는 만국 백성이 둘러서 천사의 노래로 화답하며 흰옷 입고 황금 길을 다니며 황금 문, 황금 종이 있는 보좌에서 우리를 위해 예비한 면류관을 씌워 주시는 것이 아니던가? 그렇게 노래하던 천국을 아직 아무도 가보지 못했다는 말인가?

“천국에는 하나님의 영광의 빛이 태양 빛보다 밝다고 했는데 그곳에는 다이아몬드의 빛과, 석류석과 사파이어와 루비의 반작거림과, 값진 진주의 광채가 있는 것입니까? 지상에서 쌓은 공력으로 들어가 누릴 고대광실도 있다고 들었는데 정말 그런 것도 없습니까?”

“그런 말을 많이 듣는데 주께서 재림하시기 전에는 천국에 가본 사람이 없으며 아직 들어간 사람이 없습니다.”

“그럼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돌아가실 때에 한 행악자가 ‘예수여 당신의 나라에 임하실 때 나를 기억하소서.’ 라고 했을 때 ‘네가 나와 함께 낙원에 있으리라’라고 했는데 그 죄인은 어디에 있습니까?”

“여기 낙원에 있습니다.”

“그런데 그 화려한 낙원이 왜 이렇게 쓸쓸합니까?”

“어떤 모습의 낙원을 원하십니까?”

“계시록에 있는 천상의 보좌 말고 또 다른 모습의 낙원이 있습니까?”

“당신이 상상한 모든 모습의 낙원이 이곳에는 있습니다. 그래서 천국을 보고 갔다는 사람들이 각각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입니다. 길이 금으로 깔려 있고 고대광실이 있으며 호화로운 진수성찬을 차린 탁자에 마주 앉아 긴 젓가락으로 식사하는 모습의 낙원도 있습니다. 또 세상의 영화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육으로 죽고 영으로 산 삶들이 보는 장엄한 영광도 있습니다.”

“그런 어려운 설명 말고 구체적으로 나는 여기서 내 어머니를 만날 수 있습니까?”

“여기서 만날 수 있습니다. 어떤 모습을 보기 원하십니까? 젊을 때? 돌아가시기 직전? 늙어서 돌아가실 때?”

“그런 여러 가지 모습으로 어머니가 이곳에 계십니까?”

“그렇습니다. 당신 어머니 뿐 아니라 돌아가셔서 낙원에 온 모든 사람들의 모든 과거 모습들이 다 이곳에 있습니다. 대 용량 메모리 칩에 여러 가지 형상이 다 들어 있다고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될 것입니다. 단추만 누르면 원하는 분들이 삼차원의 가상현실의 영상처럼 나타날 것입니다. 이 영들은 공간을 차지하지 않고 먹지도 않고 자지도 않으며 병과 눈물도 없습니다.”

“무슨 단추를 어떻게 누른다는 것입니까?”

“간단합니다. 눈을 감고 2,3분만 보고 싶은 어머니의 모습을 상상하십시오. 그리고 눈을 뜨면 됩니다.”

나그네는 돌아가시기 전 자기 손을 잡고 마지막으로 “미안하다. 망한 집안을 돌보도록 너를 두고 가니 마음이 안 놓인다.”는 말씀을 하시던 어머니의 모습을 상상했다. 그리고 눈을 떴다. 그러자 어머니의 영상이 나타났다. 마치 박물관의 전시실에서 내용을 설명하는 사람의 입체 영상처럼 눈앞에 나타난 것이었다. 파리한 얼굴이었지만 병색은 없었다. 웃고 있지도 울고 있지도 않았다. 슬픈 모습도 아니었다. 나그네는 반가워 “어머니!”라고 부르며 다가가 보듬었다. 그러나 아무 것도 잡히지 않고 어머니는 한자만큼 뒤에 다시 서 있었다.

“이건 내 어머니 같지 않습니다.”

“당연하지요. 당신 어머니는 지금 영계에 계십니다. 육의 몸으로 심고 신령한 몸으로 이곳에 오셨습니다. 이곳에는 다시 사망도, 슬픔도, 눈물도, 아픈 것도 없습니다. 육체를 가진 사람들의 흔히 갖는 감정이 없다는 말입니다.”

“어머니는 나를 못 알아보는 것입니까?”

“알아보십니다. 세상에 있었던 과거의 살아 있던 아들로서가 아니라 영계에 온 아들로서 영통하는 것입니다.”

“그럼, 내 어머니는 돌아가신 뒤 예수님 곁에 앉아 세상에 있는 나를 불쌍히 여기시고 계속 나를 위해 중보하고 기도하지 않으셨다는 말입니까?”

“그럴 수가 없습니다. 이곳에 오는 순간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은 다 망각해 버리니까요. 죽으면 누구나 요단강이라고 하는 망각의 레테 강을 건너게 됩니다. 흐느적거리며 온 몸을 감싸듯이 조용히 흐르는 이 강이 생각나지 않습니까? 이 강을 건너면서 시간과 역사 속에 있던 이승은 완전히 그 강의 망각 속에 묻어버리고 이곳에 오는 것입니다. 유한한 세계와는 완전히 단절된 무한의 세계로 오는 것입니다.”

“그럼 돌아가신 어머니와 살아 있던 우리는 아무 상관이 없었다는 결론이네요.”

“있었다고 생각해 보세요. 어머니가 기도해 주어서 사업이 잘되고 저주해서 망한다면 세상에서는 예수님 말고 조상 숭배를 해야지요. 조상귀신을 기쁘게 하려고 제물을 드리고 노염 푸시라고 술을 따라야 하지 않겠어요?”

“그렇군요. 죽은 망령들은 살아남은 사람들을 위해 아무 도움이 안 되는군요. 그런데 죽기 전에 왜 예수를 영접하고 가시라고 그렇게 애를 쓰는 것입니까?”

“그렇게 해야 사후에 ‘오늘 네가 나와 함께 낙원에 있으리라’고 예수님께서 약속하신 낙원에 들어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죽어 낙원에 있는 영들은 주께서 하시던 모든 일을 그치고 일곱째 날에 안식한 것처럼 당신의 어머니도 안식에 들어온 것입니다. 만일 세상에 살아 있는 가족을 걱정한다면 온전히 안식할 수 있겠습니까? 낙원에 있는 영들과 교제하시는 예수님만이 하늘의 영계와 땅의 세계를 자유로 오가며 성령을 받은 자녀들에게 자신을 계시하십니다. 이분은 낙원에 잠든 모든 영들을 대신합니다. 그 특수 계시 속에 어머님의 음성도 들을 수 있습니다.”

“그럼 믿지 않고 죽은 사람은 어디로 갑니까?”

“스올이라는 곳으로 갔겠지요. 스올은 낙원을 포함한 더 넓은 곳입니다.”

“그곳에 간 사람은 어떻게 됩니까?”

“예수님이 재림하시면 다 일어나 심판을 받습니다. 그래서 생명책에 기록되지 않은 사람은 다 지옥 불에 던져지게 되고 생명책에 기록된 사람은 천국에 가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더 자세한 것은 나도 모릅니다. 다만 나는 이곳 낙원의 영들을 돌보는 것뿐입니다.”

나그네는 자기가 죽을 때 망각의 강을 건넌 것이 분명하다는 생각을 하였다. 왜냐면 형제나 자녀나 자기가 사랑했던 자․외손이 아무도 생각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지긋지긋한 세상을 다시는 생각하고 싶지 않아 잊은 지도 몰랐다. 하긴 그들이 생각난다면 하루도 걱정 근심이 떠날 날이 없고 이곳은 주의 품에 안식하는 곳이 아니며 긴장과 근심의 장소가 될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궁금한 것은 왜 이 황량한 곳이 낙원이냐는 것이었다. 환난과 핍박 속에서도 견딘 것은 하나님의 면류관을 받기 위해서였고, 각각 자기의 일한대로 상을 받기 위해 공력을 쌓았으며, 이 세상과 다른 하늘나라를 꿈꾸고 모든 부끄러움을 참았는데 고작 이런 곳인가 하는 것이었다.

“낙원이 이런 곳이라면 나는 세상에서 더 환락을 즐기고 살았지 그렇게 고난을 참으며 살지 않았을 것입니다.”

“사후의 세상이 어떤 곳이라고 생각했습니까?”

“사시사철 아름다운 꽃이 피어 있고, 무엇보다도 거룩한 성, 새 예루살렘이 있는 곳입니다. 금으로 꾸민 성, 다이아몬드로 꾸민 성벽, 진주로 꾸민 성문, 보석으로 꾸민 기초석, 즉 열 두 기초석은 벽옥, 다이아몬드요, 남보석은 청옥 색, 옥수는 하늘색, 녹보석은 녹색, 홍마노는 분홍색, 홍보석은 붉은 색, 황옥은 금색, 녹옥은 청록색, 담황옥은 엷은 녹색, 비취옥은 자주색, 청옥은 붉은 주황색, 자정은 보라색으로 꾸며진 화려한 성을 불 수 있는 곳입니다. 시온 산에는 어린 양이 서 있고 하늘의 보좌 앞에 네 생물과 24 장로들이 둘러앉았는데 이마에 어린 양의 이름과 아버지의 이름을 쓴 십사만 사천의 성도들이 노래하는 것이 들리는 그런 광경을 상상했습니다. 생명수의 강가에 생명나무가 서있고 우리가 나아가면 들고 있던 면류관을 씌워주는 그런 장면도 상상했습니다. 그런데 이곳은 삭막한 들판입니다.”

“2,3분 동안 눈을 감고 그런 광경을 상상한 뒤 눈을 뜨십시오. 아무도 천국을 가보지 못했지만 그런 천국이 눈에 보일 것입니다.”

나그네는 아름다운 천국을 상상했다가 눈을 떴다. 과연 그 모든 화려한 모습들이 황량한 벌판 위에 펼쳐지는 것이었다. 시들지 않은 꽃, 하늘에서 내려온 새 예루살렘, 그리고 생명수의 강이 눈앞에 있었다. 그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게 웬 일이요.”

“예수님께서 재림하시면 만일 하나님의 뜻에 합당하면 당신은 그런 천국에 가게 될 것입니다.”

들판은 그냥 들판이 아니었다. 하나님께서 온갖 귀한 보물을 포장해 두었다가 그 속에 무엇이 있을까하고 비밀을 찾고 싶어 궁금해 하도록 한 뒤 포장을 열고 놀라운 것을 보여 주는 것 같았다.

“그래요. 이런 천국을 가고 싶었는데 흡족하게 보여 주시는 군요. 그런데 이런 천국을 가기 위해 이 낙원에서 또 주의 재림까지 여러 해를 기다려야 한다는 말입니까?”

“그것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이곳에서 천년을 하루 같이 기쁘게 지내는 사람이 있고 하루를 천년처럼 지루해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 들판에서 누가 천년을 하루 같이 지낼 수 있다는 말입니까?”

“이곳은 세상과는 인연을 끊었지만 예수님과 친근한 교제를 가까이서 한없이 할 수 있는 곳입니다. 바울은 차라리 세상을 떠나 주와 함께 있고 싶다고 간절히 원했으며 에녹은 계속 주와 동행함으로 하나님이 데려가셨습니다. 이곳은 주를 간절히 사모하는 사람은 말씀과 함께 사는 것이 너무 행복하고 기쁜 그런 곳입니다.”

“그것은 곧 세상에서 주의 말씀을 마음에 두고 살며 주의 궁전에서의 한 날이 다른 곳에서의 천 날보다 낫다고 생각하고 살아온 사람은 지상에서 벌써 낙원의 삶을 살고 있었다는 말이군요.”

“그렇습니다. 세상에서 낙원의 삶을 그림자로만 체험하다 죽어서는 진짜 낙원에 들어와 사는 것이지요. 매일의 삶이 얼마나 황홀하겠습니까? 에녹 같은 사람은 세상과 낙원의 경계선에 있던 죽음을 뛰어 넘어 바로 낙원에 와버린 사람입니다.”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는데 여기에도 하루와 천년 같은 시간 개념이 있습니까?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면 새 것이 낡은 것이 되고 부패하는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는 이야기입니다.”

“천상의 세상에는 시간이 없습니다. 오직 지상의 세상에만 시간은 존재합니다. 하루나 천년은 이 천상의 세상에는 없지만 지상에서 온 사람에게 설명하기 위해 편의상 그렇게 말하는 것입니다.”

“그럼 세상은 유한하게 창조되어서 창조한 시간과 멸망하는 시간이 있다는 말이지요? 하나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셨을 때에 시간이 생겼고 주께서 재림하여 세상을 최후 심판하시고 멸망할 때 시간이 자연 없어진다는 것 아닙니까?”

“세상 창조 전에 시간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 시간은 이 우주 생성과 아무 상관이 없으며, 또 종말 후에 시간이 있다 하더라도 그 시간은 아무 쓸모가 없는 것입니다. 다만 사후의 이 천상의 세상에는 ‘영원’이 있을 뿐입니다.”

나그네는 천사로부터 많은 설명을 들었지만 아직도 풀리지 않은 문제가 많았다. 시간은 무엇이고 영원은 무엇인가?

“혹 제가 여기서 돌아가신 아인슈타인 박사를 만나볼 수 없을까요?”

“무엇 때문이지요?”

“그 분은 과학자기 때문에 물어볼 말이 많이 있습니다. 성경에 의하면 우주는 최근 약 주전 5,000년 전 쯤에 만들어 졌다고 합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영원부터 영원까지 계시는 분인데 영원 전부터 주전 5,000년까지는 뭘 하고 계셨는지, 또 왜 꼭 그 시점에 우주를 만들 생각을 하셨는지, 정말 그 전에는 시간이 없었는지 궁금해서 물어보고 싶어 그럽니다.”

“그 분을 내가 만나도록 해 드릴 수는 없습니다. 또 그분이 이 낙원에 계시는지, 안 계시는지도 알 수 없습니다. 꼭 만나고 싶으며 만나고 싶다는 신호를 하십시오. 나타날지도 모릅니다.”

나그네는 눈을 감고 여러 가지로 그분을 상상했지만 과학자라는 것 밖에 뚜렷한 신호를 찾지 못했다. 이 낙원에 과학자는 수없이 많을 것이었다. 결국 그분은 나타나지 않았다. 기독교 신앙은 가졌지만 주를 영접하지 않고 군중의 한 사람으로 살다가 죽었는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나그네는 이번에는 도우미가 사라지기 전에 꼭 궁금했던 것 하나를 알아내고 싶었다. 그것은 한 교회 장로라고 하고 가장 가까운 친구라고 하면서 자기에게 재정보증을 서게 하고 큰돈을 부도내고 도망 가버린 천 장로에 대한 것이었다. 나그네는 그가 도망가서 결국 죽었는데 나그네는 그 장로 때문에 껴안은 빚으로 집도 날아가고 봉급도 평생 반 밖에 받아 본 일이 없었다. 그래서 원망하면서도 자기는 죽어서 하나님께 위로를 받으려고 참고 살았었다. 그는 반드시 죽어서 꺼지지 않은 지옥 불에 던져졌을 것이었다. 정말 그가 그렇게 되었을지 알고 싶었던 것이다.

“꼭 한 가지 내 친구 천 장로를 어떻게든 만나보고 싶은데 그것은 안 될까요?”

“무엇 때문입니까?”

“그가 부도를 내고 도망가서 죽었기 때문에 저는 지상에서 지옥 같은 삶을 살았습니다. 이제는 그가 죽어서 지옥에서 살 때입니다. 불과 유황으로 타는 불 못에 들어가 그가 구더기도 죽지 않고 불도 꺼지지 아니해서 불로서 소금 치듯 함을 받으며 아비규환 하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천사는 나그네를 의아 하다는 듯 뚫어지도록 쳐다보았다.

“당신은 그 사람을 결코 만나 볼 수 없을 것이요. 같은 스올이지만 이 낙원과 그런 죄인이 가는 곳은 건널 수 없는 큰 계곡이 놓여 있어서 결코 오갈 수가 없습니다. 꼭 만나고 싶으면 세상으로 돌아가서 다시 그 죄인들이 있는 스올로 가야 합니다.”

“천국을 미리 보듯 지옥에서 신음하는 그를 볼 수는 없을까요?”

천사의 표정이 굳어지는 것 같았다.

“당신이 원수를 미워하는 그런 마음을 가지고 어떻게 이 낙원에 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마 내가 당신을 잘 못 보고 지금까지 안내한 것 같습니다. 당신은 온전히 망각의 레테 강을 건너지 못하고 지상 세상과의 인연을 지금도 지속하고 있는 흔적을 많이 봅니다.”

그러면서 천사는 단호하게 말했다.

“지금 당장 지상으로 내려가시오.”

그러면서 천사는 사라졌다.

눈을 떠보니 나그네는 자기가 죽었던 집으로 돌아와 있었다. 가족들이 모두 그를 입관하려고 모여 있었다. 그 때 그가 눈을 뜬 것이다. 그는 정신이 몽롱했다. 현실과 가상현실이 구분이 되지 않았다. 염을 했던 것을 다 풀고 그는 일어났다. 그리고 살아난 그의 첫 소리는

“나는 낙원에 갔다 왔다.”라는 것이었다.

 

출처 : 낮은 문턱
글쓴이 : 은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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