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訴訟]=자유 평등 정의

[사설]내란음모 유죄, 오직 증거에 따른 판단인가

성령충만땅에천국 2014. 2. 18. 10:47

[사설]내란음모 유죄, 오직 증거에 따른 판단인가

        경향신문 입력 : 2014-02-17 20:46:45수정 : 2014-02-17 22:56:37

 

법원이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를 인정했다. 어제 수원지법은 내란음모 및 내란선동,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이 의원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12년과 자격정지 10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현역 국회의원이 내란음모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것은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다. 경위야 어찌됐든 불행한 사태가 아닐 수 없다.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은 두 가지다. 검찰과 국가정보원이 내란음모의 주체로 내세운 RO(혁명조직)가 실재하는지 여부, 내란음모죄를 구성할 만한 구체적 폭동 준비가 있었는지 여부다. 재판부는 이들 쟁점을 판단하면서 공소사실을 대부분 받아들였다. 이 의원 등이 남한 사회주의혁명 완수를 목표로 RO를 구성했으며, 지난해 5월12일 서울 합정동 RO 회합에서 국헌 문란을 목적으로 폭동 실행을 모의했다고 결론지었다. 제보자 이모씨의 진술이 일관되고 구체적이라는 점과 RO 회합 녹취록에 무기 탈취나 제작을 통한 무장 방안이 포함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우리는 이 사건 수사 사실이 공개됐을 때 이 의원을 비롯한 관련자들의 조악하고 황당한 현실인식을 비판한 바 있다.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린 듯한 발상은 국회의원이기에 앞서 시민적 상식에 비춰봐도 납득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형사재판에서 내란음모라는 중범죄의 유·무죄를 판단하는 일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법원의 판단이 오로지 사실과 증거에 입각한 것인지 묻고자 하는 까닭이다. 제보자 이씨는 공판에서 기존 진술을 번복하거나 ‘기억나지 않는다’는 답변을 했다. RO에 가입했다면서도 가입식 날짜와 장소를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다. 5·12 회합 녹취록 역시 ‘선전 수행’이 ‘성전 수행’으로 잘못 기록되는 등 수백 군데 오류가 드러나 수정됐다. 설사 제보자 진술과 녹취록의 신빙성을 인정한다 해도 이 의원 등의 행태가 ‘대한민국의 존립과 자유민주주의 질서에 실질적이고 명백한 위험을 초래’할 수준인지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 실제 재판부도 판결문에서 “폭동의 세부적인 계획에까지 이르지 않았다”는 점을 밝힌 터다.

내란음모 사건이 터진 것은 지난해 8월 국가정보원에 대한 초유의 국정조사가 종료된 직후였다. 당시 국정원 개혁이 정치권의 최대 화두로 부상한 시점이어서 국면전환용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그런 만큼 사법부가 어떠한 외부적 요인에도 영향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엄정한 판단을 내리기를 기대해왔다. 향후 상급심에서는 보다 치밀하고 정교한 심리가 이뤄지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