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재 장로(박사)소설 콩트 에세이

[스크랩] 가난과 청빈

성령충만땅에천국 2014. 2. 20. 09:30

2월의 목상

내가 궁핍해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나는 어떤 처지에서도, 스스로 만족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빌4:11-

 

가난은 상대적인 용어인 것 같습니다. 남이 가난하다고 말해도 내가 가난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가난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부하게 살아도 자기의 욕망을 충족하지 못하여 더 갖고자 한다면 그 사람은 가난한 사람입니다. 반면 아무리 가진 것이 없어도 스스로 만족하면 가난한 사람이 아닙니다.

 

저는 1996년 한남대학교 CCC 간사로 와서 알게 된 여학생(지금은 4자녀의 어머니)이 있는데 그 사람이 가난하지 않은 사람입니다. 이듬해 학교를 떠나면서 CCC 간사로 있던 신랑과 결혼 했는데 밥 그릇 둘, 국 그릇 둘, 물 컵 두 개로 방 하나 딸린 옥탑 방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했는데 자기는 한 번도 가난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행복했답니다. 시골에서 택배로 올라온 쌀과 반찬은 학생들을 불러다 먹이고 일주일 분량의 장을 봐서 만든 반찬은 이 삼 일에 남의 입에 들어가도 나머지 날은 없는 대로 만족하며 살았다고 합니다. 마트에서 반짝 세일로 몇 개 한정으로 파는 세일 상품이 있으면 물건을 고르되 늦게 올 사람을 위해 좀 못한 것부터 샀다고 합니다. 하나님이 주신 것에 자족하고 결코 가난하게 살지 않았던 사람입니다.

 

저는 두 사람이 지금까지 간사로서 일정한 수입이 없이 교회 봉사나 후원금만으로 살고 있는 것이 불안하고 안타까웠습니다. 그런데 더 대책이 없다고 생각한 것은 그들에게는 귀여운 딸과 아들이 있었는데 다 자라기도 전에 또 다른 아이를 입양한 것입니다. 지금은 아들 딸 둘을 입양해서(막내는 38개월) 여섯 가족이 살고 있습니다. 여섯 식구의 빨래만 해도 큰일입니다. 애들의 털옷, 털모자, 목도리, 장갑, 심지어 부츠, 실내와, 운동화도 모두 손빨래를 하는데 작은 세탁기로 돌려 빠는 양말만 42짝인데 어디로 빠졌는지 그 짝을 한 번도 제대로 맞춘 적이 없다고 합니다. 옛날 순장, 순원으로 대학에서 신세를 졌던 학생들은 졸업하여 직장을 갖거나 잘 사는 남편을 만나 잘 지내며 후원금까지 보내오는 것을 보면서 저는 그 자매 때문에 가슴이 아픕니다. 그러나 그들은 조선 시대의 선비처럼 가난하지 않고 청빈한 삶을 살고 있다고 만족합니다.

 

일 년 전에는 그녀의 장남이 국가에서 지원하고 KIST에서 특강을 하는 융합형 영재프로그램에 신청을 했는데 8:1의 경쟁을 뚫고 1차 시험에 합격을 했습니다. 2차는 면담을 하는데 영어로 문답을 하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시험장에서 파워포인트로 문제를 띄우고 영어로 답하라고 하는데 한 번도 영어 개인 과외를 받아 보지 못한 그녀의 아들은 보기 좋게 낙방하였습니다. 주위에서는 영어 과외나 단기 외국 어학연수를 보내보라고 하는데 엄두가 안 날 일이었습니다. 처음으로 그녀는 냉장고가 비면 불안해 지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기도:

하나님, 주를 위해 바울처럼 사는 그들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아멘.

 

출처 : 낮은 문턱
글쓴이 : 은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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