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文化); 책과 생각; 건강 1310

[삶의 창] 5%의 노력가 / 홍인혜

[삶의 창] 5%의 노력가 / 홍인혜 등록 :2021-01-29 13:29수정 :2021-01-30 02:34 | 홍인혜 시인 칩거하는 프리랜서로 살며 얼마 전 모처럼 밖에 나갈 일이 있었다. 외부 활동이 끊어진 이후 늘어진 시곗바늘처럼 사는지라 외출 준비에도 늦장을 부리고 말았다. 내가 ‘느리광 부렸다’라고 표현하곤 하는 종류의 태만함이었다. 좀 더 눕자, 좀 더 졸자 하다 결국 시간에 쫓겨 헐레벌떡 집에서 뛰쳐나왔다. 나부끼는 앞섶을 달려가며 여몄을 정도로 정신없는 외출이었다. 버스에 오르고 나서야 안심하고 주머니에 손을 넣었는데 이어폰이 없었다. 급히 나오느라 빼먹고 온 것이다. 교통수단에 몇시간은 실려 다녀야 하는 날이었는데 소중한 고막 친구를 집에 두고 오다니. 엄청난 낭패였다. 딱 5분만 일찍..

새벽을 열며...[박완규]

새벽을 열며... 요즘 저는 새벽 5시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합니다. 과거에는 새벽에 일어나는 것이 그렇게 어렵더니만 이제 습관이 되니 새벽에 일어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었습니다. 제가 새벽에 열리는 수산물 경매시장에 나갈 때는 될 수 있는 대로 아들을 데리고 나갑니다. 새벽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얼마나 치열하게 사는지를 보여주기 위함입니다. 오늘도 새벽 수산물 시장에 아들과 함께 나갔다가 그 많은 수산물의 경매가 끝난 후에 아들과 함께 뜨끈뜨끈한 해장국을 먹으면서 말했습니다. “아들아! 세상에는 나보다 잘난 사람이 있고 못난 사람이 있는 법이다. 아빠는 네가 잘난 사람 앞에서는 비굴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너보다 조금 못난 사람 앞에서는 건방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면서 세상 사람들을 대하는 ..

새해의 편지 한 통 [박석무]

제 1147 회 풀어쓰는 다산이야기 새해의 편지 한 통 새해가 시작되자 반가운 편지 한 통을 받았습니다. 2020년 12월 30일자로 발표한 64기 행정고시(5급 공채)에 합격한 소식을 전해주는 편지인데, 다산선생과 관계가 깊은 사연이 있어 여러분들에게 알리고 싶었습니다. 자신이 소개한 내용으로 보면, 2011년 성균관대학교 명품강좌 「다산과 21세기」라는 나의 강의를 들었던 학생이었는데 저의 강의내용과 읽으라고 권해준 다산의 책을 통해 대학 1년생으로 ‘삶의 지향점’을 세워 긴긴 시험준비 기간의 고통을 감내하고 끝내 고시에 합격할 수 있었다면서 감사의 뜻으로 보내온 편지였습니다. “안녕하십니까 교수님. 교수님의 저서와 강의로 2011년 성균관대학교에서 ‘다산과 21세기’ 수업을 들었던 한 학생입니다. ..

결혼기념일 [박완규]

결혼기념일 어제는 우리 부부의 결혼 29주년 기념일이었습니다. 아침에 출근하는데 아내가 허리가 아프다며 허리 좀 주물러 주고 출근하라고 했습니다. 요즘 허리아프다는 말을 자주 하는 아내입니다. 아내를 엎어놓고 허리를 꾹꾹 눌러주면서 그동안 고생만 시키고, 이렇게 고장만 내놓고, 호강 한 번 못 시켜준 것이 너무나 미안했습니다. 요즘 우리 부부는 습관에 대해 자주 얘기합니다. 서로에게 말하는 습관, 서로를 대하는 습관 같은 것 말입니다. 부부관계란 서로의 습관이 쌓여서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금실이 좋은 부부는 부정적인 대화보다 긍정적인 대화가 많고, 금실이 안 좋은 부부는 부정적인 대화가 훨씬 많습니다. 이것도 부부의 습관입니다. 요즘 저는 아내를 자주 칭찬해 주려고 노력합니다. 작고 사소한 것이라도 칭..

[말글살이] 다만, 다만, 다만 / 김진해

[말글살이] 다만, 다만, 다만 / 김진해 등록 :2021-01-11 04:59수정 :2021-01-11 09:11 ‘사이시옷’ 규정을 아시는지? 두 단어가 만나 새 단어가 생길 때 뒤에 오는 단어의 첫소리가 된소리로 바뀌거나 ‘ㄴ’ 소리가 덧날 때 ‘ㅅ’을 붙인다. 그래서 ‘바닷가’, ‘나뭇잎’이다. 이 규정에 맞게 쓸 조건을 보자. 먼저, 두 단어의 출신 성분을 알아야 한다. ‘고유어+고유어’, ‘고유어+한자어’, ‘한자어+고유어’일 때만 적용된다. ‘한자어+한자어’에는 쓰지 않는다. [화뼝], [대까]라 해도 ‘화병(火病), 대가(代價)’이다. 다만, 다음 단어는 한자어인데도 예외. ‘곳간, 셋방, 숫자, 찻간, 툇간, 횟수’. 이유도 없다. 외우라. 게다가 해당 조항을 ‘두 음절로 된 한자어’라 ..

새해가 밝았습니다. [박완규]

새해가 밝았습니다. 2021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해 좋은 꿈은 꾸셨는지요? 새해 이룰 원대한 계획들은 세우셨는지요? 새해를 맞이해서 오랜만에 메일로 인사를 드립니다. 새해가 되니 여기저기서 파이팅하자는 외침들이 들려옵니다. 그러한 다짐이나 외침이 더욱 간절한 까닭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여러 여건들이 그만큼 힘들기 때문일 것입니다. 작년 한 해는 국가적으로, 경제적으로 참담한 한 해였습니다. 희망이란 단어를 떠올리기에도 미안한 그런 한 해였습니다. 그렇지만 이제 새로운 꿈을 꾸고 새로운 다짐을 해야 하는 새해가 되었습니다. 오늘의 하늘이 어제의 하늘과 다르듯 우리도 새로운 마음으로 2021년 새해를 맞이해야 하겠습니다. 새해에는 조금 더 따뜻한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새해 아침에 했습니다. 따뜻한..

‘또 다른 코로나’ 막으려면…“덜 쓰고 덜 먹는 삶으로 되돌아가야 해요”

‘또 다른 코로나’ 막으려면…“덜 쓰고 덜 먹는 삶으로 되돌아가야 해요” 등록 :2021-01-02 09:02수정 :2021-01-02 10:27 [토요판] 커버스토리 ‘평화일꾼’ 새 출발 강우일 주교 4·3 피해 실태 안 뒤 화해 앞장 강정 군사기지와 4대강 반대 등 생명평화운동 선두에서 이끌어 46간의 사제생활 최근 은퇴 “평화 도움되면 무엇이든 기꺼이” “환경 파괴로 인류가 코로나 초래 방역·경제보다 삶 양식 바꿔야 지구 생태 파괴 멈추게 하려면 각자가 적게 쓰고 덜 먹어야” “평화를 증진시키는 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뭐든 기쁘게 할 생각입니다.” 성탄절 전날인 지난달 24일 오후 제주시 오등동 현해관(은퇴 사제 숙소)에서 강우일 주교가 인터뷰 도중 활짝 웃고 있다. 강 주교는 지난 ..

‘가난한 장애 소년’ 그림을 ‘천국행 보험’ 삼은 부자들

‘가난한 장애 소년’ 그림을 ‘천국행 보험’ 삼은 부자들 등록 :2021-01-02 16:50수정 :2021-01-02 17:11 [토요판] 이유리의 그림 속 권력 (2)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 명화에 등장하는 가난한 자들 고난 속 삶 긍정하는 메시지뿐? 적선 통한 구원 갈구한 부자들 천국행 염원에 빈자를 장식물로 선거철 시장·쪽방 찾는 정치인들 소외자 들러리 세우는 행태 비슷 후세페 데 리베라, , 1642년, 캔버스에 유채,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 “성경의 말씀에서 가장 유익한 건 이것입니다, ‘가난한 이들이 늘 너희 곁에 있을지니’, 그들이 있기에 우린 언제나 자비로울 수 있는 것이지요.”미국의 작가 진 웹스터가 1912년에 펴낸 서간체 소설 중 한 부분이다. 주인공 주디가 교회에서 들은 주교의 ..

손암(巽菴)이 다산에게 보낸 편지 [박석무]

제 1144 회 풀어쓰는 다산이야기 손암(巽菴)이 다산에게 보낸 편지 200여 년 전에 흑산도에서 귀양 살며 마을 주변의 바다에서 서식하는 물고기를 연구했던 생물학자가 손암 정약전이었습니다. 이른바 『현산어보(玆山魚譜)』라는 세상에 귀한 책의 저자가 다산보다 네 살 손위의 동포 형님이던 손암이었습니다. 그들 형제는 1801년 신유옥사에 걸려들어 애초에는 손암은 전라도의 신지도로, 다산은 경상도의 장기(포항시)로 유배를 떠났으나, 뒤에 ‘황사영백서’사건이 터지자 다시 서울로 압송되어 재차 국문을 받고, 혐의가 인정되지 않아, 형은 흑산도에서 아우는 강진에서 귀양살이를 했습니다. 손암과 다산은 형제이자 지기였습니다. 동급의 인격을 지닌 학자로, 같은 수준의 개혁의지, 서로에게 묻고 답하는 학문적 동지로서 서..

[칼람_칼럼 읽는 남자] 이 글은 왜 긴데? / 임인택

[칼람_칼럼 읽는 남자] 이 글은 왜 긴데? / 임인택 등록 :2020-12-16 18:52수정 :2020-12-17 02:37 임인택ㅣ여론팀장 130명 정도의 사내외 필자가 쓰고 있는 칼럼 중 가장 짧은 코너는 국어학자인 김진해 경희대 교수의 ‘말글살이’다. 200자 원고 4매, 합해 800자쯤으로 매주 월요일 지면 한편을 메운다. 활자를 덜고 깎고 다지느라 배는 진땀의 냄새가 있다. 기자 출신 작가 김훈의 ‘거리의 칼럼’은 비슷한 크기이되 좀더 유연했다. 그래봐야 최근 마지막 칼럼 ‘다시, 라파엘의 집’은 907자, “그의 50주기를 앞두고 이런 글을 쓰는 일은 진땀 난다”며 호명한 ‘전태일’은 839자였다. 짧다 작다 해 가벼운 것은 아니다. 물리에선 밀도, 화학에선 농도라 부르고, 글에선 통찰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