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재 장로(박사)소설 콩트 에세이

노인들이 맞는 어린이날

성령충만땅에천국 2015. 5. 14. 05:08

노인들이 맞는 어린이날|성경 말씀 묵상

은혜 | 조회 7 |추천 0 |2015.05.13. 17:38 http://cafe.daum.net/seungjaeoh/J75F/118 

5월의 말씀 산책

우리나라 국민의 누구에게나 공휴일인 어린이날은 노인들에게도 찾아온다. 그런데 노인들에겐 기쁘게 놀아주어야 할 어린이들이 없다. 손지들도 20대가 넘어서 벌써 어린이가 아니고 또 그들이 곁에 있다할지라도 같이 놀아줄 힘도 없다.

 

금년 어린이날에는 딸과 아들이 찾아오겠다는 연락이 왔다. 그들이 내가 놀아 주어야 하는 어린이로 오는 것이 아니라 어린이날이 공휴일이기 때문에 거꾸로 어버이를 섬기러 오겠다는 것이다. 모처럼의 공휴일인데 평소 애들 대학에 보낼 일도 힘들 텐데 왜 쉬지 않고 찾아오느냐고 말했지만 마음속으로는 기쁘다. 우리는 먼저 그들을 맞기 위해 청소부터 한다. 쭈그려 앉아 걸레질을 하기가 힘들어 긴 손잡이에 걸레가 붙은 청소기를 밀고 다니지만 아무래도 눈도 어두워 구석구석 깨끗하게 청소하기는 힘들다. 무엇보다도 화장실과 다용도실을 깨끗하게 해야 하는데 옥시클린을 뿌려가며 청소를 해도 언제나 눈이 좋은 딸이 보기에는 흡족하지 않을 것임을 잘 안다.

 

다음은 무엇을 먹일 것인지 준비를 해야 한다. 애들은 밖에 나가 외식을 하자고 하겠지만 아내는 모처럼의 기회인데 자기 손으로 음식을 만들어 먹이고 싶어 한다. 해변까지 나가면 싱싱한 생물을 살 수 있겠지만 엄두를 못 내고 시내의 농수산 시장으로 가기로 한다. 그러나 수산물은 공휴일에는 공판장에 물건이 들여오지 않기 때문에 징검다리 휴일인 월요일 오후를 택하기로 한다. 그러나 어물은 만지기만 하고 사지를 못한다. 아들은 살이 통통 오른 갈치를 좋아하는데 그런 것은 냉동된 것 밖에 없고 세네갈 산 원양어선에서 잡힌 것들뿐이다. 지금은 요리를 해도 옛날처럼 제 맛을 낼 수도 없으며 첫째 맛을 모르겠다고 하면서도 아내는 아들이 평소에 좋아했던 해산물을 몇 개 고른다. 그래도 흡족하지 않은지 야생 닭을 바로 잡아서 파는 토종닭 집을 찾아 가자고 한다. 삼계탕에 들어갈 재료도 사서 음식 준비를 하지만 늘 않던 일이라 요리를 시작하면 피곤해 한다.

 

어린이날에 중년이 넘은 아들과 딸이 찾아왔다. 딸은 오자마자 팔을 걷어붙이고 엎드려 청소부터 시작한다. 화장실과 다용도실이 도움이아주머니가 다녀간 것처럼 반짝거린다. 나도 그것을 예견하고 깨끗하게 한다고 애썼지만 딸의 솜씨에 손을 든다. 나는 어린이날에 애들에게 무엇을 해 주었는가를 생각한다. 1970년 당시는 꽃동산도 놀이터도 없었으며 여름방학에 겨우 버스 타고 애들을 해수욕장에 데려가는 것이 고작이었다. 해먹일 것 챙겨 가서 덜거덩 거리는 버스에 시달리며 고생고생 뒷바라지 하고 오는 것뿐이었다. 대학에서도 미술 하고 싶어 한 딸에게 수학을 해야 한다고 욱박지르기(자녀 학대 수준)도 했다. 내가 수학 조교였기 때문에 그 혜택을 받고 다녀야 수업료가 덜 들기 때문이었다. 아들에게도 고등학교와 대학 때 내가 미국에 유학을 가서 떼어 놓았기 때문에 한 번도 아버지 노릇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는 테니스를 하면서부터 부자가 함께 테니스하는 것이 그렇게 부러운 적인 없었단다.

 

이해 어린이날에 나는 어린이들의 부양을 받는 노인이 되었다. 성경의 시편 119편에는 주의 신실하심이 내개 고통이 되었다는 말이 있다. 자기 잘못을 개의치 않으시고 꾸준히 사랑하시는 하나님 때문에 시편 기자는 자기가 괴롭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아들, 딸이 내 과거의 잘못을 탓하지 아니하고 부모를 사랑하는 것을 보고 있는 것이 마음에 찔려 아리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부모는 어린이를 사랑하여 영적인 유산을 남기고 자녀는 비록 부모가 만족스럽지 못했더라도 변함없이 부모를 공경하고 사랑하는 것을 보임으로 그 자녀들에게 또 믿음의 유산을 남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를 괴롭히심은 당신의 성실하심 때문이옵니다(in faithfulness you have afflicted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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