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재 장로(박사)소설 콩트 에세이

벚꽃 놀이

성령충만땅에천국 2016. 4. 13. 15:52

벚꽃 놀이|성경 말씀 묵상

은혜 | 조회 27 |추천 0 |2016.04.12. 14:47 http://cafe.daum.net/seungjaeoh/J75F/169 

4월의 말씀 산책

 

    우리 교회에서는 연령별로 선교회가 조직 되어 있다. 제일 연장자인 남선교회는 베드로이고, 여선교회는 한나라고 하는데 모두 75세 이상이다. 이분들은 대부분 평생을 교회와 함께 사신 분들로 식당 봉사, 청소, 김장 등으로 허리가 굽었고 새벽기도, 중보기도, 부흥회, 기도원 출입 등으로 교회를 떠난 삶은 생각해 보지도 않은 분들이다. 그런데 이제는 늙어서 거동도 힘들게 되었다. 아들딸들을 목사와 전도사를 만들겠다고 호언장담하고 또 그렇게 뜻을 이룬 분은 벌써 세상을 떠났고, 부인이 여전도회의 일을 너무 무리하게 하다가 쓰러진 아내를 10년 이상 간호하다가 세상을 먼저 보낸 남편은 의식이 없어도 살아 있을 때가 더 좋았다고 외로워하는 회원도 있다. 여자 회원 중에는 남편을 먼저 보내고 혼자 살면서 하나님께 헌금을 제대로 못해서 빚졌다고 집을 팔아 교회에 건축헌금을 해버리고 지금은 반 지하에 홀로 살고 계시는데 원 룸이나 임대 아파트를 보면 저런 집에 한 번 살다 죽었으면 좋겠다고 하는 분도 있다.

    이들이 내는 월정 회비는 너무 미약해서 지금은 교회에 선교헌금도 제대로 내지 못한다. 교회 목사는 헌금할 생각 하지 말고 친교회비로 쓰고 교회에도 새벽기도 등 너무 열심을 내서 감기 들거나 넘어져 몸 다치지 않게 하라고 당부하고 있다. 그러나 회원들은 그런 말을 들을 때 쓸모없는 사람이 된 것 같다고 서운해 한다. 매년 봄철에는 회원들이 꽃구경을 가는데 그날을 고대한다. 자녀들이 다 때를 맞추어 함께 나가 주지 않기 때문에 교회에서라도 버스를 내어 데리고 나가 콧바람이라도 쏘여주면 너무 고맙다고 생각해서 지팡이를 짚고 또 허리가 굽어 잘 걷지도 못해도 꼭 참여 한다.

    지난해에는 대전 주변을 돌았는데 몇 년 전 쌍계사의 벚꽃을 보러 갔던 것이 눈에 선해 금년에는 좀 멀지만 경남 하동의 쌍계사로 가자고 베드로와 한나 선교회가 같이 가기로 결의 하였다. 그때 꽃이 얼마나 탐스럽고 아름답던지 한 집사님은 자기 아내가 불편해서 따라오지 못했던 것을 후회하고 업고라도 데려 올 것을 잘 못했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었다. 그렇듯 한 번 더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다. 44일까지가 쌍계사의 벚꽃 축제 행사 기간이었기 때문에 그 날을 피해 45일로 정하였다. 그런데 그날 갑자기 교회 행사가 있어 다음날로 연기 하였다. 그런데 들리는 말로는 비가 와서 꽃이 많이 졌다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부랴부랴 예약했던 식당도 해약하고 방향을 바꾸어 대전-전주-군산으로 도로변의 꽃구경을 하기로 하였다.

    교회에 중병으로 앓고 있는 병자도 많은데 기도는 하지 않고 꼭 구경을 나가야 하느냐는 말도 있었지만 기도는 개인적으로 어디서나 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30명 가까운 인원이 동원되는 약속인 만큼 강행하기로 결정하였다. 75세가 넘은 노인들이어서 걷기가 불편한 분이 많아 탐스런 꽃들이 피어 있는 군락지라 할지라도 그곳에 풀어 놓고 환성을 지르라고 하면 그것보다도 먼저 앉을 자리부터 찾는 사람이 많다. 또 사진 찍기도 싫어한다. 쭈글쭈글한 얼굴 자기도 보기도 싫은데 누굴 보여 주느냐는 것이었다. 따라서 천천히 운전하면서 차 안에서 피어 있는 꽃구경을 하는 것이었는데 문제는 화장실이었다. 고속도로변이면 휴게실이 있는데 국도에 들어서면 공원이나 종합경기장 같은 곳을 찾아야 한다. 대전 노변의 꽃구경을 끝내고 전주동물원 벚꽃 길로 인도 했는데 야간 개장을 하는 이곳을 전주 시민들은 그렇게 좋아한다는데 회원들은 동물원 입구 근처의 벤치에 앉아 움직일 생각을 않는다. 점심 후 옛 전군(전주·군산)도로의 긴 벚꽃 길을 지나 군산의 월명종합경기장의 화장실을 찾아갔는데 경기장 건물의 화장실이 다 닫혀 있어 화장실은 너무 먼 곳에 있었다. 그래서 힘들어 그곳까지 갔다 오는 분들을 기다리다가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교회에서도 가정에서도 사회에서도 이렇게 외면을 당하고 있는 부자유한 분들을 누가 위로해 주어야 하는가? 교회생활 열심히 하고, 죽어 천당 간다고 좋아 하는데 그곳에도 그들 좋아 하는 사람만 옹기종기 모여 있을지 걱정이다. 육의 몸으로 심고 신령한 몸으로 다시 사는 천당에서 반가운 친구들의 모습을 찾아내어 외로움을 달랠 수나 있을지 알 수 없다.

    밖에서는 총선 계절이 되어 노인들의 기초연금을 월 30만원씩 인상 하겠다고 공약을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또 멋거리 광장에서는 광대놀이를 하는 여인이 백세 인생노래를 흥겹게 불러대고 있다.

육십세에 저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아직은 젊어서 못 간다고 전해라

칠십세에 저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할일이 아직 남아 못 간다고 전해라

팔십세에 저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아직은 쓸만해서 못 간다고 전해라

구십세에 저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알아서 갈 테니 재촉 말라 전해라

백세에 저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좋은날 좋은 시에 간다고 전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