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재 장로(박사)소설 콩트 에세이

헛된 꿈과 계획

성령충만땅에천국 2016. 11. 5. 10:31

헛된 꿈과 계획|성경 말씀 묵상

은혜 | 조회 54 |추천 0 |2016.11.05. 06:48 http://cafe.daum.net/seungjaeoh/J75F/190 

11월의 말씀 산책

 

오랜만에 외출도 별로 좋아하지 않던 아내가 얼굴이 밝아지고 기분이 들떴다. 친구가 자기를 만나러 온다고 했기 때문이다. 친구라야 이제는 다 떠나버리고 몇 남지 않았다. 가장 가까이서 오래 사귀었던 이는 나보다 먼저 결혼하고 58년 전 나와 아내의 결혼을 주선하느라 무척 애썼던 친군데 오래전에 세상을 떴다. 다음은 광주 제중병원의 의사로 있던 친구로 한국에 있을 때는 신세도 많이 졌는데 미국으로 떠난 지 오래되어 연락이 끊어졌다. 다음이 미국의 샌타바버라에 있는 친구로 언제 미국에 오느냐, 또 자기 집에는 언제 들릴 것이냐고 한 번 전화기를 들면 한 시간 가까이 국제 전화를 하던 이로 작년에 세상을 떴다. 치매 끼가 있어 남편이 돌아가셨는데 까맣게 잊어버리고 지내다가 갑자기 정신이 돌아오면 니 아빠 돌아가셨지?”하고 딸에게 말하며 울곤 했다는 친구다. 하루는 한 밤 중에 카톡이 와서 열어 보았더니 한국어가 서툰 그 집 딸이 엄마 죽었어.’라고 찍어 보낸 것이다. 요즘은 미국보다 한국이 훌륭한 요양병원이 많다고 아무리 설득해도 미국에 오래 정착해 있어 오지를 않더니 떠나 버린 것이다. 미국까지 문상도 못 가고 조위금만 보냈더니 장례식 사진과 자기 어머니 여 학교 때 추억의 사진을 보내 왔는데 아내 모습도 거기에 있었다. 그렇게 친구들이 다 떠나가고 있다. 그런데 이번 친구는 초등학교 때부터 같이 학교에 다니던 오랜 친구인데 미국 뉴저지 주에 살고 있다가 아들이 한국에서 목회를 하게 되자 아들 따라 아주 한국에 정착하러 온 것이다. 8년 전에는 한국에 들리러 와서 함께 다녔다는 옛 초등학교며 군청 소재지 등을 둘러보고 아내는 그녀와 장흥에서 하루 밤 내내 이야기를 하며 지냈었다. 또 그 전엔 속리산의 호텔을 빌려 하루를 지내며 회포를 푼 적이 있다. 그런데 이번에 또 만나러 온다니 그렇게 기분이 좋은 것이다.

하긴 80도 중반에 든 할머니들이 언제 기회가 있어 이렇게 만나서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겠는가? 그런데 날씨가 변덕이 심하고 또 지난 장기 가뭄 때부터 기상청의 일기 예보를 믿을 수 없는 때가 되어 단풍이 곱게 물들 것인지, 그 때 날씨는 좋을 것인지 여간 걱정이 되지 않았다. 장기 예보는 믿을 수 없다하더라도 두 주 전부터 1027일의 일기 예보는 그날은 비가 온다고 했다가 다시 흐리기만 한다고 했는데 또 날씨가 말짱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속리산 호텔에 두 방을 예약 하였다. 하나는 두 할머니들의 채팅 방, 그리고 하나는 내가 묵는 기사 방이다. 10여 년 전에는 아내나 친구가 다 건강이 좋아서 내가 그들을 데려다 주자 그곳에서 하룻밤을 같이 지내고 귀갓길에는 버스로 왔다. 그러나 이번은 친구도 큰 수술을 해서 회복이 되었다지만 3개월마다 다시 검진을 하게 되어 무리한 여행을 하게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기사인 내 방도 따로 예약한 것이다. 다음 날 서울로 귀가해야 한다고 해서 대전에서 서울 역으로 가는 ktx 표도 예약해서 구입하였다. 금요일이 되어 상경하는 사람이 많아 3시 반 이후는 다 매진되고 없었다. 여행 전 날에는 가스도 채우고 세차도 하였다. 그녀는 자녀들이 고급차로 모신다는데 허름한 차를 세차까지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떠나기 전날 밤 전화가 왔다. 올 수 없다는 것이다. 당일 날씨도 흐릴 뿐 아니라 다음날은 비가 온다니 애들이 걱정한다는 것이었다. 작은 꿈과 계획이었지만 와르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예약을 하나하나 취소하는 중이었는데 아내는 자기의 실망보다 나에게 더 미안한 모양이었다.

차라리 잘 된 것 같아요. 날씨도 불안하고 또 단풍이 예쁠지 자신도 없고.나는 안 좋은 계획이면 막아 주시라고 하나님께 기도했었어요.”

좋은 날씨 허락해 주세요. 단풍이 잘 들게 해 주세요. 친구가 오는데 어려움이 없게 해주세요. 그러고 나서는 하나님의 뜻이 아니면 막아주세요. 그것이 무슨 기도일까 싶었지만 아내의 기도는 언제나 그 모양이었다.

크거나 작거나 세상사는 언제나 헛되고 헛된 것이잖아? 하나님이 얼굴을 돌리시면 도미노놀이의 나무 조각처럼 무너지고 새로 시작해야 해.”

꿈을 쌓는 순간은 행복한데 무너지고 나서는 무엇이 남지요?”

서로 사랑했던 추억의 순간만 남는 것이 아닐까?”

 

약속한 당일 우리는 호텔 예약을 취소했지만 칼을 뽑았던 용사처럼 둘이서 속리산을 향해 떠났다. 정사품 소나무와 속리산국립공원사무소로부터 호텔 입구까지는 그래도 노란 단풍이 잘 물들어 줄지어 있었고 관광객도 꽤 많이 있었다. 호텔의 함지박식당에서 옛날을 추억하며 함지박 한정식을 주문했다. 메뉴도 하나뿐이다. 아내는 모든 것이 만족하지 않다. 호텔도 노후했고, 메뉴도 마음에 들지 않으며, 단풍도 시원찮아 이제 다시는 오지 않겠다고 한다. 몇 년 뒤는 오고 싶어도 못 올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노란 단풍을 유리창 너머로 내다본다.

파랗게 생겼던 나무들이 노랗게 변하는 것은 낮이 짧아지고 추워지면 나뭇잎은 그들과 줄기 사이에 떨겨층이라고 코르크 같이 단단한 세포층을 만들어 줄기와 나뭇잎 사이에 영양분의 통로를 막는다고 한다. 이것은 나무가 뿌리로부터 빨아올린 수분이 잎의 엽록소에서 광합성을 하는 동안 공중으로 많이 분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한다. 결국 잎은 나무를 살리기 위해 자기가 빨아드릴 영양분을 스스로 막고 새파랗던 엽록소가 분해되고 대신 분해 속도가 늦은 카로티노이드(carotinoid)가 노란 색을 보이다가 땅에 떨어져 죽어간다는 것이다. 그것이 가을의 단풍이다. 결국 가을은 인간의 노년기이다.

어떤 이들은 자기가 죽을 때가 되어 병원에 눕게 되면 스스로 곡기를 끊고 죽음을 기다린다고 한다. 자기의 추한 마지막을 보이지 않기 위해 헤밍웨이처럼 스스로에게 총을 쏘아 죽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하나님의 뜻에 반하는 일이다. 하나님의 뜻대로 살겠다고 자기를 드렸으면 그분이 부르시는 것을 기다려야 한다. 우리는 하나님의 형상대로 만들어진 하나님의 자화상이며 그 몸의 일부이다. 나는 그분의 아들이다 아들처럼 살려고 애쓰다가 결국은 포기하고 아들처럼 여겨달라고 구걸하며 하나님 곁으로 갈 필요가 없다. 하나님은 우리를 항상 아들로 사랑하신다. 하나님 곁에서 사랑 받고 살다가 어느 날 부르시면 새벽 기도하러 일어나다가 뇌졸중으로 쓰러져 죽은 어떤 권사처럼 주님 곁으로 가야 한다.

나는 친구의 대타로 아내와 함께 하나님이 만들고 좋아하신 가을 즐기다가 돌아왔다. 다시 이곳에 오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맺어준 아내와 사랑하고 하나님의 사랑 안에 지내고 있으면 그것으로 하나님은 아들의 삶을 보시며 만족하시리라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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