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재 장로(박사)소설 콩트 에세이

[스크랩] 지도자의 참 모습(김상태 )

성령충만땅에천국 2016. 12. 29. 17:40

지난 19754월 월남전 패망 당시의 크메르 주재 미국대사는 딘 씨였다. 딘 씨는 전황이 매우 불리하여 마지막 철수해야 될 단계에서 당시 크메르 수상이었던 마타크 씨에게 함께 탈출할 것을 제안했었다. 그러나 마타크 씨는 그 제안을 거부하고 조국에 남아 있다가 크메르루즈 군에게 잡혀 처형되었다. 마타크 수상이 딘 씨의 탈출 제안을 받고 딘 씨에게 전한 서한은 다음과 같은 내용이었다.

귀하가 나에게 준 편지와 자유세계로 나를 탈출시켜 주겠다는 귀하의 제의에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하지만 나는 비겁한 방법으로 조국을 떠날 수는 없습니다. 나는 지금 자유를 선택한 사람들을 버려야 하는 슬픔을 겪고 있습니다. 귀하는 물론 귀하의 위대한 조국인 미국이 이런 고통을 겪으리라고는 믿지 않습니다. 당신들은 우리를 보호하기를 거부했고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도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사람이 태어나서 언젠가 죽는 것은 정한 이치이지만 그러나 내가 당신들 미국인들을 믿은 단 한 가지 과오를 저지른 죄로 내가 사랑하는 이곳 산하에서 죽어야 한다는 사실이 얼마나 애통한 일인가를 기억해 주십시오.”

처참한 죽음을 눈앞에 두고 만감이 교차하는 감정을 누르고 감사할 것은 감사하고 나무랄 것은 나무라면서 자신의 처신을 떳떳하게 밝힌 마타크 수상의 이 유서는 극한 상황에서 인간이 지닐 수 있는 최고의 긍지와 자제와 애국심의 발로라고 믿어져 눈시울이 뜨거웠다.

지금 한국은 생명의 빛과 절망의 어두움이 교차하는 상황 속에서 정치, 경제, 사회, 종교적으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런 와중에서 여야 정치인들은 서로의 과거사를 들추며 진흙탕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과거 군사독재 시절부터 내려오던 부정부패의 관행이 아직까지 그 고리를 끊지 못하고 있다. 집권자들은 반대자들의 약점을 조사해 두었다가 국민들의 여론이 자기들에게 불리할 때마다 한 건씩 터뜨려 반대당의 기세를 꺾고 전세를 호도하여 장기집권을 꾀하던 그 못된 수법을 지금도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입으로는 애국 애족하면서 재산과 자녀를 해외로 빼돌려 해외에서 허랑 방탕, 호화생활을 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국내에는 실업자와 노숙자들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 참으로 의인 열 사람이 없어 멸망한 소돔과 고모라 성을 생각하면 두려움이 앞선다. 동시에 멸망하는 조국과 함께 생을 마친 크메르 수상 마타크 씨와 같은 애국지사와 멸망 직전의 자기 민족을 구원하기 위해 자기 생명을 바치기로 결심하고 왕께 나아가 하만의 모함을 왕께 아뢰고 직언을 하여 민족을 위난에서 구한 에스더와 모르드게 같은 참 지도자가 그리워진다. (2001. 3. 8.  김상태 장로의 연지탑에서)


출처 : 낮은 문턱
글쓴이 : 은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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