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제3자 뇌물수수 의혹을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박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독대한 날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게 삼성그룹 측에 얘기해 최순실(60·구속기소)씨가 실소유주인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이하 영재센터)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하라는 지시를 내린 구체적 정황을 포착했다.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자백을 끌어내 국민연금의 삼성 합병 지원 의혹 수사에 상당한 진척을 이룬 특검팀이 박 대통령이 영재센터를를 도우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확인하면 박 대통령을 향한 제3자 뇌물수수 혐의 수사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29일 특검팀에 따르면 안종범 전 수석은 작년 7월25일 자신의 업무 수첩에 "제일기획 김재열 사장.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 협조 요청"이라는 박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적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은 박 대통령이 청와대 인근 안가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독대한 날이다.
특검팀은 박 대통령이 미르재단 출연 등에 협조를 구한 이 날 최씨가 조카 장시호씨를 앞세워 설립한 영재재단을 도우라는 취지의 지시를 내렸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그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앞서 진행된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 수사 과정에서는 최씨의 부탁을 받은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전면에 나서 삼성그룹에 영재재단 지원을 강요한 것으로 결론 내린 바 있다.
검찰은 지난 8일 최씨를 추가 기소하고 장씨와 김 전 차관을 기소하면서 이들 셋에게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및 강요 혐의를 함께 적용했다.
특검팀은 그러나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 내용을 바탕으로 청와대의 개입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만큼 삼성그룹이 동계재단에 지원한 16억2천800만원이 강요로 어쩔 수 없이 내놓은 돈이 아니라 국민연금의 삼성 합병 찬성 대가성 자금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공세 속에서 당시 면담이 이뤄지기 직전인 7월 17일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의 찬성에 힘입어 두 회사 합병을 성사시켰다.
이에 따라 특검팀은 청와대와 삼성그룹 수뇌부 간의 동계재단 지원에 관한 사전 논의가 있었는지 등 '직거래' 정황을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지난 27일 안 전 수석을 처음으로 불러 조사하면서 해당 업무 수첩 사본 자료를 제시하면서 박 대통령으로부터 영재센터 지원 지시를 실제로 받았는지 등을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수석은 특검에 박 대통령이 영재센터 지원을 지시한 것은 사실이라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이날 소환한 김재열 사장을 상대로도 안 전 수석의 업무 수첩 내용을 제시하면서 안 전 수석 등 청와대 측으로부터 영재센터 지원 요청을 받았는지, 자신이 아닌 다른 그룹 수뇌부 인사들이 청와대 측으로부터 관련 요청을 받은 사실을 알고 있는지 등을 강도 높게 추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