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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분들을 기억하시는지요? / 박완규

성령충만땅에천국 2017. 1. 9. 07:57

이분들을 기억하시는지요?

                         보낸사람

박완규 <pawg3000@naver.com> 보낸날짜 : 17.01.09 02:47                


 

  


 

  




 


 

이분들을 기억하시는지요?

 

 

 

 



 

   

어제는 주말이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뉴스를 보니 세월호 참사 1000일을 사흘 앞두고 있다는 내용이 나왔습니다. 갑자기 팽목항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후에 중요한 약속이 있기는 했지만 빨리 다녀오면 그 시간 안에 돌아올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외투 하나만 걸치고 출발을 했습니다. 운전할 후배와 함께 떠났습니다. 여수에서 팽목항까지는 2시간 30분이 걸렸습니다. 몇 번 다녀왔던 길이라 낯설지는 않았습니다. 드디어 팽목항에 도착했습니다. 그곳에서는 을씨년스러운 바람이 불고 있었습니다.


팽목항은 작년에 왔던 그 모습 그대로였고, 노란 깃발과 리본이 겨울바람에 날리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잊지 않고 이곳을 찾아 주신 분들이 많이 계셨습니다. 이분들 때문에 아이들이 덜 외롭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착해서 제일 먼저 분향소에 들렀습니다. 분향소에는 먼저 도착해서 분향을 하는 중년부부가 계셨습니다. 그분들은 영정 앞에서 기도를 하면서 한참을 우셨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의 영정을 보면서 미안하다며 계속 울먹였습니다.


그렇게 울고 계시는 중년부부를 보면서 가슴 따뜻한 사람의 향기가 느껴졌습니다.


그 옆에 있는 작은 간이 막사에서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을 만났습니다. 그분들께 많은 얘기를 들었습니다. 하고 싶은 얘기가 너무나 많은 분들이었습니다. 그분들의 얘기를 듣다가 그분들이 하도 서럽게 울기에 같이 울어야 했습니다.


그분들은 자신들의 신세가 하나의 섬 같다고 했습니다. 누구도 관심 갖지 않은 고립된 섬. 많은 얘기를 해 주셨지만 여기에서 밝힐 수 있는 내용은 아니어서 자세한 말씀을 드리지 못함을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힘도 없는 저에게 이렇게 애가 터지게 얘기하는 것을 보면서 어디 한 곳이라도 하소연 할 곳이 없는 이분들의 서글픈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벌써 세월호 참사 1000일이랍니다.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이렇게 시간이 흘렀습니다.


세월이 이렇게 흐르는 사이에 변한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어느 것도 밝혀진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정답은 건강한 정부가 들어서는 것입니다. 그래야 끝도 없이 이어지는 부정부패와 비리들을 밝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어제 오후에 서울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는 친구가 사진 하나를 보내왔습니다. 지금 사무실 앞에서 보수단체들이 데모를 하고 있는데 그들이 들고 있는 플래카드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고 했습니다.


“군대여 일어나라!”
“계엄령이 답이다.”


이분들은 국민의 가슴에 총칼을 겨눠야 직성이 풀리나 봅니다.




 


  


 

  

     

 



혹시 이분들을 기억하시는지요?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인 은화 엄마와 다윤이 엄마입니다. 이분들의 소원은 세월호 유가족이 되는 것이라고 합니다. 아직 시신을 수습하지 못한 미수습자이기 때문에 유가족 신분을 갖지 못한 분들이랍니다.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현실이 그렇다고 했습니다. 다윤이 엄마는 날마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기도를 한다고 했습니다. “제발 내일 아침에 눈을 뜨지 않게 해주세요.”라고 기도를 한답니다. 


이분들은 아이들이 아직 차가운 바다 속에 있는데 어떻게 따뜻한 방에서 잘 수 있겠냐며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이후 줄곧 이곳 팽목항에 있는 차가운 컨테이너 안에서 생활하고 계시는 어머니들입니다.


이 분들은 머리를 감지 못해 늘 빵모자를 쓰고 있다고 했습니다. 세월이 지나니 이분들에게 아쉽고 서러운 것이 많나 봅니다. 지원도 없다고 했습니다. 정부도 민간단체도 심지어 4.16연대회의조차도 자신들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진실규명을 위해 싸우고, 미수습자 가족들은 자신들의 아이들이 유실되지 않고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는 것이 소원이라 했습니다. 이분들은 9명의 숫자가 너무 작아서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이분들은 자신들의 뜻이 왜곡되는 것이 두렵고, 사람들에게 잊히는 것이 두렵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이분들은 자신들의 사진을 찍어서 사람들에게 알려달라고 먼저 청했습니다. 그리고는 허름한 나무 의자에 두 분이 먼저 앉아서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혹시 문재인 대표님을 만날 기회가 있으세요?”하고 물으셨습니다.


그래서 가능하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랬더니 문재인 대표님에게 꼭 전달해 달라며 저에게 미리 써놓았던 편지 한 통을 주었습니다. 눈물로 쓴 편지라고 했습니다. 미수습자 유가족의 심정을 여기에 다 적었다고 했습니다.


아마도 말 못할 사연이 들어있는 편지 같았습니다.


저는 그 편지를 받아들고 수일 내에 문재인 대표님에게 이 편지를 전달하고 그 인증샷 찍어서 어머님들에게 확인차 보내드리겠다고 약속을 했습니다. 그리고 팽목항에서 돌아온 다음 날인 어제 저는 광주에서 민주당 양향자 최고위원님을 만났습니다.







양 최고위원님은 내일 문재인 대표님과 만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굳이 제가 서울까지 올라가지 않아도 미수습자 가족의 편지가 전달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나서 팽목항에 있는 은화 엄마에게 심부름 잘 했다며 인증샷을 찍어서 보내드렸습니다.


생각보다 빠른 퀵서비스에 어머니들은 심부름을 빨리 했다며 좋아라 웃으셨습니다. 그 웃음으로 저는 어제 밥값을 한 것 같습니다. 설도 가까워지는데 조만간 이분들을 위로하는 작은 이벤트라도 하나 해야 하겠습니다.


우리가 웃고 있는 사이에 또 누군가는 이렇게 속울음으로 울고 있었나 봅니다. 그것이 참 미안했습니다. 우리가 어떤 사물을 가까이하면 은연중에 그 사물을 닮아 간다고 합니다. 우리가 꽃을 가까이하면 꽃 같은 인생이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날마다 좋은 생각과 따뜻한 마음을 늘 가까이 하는 우리였으면 좋겠습니다.

고운 하루되시기 바랍니다.
사랑합니다.


대원(大原)
박 완 규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