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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가 있는 삶.../ 박완규

성령충만땅에천국 2017. 6. 1. 06:29

향기가 있는 삶...

                         보낸사람

박완규 <pawg3000@naver.com> 보낸날짜 : 17.05.30 01:16                

 

 

 

 

 

 

 

 

 

 

 


 

 



 


 

 



향기가 있는 삶...

  

  

 


  


이제 하루만 지나면 6월입니다. 6월이면 한 해의 절반이 지나간다는 의미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세월이 참 빠르다는 생각이 듭니다. 올 상반기는 참으로 일이 많은 나날이었습니다. 자잘한 일도 많았지만 굵직굵직한 일도 많았네요.


되돌아보면 그 많은 일을 어떻게 모두 처리했는지 제가 생각해도 대견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그 많은 일을 처리하면서도 우는 소리 하지 않고 묵묵히 완수해 준 제 자신에게 고맙다는 말을 해주고 싶고 다독다독 등 한 번 두드려 주고 싶은 날입니다.


엊그제 서울에 가서는 극단 ‘나는 세상’ 단원들과 석창우 화백님 부부와 저녁을 먹게 되었습니다. 석창우 화백님은 원래 전기 기사로 일을 했던 분입니다. 그런데 서른 살 되던 해에 2만 9천 볼트의 고압선에 감전되어 두 팔과 발가락 두 개를 잃었습니다.


화백님께서 어깨 아래의 두 팔을 잃고 실의에 빠져 있을 때 하루는 네 살짜리 아들이 아빠에게 그림을 그려달라고 졸랐다고 합니다. 그래서 별로 할 일도 없던 화백님은 아이의 요청에 따라 갈고리 모양의 의수에 볼펜을 끼워서 새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이윽고 그림이 완성되었습니다. 그 그림을 보고 네 살짜리 아이는 무척이나 좋아했습니다. 그리고 저녁 무렵에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온 사모님께서 화백님께서 그린 그림을 보고는 화백님께 이러셨답니다.


“앞으로 먹고 사는 것은 내가 책임질 테니 당신은 그림만 그리세요.”


사모님께서 화백님의 숨어있는 재능을 보신 것이지요. 그리고 그 이후부터 지금까지 두 분은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습니다. 사모님은 작은 식당을 운영하면서 남편 대신에 가장으로서 역할을 다 하였고 화백님은 의수를 낀 어깨에 피가 맺힐 정도로 열심히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리고 세계 최초로 ‘수묵 크로키’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여 세계적으로 유명한 화가가 되었습니다. 제가 엊그제 두 분을 만나서 감동을 받은 것은 석창우 화백님의 삶에도 많은 감동을 받았지만 사모님에게서 더 많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둘째 아이가 태어나고 한 달 반 만에 화백님이 사고를 당하셨다고 합니다. 화백님 말씀에 의하면 2만 9천 볼트 감전 사고는 살아있는 것 자체가 기적이었다고 합니다. 겨우 목숨은 건졌지만 두 팔을 절단을 하고 혼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모두가 ‘사람 되기 틀렸다’고 외면할 때 오직 사모님만이 화백님의 곁을 지켰다고 합니다. 그리고 목숨만 살려달라고 기도했다고 합니다. 살려만 주면 자신이 다 알아서 하겠다고 했답니다. 다행히 그 간절한 기도 덕분에 화백님은 목숨을 건질 수 있었습니다.


그 이후부터는 모든 것이 사모님 몫이었습니다. 밥 먹여 주는 것, 물 먹여 주는 것, 약 먹는 것, 화장실 가는 것, 양치질 하는 것, 옷 입는 것, 신발 신는 것... 어느 것 하나도 사모님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이 없었습니다.


이제 막 세상에 태어난 둘째 아이를 키우는 것보다 더 힘들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사모님께서는 불평 한마디 하지 않고 셋째 아들과도 같은 화백님을 수발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주변 사람들이 이랬다고 합니다. 그냥 빨리 도망가라고.


그런데 그 모든 역경을 이겨내고 오늘날의 화백님을 만든 분이 사모님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사모님이 더 대단해 보였습니다. 엊그제 만났을 때 화백님께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사고 이후 30년 동안 자신을 위해 살아온 사모님을 위해 지금부터는 아내를 위해 살고 싶다고.


두 팔이 없이도 웃음을 잃지 않고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며 살아온 석창우 화백님의 삶도 존경스럽기 그지없지만 그 환경 속에서 씩씩하게 화백님 곁을 지켜주고 화백님의 재능을 응원해 주신 사모님의 삶도 존경스럽습니다.


석창우 화백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감전사고로 두 팔을 잃은 것은 자신에게 축복이었다고. 그 사고가 없었으면 자신은 지금까 지도 전기기사에 머물렀을 것이고 지금처럼 새로운 삶을 살지 못했을 것이라고.


그런 것 보면 세상 이치란 이런 것 같습니다. 내 운명은 내게 다가온 어떤 사건에 의해 바뀌는 것이 아니라 그 사건을 내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라고.


석창우 화백님께서 두 팔을 잃고 좌절만 하고 있었으면 오늘날의 빛나는 삶은 없었을 것입니다. 두 분의 모습을 보면서 제 자신을 비춰보았습니다. 세상에 바라는 것이 많고 불평불만이 많은 제가 몹시 부끄러웠습니다. 더 분발해야 하겠습니다.


조만간 석창우 화백님을 여수로 모셔서 그 분의 예술 세계와 지금까지의 삶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고운 하루되시기 바랍니다.
사랑합니다.


대원(大原)
박 완 규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