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18일 전부서장 회의
“매체 쥐어패는 게 정보기관 할 일”
2011년 11월18일 회의
“다 준비해 놓았다가 실리도록 준비”
의회마저 노골적 개입 의도
“지방행정 개편 4월 국회 땐 정리
확실하게 지도하고 설득도 해서”
“매체 쥐어패는 게 정보기관 할 일”
2011년 11월18일 회의
“다 준비해 놓았다가 실리도록 준비”
의회마저 노골적 개입 의도
“지방행정 개편 4월 국회 땐 정리
확실하게 지도하고 설득도 해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맨 오른쪽)이 24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 파기환송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기사 잘못 쓴 보도 매체를 없애버리는 공작을 하는 게 여러분이 할 일이지 이게 뭐냐.”
2009년 12월18일 원세훈 당시 국가정보원장은 전 부서장이 참여한 회의에서 언론 대응에 소극적인 직원들을 질타했다. “잘못할 때마다 (언론을) 쥐어패는 게 정보기관의 역할”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24일 삭제된 부분이 공개된 국정원 전부서장회의 녹취록에선 민주주의의 기반인 국회와 언론도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다는 원 전 국정원장의 인식을 엿볼 수 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원 전 원장이) 국정원 등에 대한 보도, 특정 여론이나 언론매체에 적극적으로 공작 정치를 지시한 게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제시한 2009년 12월18일 녹취록을 보면 원 전 원장은 “내용이 문제가 아니고 잘못 나면 그것을 어떻게 죽이려고 해야지 어떻게 기사가 났는데 다음 보도를 차단시키겠다 이게 무슨 소리야. 기사 나는 걸 미리 알고 기사를 못 나가게 하든지 안 그러면 기사 잘못 쓴 보도 매체를 없애버리는 공작을 하는 게 여러분이 할 일이지 이게 뭐냐. 잘못할 때마다 쥐어패는 게 정보기관이 할 일이지 그냥 가서 매달리고 어쩌고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원 전 원장의 언론 통제 시도는 2011년 11월18일 녹취록에서도 거듭 확인된다. 그는 “한-미 에프티에이(FTA)를 물리적으로 처리한다면 한나라당이나 우리 정부 비난하는 일이 벌어질 텐데 그 일이 벌어지고 난 다음에 대처하지 말고 지금부터 칼럼이고 신문 곳곳에 가서 다 준비해 놓았다가 그날 땅 하면 바로 그날 아침 신문에 실리도록 준비하는 치밀함이 있어야 되는데, 원장 입에서 얘기 안 하면 그런 생각도 안 하고 있잖아요”라고 부하들을 질책했다. 이어 “뭐든지 선제대응을 해야지 하고 난 다음에 비난 기사 실리고 양비론 비슷하게 해가지고 다음에 칼럼 몇 개 실려봐야 무슨 의미가 있어요. 지방이든지 중앙이든지 미리 사설도 쓰고 그다음 칼럼 하나 실리고 그다음에 잘했다고 하는 광고까지 들어가서 국론이 분열되지 않도록 대비를 해야지”라고 적극적인 행동을 주문했다.
언론뿐 아니라 국회에 대한 노골적인 개입 의도도 확인됐다. 2010년 3월 국정원이 국회의 지방행정체제 개편 논의에도 개입하려던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원 전 국정원장은 당시 전부서장회의에서 “4월 국회 때는 지방행정구획 개편에 관한 법 같은 거 확실하게 정리되도록”이라고 주문하면서 “4월 국회에 안 되면 6월 초 (지방)선거 하지, 원 구성 합의 안 되면 7월, 8월 넘어가 버리고 양당 전당대회 하면 정기국회 이후 일도 못 하고 지나갈 수 있다고 확실히 지도하고 설득도 해서 웬만한 거 정리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정원이 향후 현안을 미리 기획해 대비하고, 여당 등 국회를 ‘확실히 지도’해야 한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민주주의의 핵심 축인 ‘언론’과 ‘의회’마저 통제의 대상으로 본 것이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