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일 검찰총장 후보자. © News1
문무일 검찰총장 후보자의 청문보고서가 24일 채택되면서 법무·검찰의 수뇌부 진용이 6개월만에 겉으로나마 제 모습을 갖추게 됐다.지난해 11월 김현웅 전 장관(58·사법연수원 16기)의 사임으로 6개월 넘게 비어있던 법무부장관에 학자출신 박상기 교수가 임명됐다. 여기에 지난 5월 김수남 전 총장(58·16기)의 사임으로 2개월여 동안 비어있던 검찰총장 자리에 특수통 문무일 부산고검장(56·18기)이 기용됐다. 문 총장 후보자는 25일 취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박상기 법무부장관과 문무일 검찰총장의 어깨는 시작부터 무겁다. 곧바로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검찰개혁’이라는 숙제를 풀어야 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이른바 ‘돈봉투 만찬사건’과 잇따른 수뇌부 사퇴로 상처받은 검찰조직을 달래면서 안정화를 꾀야 하는 것 역시 시급한 과제다.
특히 ‘인권변호사’로 오랫동안 검찰개혁 방안을 구상해온 문재인 대통령의 개혁의지를 형사법 전문가이자 학자출신의 박 장관과 특수통의 문 후보자가 어떻게 정책에 반영하고 실천할지 주목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19일 공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 및 100대 국정과제’에서 올해 안에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 법무부 탈검찰화 등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박상기 법무부장관. © News1
◇박-문, 공수처 설치·검경 수사권 조정 ‘온도차’…갈등 예상
검찰개혁은 박 장관과 문 후보자가 임명과 동시에 떠맡은 중요한 공통 과제이다. 그러나 공수처 설치와 수사권 조정 등 검찰개혁에 대한 두 사람의 시선에는 적지 않은 온도차가 존재해 갈등도 예상된다.
박 장관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공수처 설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검찰에서 고위공직자나 검사 등에 대한 수사가 원활히 이뤄져야 하는데 우리 현실에서 그런 가능성이 별로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공수처 설치는 필요하다”며 확고한 입장을 밝혔다.
박 장관이 생각하는 공수처의 역할은 인지수사를 통해 정치인보다 주로 판·검사 등 사법부의 비리수사에 중점을 두고 있다.
박 장관은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경찰 인권친화적인 환경과 연계해 검·경 수사권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겠다”면서도 “합리적인 조정으로 서로 견제와 균형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문 후보자는 특별수사에 정통한 검사 출신답게 수사권 조정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그는 검찰에 기소권만 부여하자는 견해에 “판사가 재판을 하지 않고 판결을 선고할 수 없듯이, 검사가 수사를 하지 않고 기소여부를 결정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완강하게 반대 입장을 밝혔다.
문 후보자는 공수처 설치와 관련해도 “기본권 제한이 가능한 공수처가 입법·행정·사법에 속하지 않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견해가 있다”며 “효율적인 부패척결 방안 마련에 지혜를 모으겠다”고 말하면서 미온적 입장을 밝혔다.
박 장관과 다소 다른 개혁 입장을 놓고 전날 열린 문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도 여야 의원들의 의구심 어린 질의가 쏟아졌다.
문 후보자는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수사권 조정을 놓고 입장 차이가 있다는 지적과 관련해 “검찰 업무 관련 부분은 아무래도 검찰의 입장을 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검찰개혁 문제를 보면 그 동안 국민께서 많이 실망을 한 부분도 있고 우려하신 부분도 있다”면서 “그런 부분을 감안해서 바꿔야 할 부분은 바꾸고 발전시킬 것은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인적쇄신 vs 검찰조직 안정…‘특수통’ 문무일·윤석열 콤비도 주목
문 대통령은 국정과제로 검찰인사제도 정비를 꼽기도 했다. 이에 맞춰 박 장관은 취임후 곧바로 ‘법무부의 탈검찰화’에 시동을 걸었다.
박 장관은 취임 첫날 “검찰국장 외에 검사로만 보임토록 돼있는 일부 실국본부장 직위에 대해 복수 직제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히면서 본격적인 탈검찰화에 착수했다. 또 새 정부 첫 검찰 고위간부 승진과 전보를 위한 인사위원회를 26일 열어 대대적인 인적쇄신에 들어간다.
검사장급 이상 고위간부에 이어 부장검사·평검사에 이르기까지 1년7개월여만에 대대적인 인사가 예고된 상황이다. 이에 따라 문 후보자는 또 한번의 ‘쓰나미’ 인사가 이뤄진 후 검찰 내부를 안정시켜야 하는 숙제도 안게 됐다.
검찰 내 대표적 ‘특수통’인 문 후보자와 ‘강골’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57·23기)의 호흡 역시 눈여겨볼 점이다. 문 후보자와 윤 지검장이 옛 대검찰청 중수1과장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등을 지낸만큼 검찰의 특별수사 ‘역량’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 후보자는 거센 개혁바람에 사기가 떨어질 조직을 추스리면서 주요 수사에 대한 동력을 잃지 않도록 이끌어야 하는 막중한 책무도 안게 됐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