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訴訟]=자유 평등 정의

[야! 한국 사회] 위법성 조각 사유 / 이정렬

성령충만땅에천국 2017. 10. 11. 04:55

[! 한국 사회] 위법성 조각 사유 / 이정렬

한겨레 등록 :2017-10-10 13:12수정 :2017-10-10 19:14

 

이정렬
법무법인 사무장, 전 부장판사


범죄란 무엇인가? 사전에서 법규를 어기고 잘못을 저지르는 행위라 한다. 그런데 법학에서의 정의는 약간 다르다. 구성요건에 해당하고 위법하며 책임성 있는 행위를 말한다.

범죄 구성요건은 개개의 형벌 법규에 정해져 있다. 예를 들어, 살인죄의 구성요건은 사람을 살해하는 행위라고 형법에 나와 있다. 그러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라 하여 모두 범죄가 되는 것은 아니다. 범죄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는 일단 위법한 것으로 평가되지만, 일정한 사정이 있으면 위법성이 제거된다. 이를 위법성 조각 사유라 한다.

위법성 조각 사유에는 정당방위, 긴급피난 등이 있다. 이들은 일반적인 사유들이다. 그런데 특별한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 또는 특정한 행위에 대해서만 인정되는 위법성 조각 사유가 있다. 전자는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이고, 후자는 명예훼손죄에 특별한 위법성 조각 사유이다.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은 헌법 제45조에 규정되어 있다.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하여 국회 외에서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고 되어 있다. 하지만 이러한 면책특권이 있다 하여 국회의원의 모든 발언이 적법한 것은 아니다.

판례를 보자. 대법원은 2007112일 선고 200557752 판결에서 발언 내용 자체에 의하더라도 직무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음이 분명하거나, 명백히 허위임을 알면서도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 등까지 면책특권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고 판시하였다. , 발언 내용이 허위사실인 때에는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명수 대법원장 인사청문회 때 일부 야당의원들이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를 많이 저질렀다. 더구나 이들이 주장한 내용은 진실된 사실에 기초하지 않은 허위사실에 터잡은 것이 대부분이었다. 앞서 본 판례에 의하면, 허위사실을 말한 이들의 행위는 면책특권의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는다.

명예훼손죄에만 적용되는 위법성 조각 사유는 형법에 있다. 310조는 307조 제1항의 행위(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고 정하고 있다. 문장 자체에 나와 있는 바와 같이 명예훼손 행위가 진실한 사실이어야 하고,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어야 위법성이 조각된다.

<한겨레>는 지난 98일 문재인 대통령이 사드 배치 반대 주민들을 위로하는 듯하면서 등 뒤로는 그들이 착용하고 있는 사드 배치 반대 구호가 적힌 물품을 촛불로 태우는 내용의 만평을 게재한 바 있다. 이에 의하면, 마치 문 대통령이 표면적으로는 사드 배치에 반대하면서도 실제로는 주민들을 배신하였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사드 배치에 반대한 사실이 없다. 오히려 문 대통령은 지난 419일 대선 후보 2차 티브이토론에서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강행하고 중국이 제어하지 못한다면 배치할 수도 있다고 하여 사드 배치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였다. 그러니 이 만평 또한 허위의 사실에 기초한 것이다.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는다.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기초에 해당하는 것으로 충분히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는 법령이나 판례에서 보듯 진실한사실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 허위사실인 때에는 위법성 조각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명백히 위법한 행위이다.

위법행위를 했으면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 국회의원이나 언론인은 공인이다. 더 큰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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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813850.html#csidx54c3efa49d2d6af8ad0c2af545e12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