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론화위원회 위원들이 8월28일 울산시 울주군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울산/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원전 건설 공사를 재개하라고 20일 정부에 권고했다. 시민대표 참여단이 한달간 숙의 과정을 거쳐 투표한 결과를 종합해 내린 결론이다. 설계수명이 60년인 5·6호기 공사 재개는 앞으로 탈원전이 2082년 이후에나 가능함을 뜻한다. 그런 점에서 아쉽지만, 공론화위원회가 핵발전 정책 방향을 ‘원전 축소’ 쪽으로 제시한 것은 매우 의미가 크다. 정부는 물론이고 정치권과 사회단체 모두 이런 ‘공론’을 존중하는 게 마땅하다.
전력 에너지 정책은 선택이 매우 어렵다. 당장은 핵발전이 가장 경제성이 높아 보이는 게 사실이다. 온실가스를 직접 배출하지 않는다는 점도 핵발전을 선호하게 한다. 그러나 사용후 핵연료 관리·처분의 길이 보이지 않고, 한번 사고가 일어날 경우 그 치명성 탓에 발전소에 대한 불안감을 떨쳐내기 어렵다. 이번 공론조사는 시민참여단이 학습과 토론을 거쳐 신중하게 판단한 것으로, 여론조사와는 성격에서 차이가 크다. 사적인 이해관계를 내려놓고, 국가 에너지 정책에 매우 귀중한 판단을 내렸다. 앞으로 커다란 상황 변화가 생기기 전까지는 공론조사 결과에 바탕을 두고 정책을 펴는 게 바람직하다.
신고리 5·6호기 공사를 둘러싸고 학습과 토론을 거치자, 판단을 유보했던 시민대표들 가운데 55%가 공사 재개로 생각을 바꿨고 ‘건설 중단’ 의견을 가졌던 사람들 가운데서도 20% 정도가 ‘공사 재개’로 돌아섰다. 5월 말 기준으로 종합 공정률이 28.8%에 이르고, 새로 짓는 원전이 노후 원전보다 안전성을 높였다는 점이 공사 재개 주장에 힘을 실어준 것 같다. 5호기는 2021년, 6호기는 2022년에 준공한다. 5·6호기가 가동에 들어가면, 다른 노후 원전을 조기 폐쇄할 수 있는지 정부는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시민참여단은 핵발전 정책에 대해서는 53.2%가 ‘원전 축소’ 의견을 냈다. ‘원전 유지’ 의견은 35.5%, ‘원전 확대’ 의견은 9.7%에 머물렀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의 공격적인 원전 확대 정책은 옳지 않다고 판정한 셈이다. ‘원전 축소’ 의견은 국민 2만여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39.2%였으나, 같은 의견 분포로 출발한 시민참여단의 마지막 4차 조사에서는 53.2%로 높아졌다. 핵발전에 대해 알고 숙고해가는 동안 ‘탈원전’을 지지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이는 정부나 전력업계, 대중매체에 의해 확산된 원전 관련 정보가 그동안 ‘원전 추진’ 쪽에 편향돼 있었음을 시사한다. 일방적이고 편향된 정보의 유통 관행은 시정되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은 노후 원전의 문을 닫고 새 원전은 짓지 않는 것으로, 매우 느슨한 방식이다. 앞으로 60년 이상 일관되게 이어가야만 실제 탈원전이 이뤄진다. 이번에 시민대표로 참여한 이들의 숙의 과정이 국민 사이에도 확산돼, 탈원전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공고해지기를 기대한다.